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남신우 선생님



일제시대에, 특히 일제시대 말기에 '독립 운동'하는 것 못지 않게 오늘날 '정부 비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정부가 권력과 방송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 때보다 더 심한 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제 시대는 TV는 아예 없었으니까요. 그 때는 라디오조차 아주 드물었지만, 오늘날은 TV가 없는 집이 없어서 그 영향력이 수십 배 수백 배 크니까요.

방송은 일제시대 이래로 단 한 번도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오늘날처럼 '민주와 진보, 민족과 통일'이란 멋진 말에 스스로 세뇌되어 충심으로 정부와 여당의 입을 대신한 적은 없습니다. 심지어 일제시대에도 마지못해서, 목숨이 아까워서 그렇게 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아나운서든 방송 출연자든, 시청자는 그들의 말을 '재해석'해서 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일제를 찬양하거나 권위주의 정부에 아첨을 하는 자가 아닌 한, 이심전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들은 충심으로 정부와 여당을 따름에 개혁의 깃발을 스스로 높이 내걸고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온갖 꾀와 재주와 힘을 다 바치려 합니다.

이럴 때에,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한국의 우익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한국의 국민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망연자실하는 이 때에, 표표히 태평양을 건너와 한국의 양심을 일깨우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남신우 선생님입니다.

개인적으로 명예든 부든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고 평생토록 심취한 베토벤과 모차르트와 바하를 들으며, 온갖 열정과 정성을 쏟은 작품 곧 자신이 이 지상에서 사라져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공간예술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링컨을 읽고 쓰며 우아하게 노년을 보내던 분이 그 모든 영화를 뿌리치고, 히틀러에게 핍박받던 유태인보다 더 비참한 탈북자와 북한 주민의 눈물과 피를 보고, 차마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가 없어서, 명예와 부와 우아함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한 목숨을 조국에 바치기로 한 분이 바로 남신우 선생님입니다.

평생 안 보는 데서는 남의 말을 하거나 욕할 줄 모르고 사석에서도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던 사람이 투사가 되어,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직설적인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풍전등화 같은 조국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자신들의 무수한 실정(失政)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과거 탓만 하고 기득권 타령만 합니다.

조국의 많은 우국 지식층이나 중·상류층은 자신의 알량한 부와 명예를 생각하여 차마 직설적인 말은 하지 못합니다. 그 사이에 익명(匿名)의 방패 뒤에서 저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스러운 말을 무기로 하여 인터넷을 선점하여 정권 유지와 재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한 편, 실명(實名)의 칼로 당당히 방송을 장악하여 증오로 가득 찬 일방적인 말을 전 국민의 귀에 딱지가 않도록 되풀이 들려 준 결과, 이제 '바른 소리 쓴 소리'는 시장 바닥에서 꾀죄죄한 도포 자락 휘날리며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게 들립니다.

이 때에 용감하게 직격탄을 날린 분이 있습니다. 비겁한 익명이 아닌 당당한 실명으로 수백 만 명에게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분이 바로 남신우 선생님입니다.

비록 그 분의 말에 거친 표현이 있고 지나친 비유도 없지 않지만, 자유민주주의와 남북한의 민초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를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끄러워 합니다. 싸워야 할 때에 눈치를 보며 관망하는 자신을 부끄러워 합니다.

이제 자유민주주의와 한국을 뜨겁게 사랑하는 이들이 마침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조금씩 움직이려고 하자, 익명의 방패 뒤에 숨은 자들이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하나 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남신우 선생님을 표적으로 삼은 모양입니다.

남신우 선생님, 개의치 마십시오. 링컨처럼 이럴 때일수록 용기를 잃지 마시고, 유머를 슬쩍슬쩍 터뜨리는 여유를 가지십시오.

(2004. 12. 3.)

최성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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