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임 이후 일관성을 유지해 온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원칙적 입장이 사실상 무너졌다. 개성공단 문제를 어물쩡 덮고 넘어가 버린 것.
남북은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7차 실무회담에서 재발방지책 및 발전적 정상화 방안 등을 담은 5개항의 합의서를 채택했다. 사태발생 133일 만이다. 개성공단 사태는 4월3일 북한의 일방적 통행제한 조치로 촉발됐었다.
2.
연합뉴스 등 언론은 “향후 남북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소위 개성공단 사태 재발장비와 발전적 정상화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全無)하다.
개성공단 조성 이래 반복돼 온 고질적 문제를 막는 길은 朴대통령이 강조해 온 ‘신뢰(信賴)’할 수 있는 약속이다.
첫째는 문제를 일으켜 온 북한이 책임을 인정한 뒤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 나아가 직접손해(直接損害)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간접손해(間接損害)를 배상하고,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김정은의 사과(apology)도 필요하다. 이것이 보편적 기준, 이른바 글로벌스탠다드(global standard)요 이것이 실천될 때 개성공단은 국제화된다.
3.
합의서 5개항은 책임 인정 관련, 주체(主體)를 ‘북한’이 아닌 ‘남과 북’으로 표기해 이렇게 적었다.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
합의서 어디에도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손해배상을 한다는 표현이 없다. 당연히 김정은이 사과한다는 표현도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격에 놓고 잘 해보자는 애매한 표현들뿐이다.
이 합의문은 한국민과 기업들이 언제든지 인질이 될 불씨를 안고 있다. 북한은 ‘언제나 그랬듯’ 개성공단에서 깽판 친 뒤 모든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합의문을 들이밀 것이다. “남과 북은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했는데 남한은 왜 6·15와 10·4선언을 이행하지 않느냐”며.
4.
정부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자랑한다. “외국기업 유치 적극 장려”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 제도의 국제적 수준 발전” “공동 해외투자설명회 추진” 등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화(國際化)의 가장 큰 쟁점은 분쟁(紛爭)에 대한 해결이다. 4월3일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서 이런 식의 애매한 선례를 만들어 놓고 어떤 나라가 개성공단에 자국민을 데려갈지 의문이다. 자칫 한국마저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무책임·무원칙·불성실 국가로 인식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좌경화된 언론의 선동에 떠밀려 개성공단 타협에 연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이해한다. 그러나 리더는 세상을 무작정 따르는 게 아니라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다.
이번 합의문은 실패작이다. 다만 朴대통령이 남은 4·5년 개성공단 국제화를 고집스레 밀어붙이면 김정은은 못 견디고 사고 칠 것이고 그때는 확실히 손을 봐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원칙을 현실에 적용해 북한해방과 자유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제는 선동언론과 종북(從北)세력 위축이다. 朴대통령은 씨줄 날줄처럼 얽힌 이 모든 판국을 염두한 채 개성공단 수를 두고 있는가?
朴대통령의 무너진 ‘원칙’
- 金成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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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15, 10: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