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아시아 軍事갈등과 한국의 外交선택

결국 향후 한국의 외교전략은 ‘연미(聯美)+화중(和中)ㆍ화일(和日)’[미국과의 동맹+中日과의 선린우호]이 적절해 보인다.
東아시아ㆍ西태평양지역에 군사갈등과 분쟁이 심화되며 새로운 형태의 냉전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 특징은 과거 美蘇 냉전 때와 달리, 경제ㆍ문화 분야의 상호의존 및 교류협력은 확대되면서도 군사 안보적으로 역내 국가들 간 세력경쟁이 확산되어 그에 따른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北海함대가 지난 10월 17일 서해에서 실전(實戰)을 방불케 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소식이다. 잠수함을 포함한 함정 100여척과 공중경보기 등 항공기 30여대가 동원됐다고 한다. 시진핑(習近平)의 “군대는 싸울 줄 알아야 하고, 싸우면 이겨야 한다”는 언급이 우리에게 ‘경계’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감을 동시에 준다.

 중국은 이달 초 美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포함된 韓美 연합훈련에의 대응 차원이라고 훈련명분을 삼으려는 듯하나, 사실 동북아 긴장의 원인 제공은 중국 측으로부터 나온 것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등소평 집권시절 ‘도광양회(韜光養晦/ 몸을 낮추고 힘을 기른다)’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적으로 일어난다)’를 내걸었던 중국이 공공연히 군사팽창정책으로 선회하며 현존(現存)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각곳에 투영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전부터다. 중국과의 평화공존과 협력론(partnership)을 對中정책 기조로 삼던 미국이 현실주의적인 중국견제론으로 급선회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최근 東아시아 정세는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와 과거사 부정으로 한층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권(collective self-defense)’을 선언하고 미국이 이에 적극 동의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에서 해묵은 외교노선 논쟁이 재발하는 분위기다.

 ‘집단자위권’이란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받을 시 동맹국을 도와 그 나라와 싸울 권리를 의미한다. 東아시아ㆍ西태평양지역에서 일본의 동맹국은 현재 미국이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북한(?) 등이다. 결국 일본 아베 정권이 표방한 ‘집단자위권’이란 美中 갈등 시 미국을 도와 중국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팽창노선을 추구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파트너로 삼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과 힘에 기초한 안보질서를 형성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구축하려는 전통적인 현실주의 군사안보정책이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환영했다고 해서 미국이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을 경시하고 일본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 미국은 일본의 과거사 부정과 왜곡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국 국무ㆍ국방장관은 10월초 일본 방문(안전보장회의 참석차) 시 일본에 보란 듯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거부하고 ‘전몰자 묘원’에 참배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i)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정면 거부하면서도, (ii)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을 동맹국으로 삼아 함께 가면서, (iii)동시에 韓美동맹도 더욱 확고하게 견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외교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먼저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해 韓美동맹은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선택임을 再인식하고, 주변정세가 불안할수록 양국 간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김정은 3대 세습체체가 김일성ㆍ김정일 시대로부터 이어져오는 1인수령독재ㆍ핵무장 선군노선을 그대로 계승하여 “3년내 무력통일”을 호언하고 4차 핵실험을 준비하면서 핵탄두 소형화에 올인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일부 학자가 주장하듯, 우리가 美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 “균형추” 등으로 표현되는 조정ㆍ중재 역할을 하자는 것은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순진무구한 발상이다. 마치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대학원 연구 수준의 이상주의적 사고와 흡사하다. ‘균형자(balancer)’란 세계 최강대국이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분쟁을 조정 중재하고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역할을 일컫는 국제정치 용어다.

 미국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진단한 것처럼, 美中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국으로선 “삼키기에 쓴 약(a bitter pill to swallow)”이긴 하겠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며 韓美동맹이 그 중심이 되어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숭상하는 국가로서 우리와는 가치(價値)동맹 관계이며, 특히 멀리 떨어져 있어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선 韓美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되 지나치게 중국의 외교수사(修辭)를 믿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아가며 판단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안보가 제1의 국정과제임을 인식하고, 韓美동맹 관계에 미칠 영향에 유의하여 韓日 안보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원칙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안보협력을 유지하는 2중 트랙(track)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향후 한국의 외교전략은 ‘연미(聯美)+화중(和中)ㆍ화일(和日)’[미국과의 동맹+中日과의 선린우호]이 적절해 보인다.

 미국과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원자력 협정 등 안보현안을 시급히 해결하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공격력에 대비해 韓美 간 긴밀한 ‘상호 운용성’ 강화를 통해 미사일 방어망을 업그레이드 해나가야 한다. 이번에 중국이 우리측에 “필리핀에 전투기를 수출하지 말라”고 요구한 데 대해,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거절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konas)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재향군인회 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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