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유럽순방에서 돌아오던 중 12월 8일 갑자기 기수를 꺾어, 정확히 말하면 쿠웨이트에서 공군기로 갈아타고, 이라크의 자이툰 부대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환호하는 장병들에 둘러싸여 환하게, 티 없이 밝게 웃는 모습이 욘사마 뺨치게 멋지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 '노빠, 멋져요!'
방송만이 홀로 대통령 찬가를 부르는 게 아니라 신문들도 인터넷도 하나같이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 얼마만인가! 미국을 위시한 외국 언론도 하나같이 들떠 있다.
무슨 나쁜 일을 하러 가는 것처럼 도둑처럼 몰래 조국을 빠져나갔던 국군 장병들, 그들은 아마 출국 시의 섭섭함과 야속함을 일시에 날려 버렸을 것이다. 그들이 떠날 때도 대통령이 찾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으랴만, 의표를 찔러 이렇게 한 지휘관이 감격에 겨워 '월남 파병 때도 대통령이 월남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들을 직접 찾아가 사기를 북돋운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이제 돌아와서 69만 국군 장병의 사기를 쑥 올려 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대통령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일개 '조폭 언어'로 쓰여진 정체불명의 투서를 빌미로 '별'들이 낯을 못 들고 다니게 압수수색하는 일은 당장 그만 두게 하고, 월남 파병에 관해 오해할 소지가 다분했던 말들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6·25동란에서 자유대한을 지킨 노병들을 한번이라도 찾아갔으면 좋겠다.
돌아와서 윤광웅 국방장관도 혼을 냈으면 좋겠다. 그는 12월 8일 국회 국방위에서 '이라크에 파견돼 있는 자이툰 부대에 미국이 전투행위 가담을 요구하더라도 자이툰 부대의 파견 목적과 다르기 때문에 재고할 여지도 없다.'라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왜 군인을 3600명이나 보내나?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라면 미군을 상대로 이라크에서 전투도 불사해야 하겠지만, 양민을 학살하는 반란군을 혼내는 일에는 미군에 앞서 '태권브이'처럼 늠름하게 달려가야 할 것이다.
차라리 민간 건설회사를 보내면 그들보다 훨씬 일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벌 것이다. 민간 의사와 간호사를 보내면 그들보다 훨씬 대민 봉사를 잘할 것이다. 이렇게 평화로운 활동을 하는데도 평화를 미워하는 자들이 우리 민간인들을 잡아가거나 고문하거나 살해하면, 그 때에 귀신 잡는 대한의 해병대 몇 명만 보내면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에서 했다는 다음 말은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하다.
'여러분의 땀과 노력이 대한민국의 발언권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파병할 명분이 없는데, '깡패 국가' 미국의 협박 때문에 국가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생고생시킨다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하여 영 께름칙하다. 차라리 이 말씀은 안 하느니만 못했던 듯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움찔하는 걸까.
(2004. 12. 9.)
어, 盧대통령도 잘하는 것이 있네!
- 최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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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09, 08: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