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1년 한시기구로 출범한 조사위가 서울·도쿄·런던 등에 이어 탈북자 증언을 공개로 청취하는 자리였다.
 
조씨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먹을 것을 찾아 북·중 국경을 넘나들다 4차례 강제북송 끝에 2008년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미국에 난민지위를 받아 정착했다.
 
아버지는 소를 훔쳤다는 이유 등으로 수감생활을 하다 숨졌고, 언니는 식량을 구하러 중국에 갔다가 인신매매되고, 두 남동생은 굶어죽었다고 했다.
 
11살 때 태어난 남동생이 젖동냥을 다니다 결국 2개월 만에 숨졌다는 얘기를 할 때는 청중석에서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호주 대법관 출신 커비 위원장이 “북한 정부는 우리 조사위에 탈북자들 증언은 북한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으로 다 믿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고 하자, 조씨는 “한두 사람이 이런 증언을 한다면 거짓일 수 있지만 한국·일본·영국·미국 등에 3만명이나 되는 탈북자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잘살았다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떤가”라며 “북한 정권은 숨진 아버지, 언니와 남동생들의 행방을 얘기하지 못하면 내 얘기를 거짓말이라 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조씨의 언성이 높아지자 커비 위원장은 “당신을 화나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니다. 다만 북한 정부의 주장에 대응할 기회를 주는 것이 적법한 절차라 생각해서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조씨는 “안다. 원수와 편은 가를 줄 안다”고 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 정부는 1990년대 대규모 기아 사태를 정권의 잘못으로만 보는 것을 공정한 평가가 아니라고 한다. 불가항력의 자연재해 탓도 있다고 한다”고 묻자, 조씨는 “자연재해를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굶어죽는 아이들의 상황이 지난 10년 동안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누군가는 BMW를 타고 고급 위스키를 마시는 동안 그렇게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정부 탓이 아니면 누구 탓인가”라고 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조사위는 독립성, 불편부당함, 객관성, 투명성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 정부에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아직 입국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조사위는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한다.
 
노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