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책을

1988년 당선된 뒤 노벨상 수상자인 폴 사무엘슨 교수 등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게 했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보고서의 결론으로 “공약에 얽매이지 말라”고 권고했다.
 
기초연금제도의 운용 문제를 둘러싸고 복지 정책에 대한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비단 기초연금 뿐 아니라 선거 때 만들어진 공약과 그 실행 사이의 관계에 대해 현실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 때 어떠한 공약을 했다 하더라도 국정에 책임 있는 집권세력은 공약의 실천에 앞서 그러한 정책이 국가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나라에 해가 되는 일이라면 공약이라 하더라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그런 이유로 다음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 나라를 망치는 것보다 낫다.

가정의 경제만 보더라도 가장이 버는 돈에 한계가 있는데 식구들이 여기 쓰자, 저기 쓰자 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버는 만큼 쓰는 게 원칙이다. 지금 흥청망청 쓰느라 자식들에게 빚더미를 안겨주는 부모만큼 무책임한 사람은 없다.
복지 공약은 가능한 대로 지켜야 하겠지만 우리의 성장잠재력과 담세능력을 감안해서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러한 얘기를 제가 지난 1월 인수위 시절부터 했는데 그 때는 선거 직후라 그랬는지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공약을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것은 우리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부시(George H W Bush)대통령이 1988년 당선된 뒤 노벨상 수상자인 폴 사무엘슨 교수 등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게 했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보고서의 결론으로 “공약에 얽매이지 말라”고 권고했다. 경선부터 선거까지 거의 2년에 걸쳐 진행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나왔던 공약을 그대로 실행하면 미국은 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었다.
 
대통령은 선거라는 정치과정을 통해 권력의 자리에 오르지만 대통령의 책임은 정치와 행정을 구분하는 것이다. 5년 임기 내내 선거운동하듯이 국가를 운영하면 대한민국은 분명히 망할 것이다. 5년 단임의 헌법 정신도  다음 선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차분하게 일하라는 뜻일 것이다.

정치인이 너도나도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나라 발전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성장을 말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것을  나누어 갖자는 얘기만 할 뿐이다. 맹수가 병이 깊이 들면 자기 자신을 물어뜯듯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우리나라도 병든 것은 아닌가 자문해야 한다. 병이 있다면 치유하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 새누리당도 선거때마다 좌파 포퓰리즘에 편승했던 것이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인수위시절부터 많은 의원들이 새 정부 설계에 참여했지만 여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자성하고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편에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새누리당보다 더 화려한 공약을 했던 야당도 무책임하게 정부 여당을 공격만 할 일이 아니다. 야당이 집권했으면 더 큰 고민을 해야 했을 것이다. 여당이 되었든, 야당이 되었든 지금은 누구의 정치적 이익이 큰가를 따질 때가 아니다. 무엇이 대한민국의 이익인가를 따져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고 포퓰리즘을 이용하지만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국민은 결국 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2013. 9. 25.
 
국회의원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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