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家保安法 改廢 문제 검토

필자 주: 필자는 국회 '열린우리당' 법사위원 최재천 의원실 김기봉 보좌관으로부터 12월23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사이에 국회 법사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동당 법사위원들을 상대로 개최되는 '국가보안법 관련 전문가 초빙 간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했었다. 여기에 첨부되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검토>는 이 간담회 발제문으로 필자가 준비한 글이다. 그러나 필자는 12월22일 최 의원실 김 보좌관으로부터 그 전날 있었던 열린우리당/한나라당 4자 대표회담에서 여야 간 쟁점에 대한 타결이 이루어져 국회가 정상화되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로 예정되었던 문제의 간담회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왕 준비했던 발제문이기 때문에 필자의 홈페이지에 문제의 글을 싣는다. 이동복



國家保安法 改廢 문제 검토
李東馥 (前 南北會談 대표/15대 國會議員)

1. 서론

국가보안법 문제에 관한 최근의 논란은 ‘개정’이 아니라 ‘개폐’ 논의의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해 있는 안보상황을 냉철하게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국가보안법 문제를 ‘개폐’의 차원에서 두리 뭉수리로 논의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또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 문제는 ‘존폐’의 문제와 ‘개정’의 문제로 구분하여 별개로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 하면 국가보안법은 지금의 시점에서 아직 ‘폐지’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 대신 내용면에서는 반드시 ‘개정’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2. ‘존폐’의 문제 -- 국가보안법은 아직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보안법은 아직 폐지해서는 안 되며, 현재의 기본 틀이 당분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당초 국가안보 면에서 국가보안법을 필요하게 만들었던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채 아직도 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리게 되어 있는 범죄는 형법의 ‘내란’죄나 ‘외환’죄와는 다른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규제하는 범죄는 소위 ‘반국가단체’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여기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북한지역에 존재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의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의미한다.

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에 관한 논의는 결론적으로 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이른바 ‘하나의 조선’ 노선을 고집하여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고 이제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도태되어 소멸해 버린 ‘계급의식’과 ‘해방이론’에 입각한 폭력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전복’과 ‘타도’를 추구하는 ‘반국가활동’에 집착하고 있는 한 이 법은 그 명칭과 체제와 골격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은 이중적이다.

첫째로, 이 법은 소위 ‘남조선혁명에 기초한 조국통일’ 노선에 입각하여 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에 대해 집요하게 추구하는 폭력혁명 전략·전술에 대처하여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북 간의 평화공존이 거부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존재가 북한에 의하여 부정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특수한 성격은 우리가 지금 국가보안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범죄인 ‘반국가활동’의 유형들을 형법의 틀 안에서 수용하거나 다른 이름의 별도 입법으로 수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우격다짐으로 형법에 수용하거나, 별도 입법으로 이를 대체하더라도, 내용면에서 현행 국가보안법이 규제하고 있는 ‘반국가활동’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한 북한뿐 아니라 국내의 국가보안법 반대세력들은 이에 승복하지 않고 이번에는 그러한 대체 입법에 대하여 반대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는 이 법을 필요하게 만드는 남북관계의 상황이 소멸되었느냐의 여부에 대한 판단에 의거하여 ‘존폐’의 차원에서 정공법으로 다루어져야 하지 다른 법의 틀 속으로 밀어 넣어서 일단 몸통만을 감추게 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편법을 시도하는 것은 부당하다.

둘째로, 이 법의 ‘존폐’ 문제는 남북관계가 갖는 상호성과 관련되어 있다. 대한민국을 ‘해방’과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북한은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평양의 당국이 허용하지 않는 남북교류나 접촉에 대해서는 우리의 국가보안법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가혹하게 탄압하는 악법과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 같은 법률·제도와 연계시켜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다루어져야 할 당위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를 위하여 남북 쌍방은 1992년 9월에 합의하여 발효시킨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로 약칭)의 화해 분야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4조에서 남북 공동으로 ‘법률실무협의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쌍방은 “‘남북기본합의서’에 저촉되는 법률적·제도적 장치의 개정 또는 폐기 문제를 법률심의협의회에서 협의ㆍ해결한다”고 합의한 것이다. 이 ‘부속합의서’에서 남북 쌍방은 “상대방의 법질서와 당국의 시책에 대하여 간섭하지 아니한다”(제5조)고 ‘상호 내정불간섭’ 원칙에 합의하면서도 “‘남북기본합의서’에 저촉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방에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제7조)고 합의하여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내정에 대한 간섭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제한적 내정간섭권’은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문제는 당연히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의 이행의 차원에서 남북 간에 상호주의의 차원에서 다룸으로써 이를 통하여 북한에 존재하는 악법과 제도의 제거를 유도하는 지렛대로 이용해야 할 절대적 당위가 있다.

그 밖에도 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와 관련하여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국가보안법은 그동안의 시행과정에서 끊임없는 인권유린 시비를 야기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지난 반세기동안 치열했던 남북대결의 와중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안전과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해 낼 수 있게 해 준 담보물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 동안 남북 간에 전개되어온 사상과 이념의 대결 과정에서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거나 또는 중립을 표방했던 인사들 가운데는 그러한 역사의 진실을 수용할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아마도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국민들, 아니 그보다도 지난 반세기동안 피와 땀과 눈물을 바쳐서 대한민국을 지켜 내고 또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건설하는데 동참했던 기성/체험세대의 절대다수 국민들은 국가보안법이 북한공산주의자들의 대남 적화통일 기도를 차단시키는 결정적인 방파제로 기능해 왔다고 확신하는 하나의 신념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현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경우 그 같은 신념체계를 가지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실감과 배신감, 그리고 불안감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깊이 음미해 한다.


3. ‘개정’의 문제 -- 국가보안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이 같이 현행법의 명칭과 체제 및 골격이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서, 현행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개정되어야 할 몇 가지 문제 조항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1980년12월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전문개정’한 현행 국가보안법은 민주화의 물결이 도도했던 1991년5월 여야 합의를 통해 대폭 개정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보안법은 그 뒤에도 1994년에 한번, 그리고 1997년에 두 번 더 개정되었다. 그러나 이들 개정의 내용은 본질에 관한 것들이 아니었다.

반면, 1991년5월에 개정된 내용은 제1조(목적) ②항이 신설되고, 제2조(정의) ①항, 제3조(반국가단체의 구성 등) ⑤항, 제4조(목적수행) ①항, 제5조(자진지원ㆍ금품수수) ②항, 제6조(잠입ㆍ탈출) ①항/④항/⑥항, 제7조(찬양ㆍ고무 등) ①항/③항/④항/⑤항/⑥항/⑦항, 제8조(회합ㆍ통신 등) ①항/③항, 제9조(편의제공) ①항/③항, 제10조(불고지), 제14조(자격정지의 병과), 제23조(보상)가 개정되며, 제2조 ②항, 제5조 ⑤항, 제6조 ③항, 제7조 ②항, 제8조 ②항/④항, 제9조 ⑤항, 제16조(형의 감면) ③항 등이 삭제되는 등 거의 전면적 개정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하여 현행 국가보안법이 특히 인권유린의 차원에서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의 많은 부분이 시정 내지 개선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가보안법은 두 가지 각도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하나는 지난 1972년 이래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정책과 국가보안법 사이의 갈등구조를 해소시키는 차원에서의 개정이고 또 하나는 1991년의 대폭적 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가보안법 안에 잠재해 있는 인권유린 요소를 제거하는 차원에서의 개정이다.

이 두 가지의 개정 필요성 가운데서 첫 번째로 시급하게 검토되어야 할 문제는 국가보안법과 정부의 대북정책 간에 존재하는 갈등구조를 해소시키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급하게 개정이 고려되어야 할 국가보안법의 조항은 제2조(정의)이다. 이 조항은 이 법의 단속 대상이 되는 ‘반국가단체’를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정의에 따른다면, 북한지역에 존재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정부를 참칭”하고 있다는 한 가지 사실 때문에 당연히, 자동적으로 이 법의 규제 대상인 ‘반국가단체’로 정의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반국가단체’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1972년 이래 우리의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통일정책과는 정면으로 역행ㆍ배치된다. 왜냐 하면, 지금의 정부를 포함하여 우리의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통일정책은 통일의 선행단계로 남북한의 상호 인정에 바탕을 둔 과도적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1992년 우리가 북한과 합의하여 발효시킨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ㆍ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항 ‘남북기본합의서’로 약칭)과 이에 따른 정치 분야 ‘부속합의서’는 우리의 이 같은 대북·통일정책의 결정체이다. 지금 북한의 사보타지로 이행이 유보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이행시키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북ㆍ통일정책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2조를 현행대로 존치시킬 경우 이 같은 대북ㆍ통일정책의 추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이 조항에 따른다면, 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정부를 참칭”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자동적으로 당연히 ‘반국가단체’로 분류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반국가단체’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상호 체제인정과 평화공존은 그 자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가 된다. 이 같은 모순은 해소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제2조의 ‘반국가단체’의 정의를 새로이 함으로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상호 체제인정과 평화공존이 허용될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을 마련하여야 한다.

상호 ‘체제인정’과 ‘평화공존’은 그 자체가 북한지역에 “정부를 참칭하는 정치실체”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인 만큼 “정부를 참칭하는 행위” 그 자체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요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국가보안법 제2조 ①항에 설정된 ‘반국가단체’ 구성요건을 합리적인 내용으로 수정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2조 ①항에서 “정부를 참칭” 운운의 표현은 삭제하고 그 대신 이 항목의 내용을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대한민국의 국체를 부정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라는 것으로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북에 존재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일률적으로 ‘반국가단체’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체부정”과 “국가변란”을 추구하는 정책노선을 유지하는 동안에 한하여 이를 ‘반국가단체’로 정의하는 것으로 특정해야 한다. 만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의 국체를 인정하고, 폭력적 대남정책을 포기하며, 남북 간 평화공존을 수용하는 내용으로 대남정책 노선을 수정할 때에는 우리는 당연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국가단체’로 정의하여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을 중지하고 그 대신 대화와 교류 그리고 공존의 ‘합법적 상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통일정책의 한 단계로 설정하고 있는 ‘남북연합’의 실정법상의 합법적 토대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견해에 대해서는 헌법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의 ‘영토주권’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와는 달리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분단상태 하의 남북관계에 관하여 제3조에 입각한 해석과는 상이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4조는 우리나라가 “통일을 지향”하는 분단국가라는 사실과 함께 “통일”의 상대방으로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되 그렇게 하여 이루어지는 통일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야 한다는 사실 등을 함축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의 현행 헌법이 “국가분단”의 현실과 함께 “평화통일”의 상대방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른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정부를 참칭한다”는 사실만으로 ‘반국가단체’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국가보안법 제2조는 헌법 제4조의 정신과 상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현행 국가보안법 체제하에서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때문에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는 오직 부분적으로만 타당성이 있을 뿐이다.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제3조에서 “남한과 북한과의 왕래, 교역, 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거하여 일부 남북교류·협력행위는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조항은 그 적용대상을 ‘남한’이라는 지역과 ‘북한’이라는 지역 사이에 이루어지는 인적·물적 교류와 협력에 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조항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제2조에 의거하여 ‘반국가단체’로 정의되어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적 지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남북관계에 있어서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3조가 허용하고 있는 제한된 남북 간의 교류·협력 행위 이외의 모든 다른 행위는 여전히 국가보안법 제2조에 의거하여 불법행위로 단속대상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인권유린의 소지를 해소시키는 차원에서의 개정 문제는 1991년5월에 있었던 개정을 통하여 국가보안법이 당초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들에 대한 대폭적인 시정ㆍ개선이 이루어진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볼 때 현행 국가보안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제7조의 “찬양ㆍ고무죄”로 생각된다. 이 조항은 이 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는 “찬양·고무죄”를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특히 여기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의 해석상의 포괄성, 주관성, 추상성과 “찬양ㆍ고무ㆍ선전ㆍ동조”라는 표현의 해석상의 추상성·주관성 때문에 인권유린의 차원에서 끊임없는 논란과 시비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 표현의 해석상의 포괄성·추상성·주관성 때문에 그동안 공안당국에 의한 자의적 확대해석과 선별적용, 그리고 왕왕 정치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편파적 기소편의주의에 관한 물의가 꼬리를 물어 왔다.

이 조항은 차제에 합리적·합목적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본인의 견해로는, 이 조항은 공안기관의 자의적 확대해석과 선별적용에 의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2조의 수정을 통하여 ‘반국가단체’가 새로이 정의된다는 전제 하에, 처벌대상을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반국가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여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로 특정하도록 제7조 ①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라는 표현 속에는 이미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과 제1ㆍ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라는 국가이념이 이미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와 아울러 개정을 고려해야 할 조항들이 더 있다. 예컨대, 제5조(자진지원ㆍ금품수수)ㆍ제6조(잠입ㆍ탈출)와 제8조(회합ㆍ통신 등) 등이다. 이 조항들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은 삭제하고 처벌의 대상에 관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라는 구체적 표현을 사용하여 목적범에 국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10조의 ‘불고지죄’는 형량의 경감은 고려의 대상이 될지언정 ‘불고지죄’ 그 자체는 존치되어야 한다. 다만 1991년5월에 이루어진 개정 내용 중 “형의 경감 또는 면제”의 대상으로 ‘친족관계’를 설정하는 예외조치를 취한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넓은 의미의 ‘친족’은 당연히 ‘불고지죄’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 대신 ‘불고지죄’ 적용의 예외조치 대상은 “부모ㆍ부부ㆍ자녀” 등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하고 이들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는 예외조치의 내용도 ‘경감’이 아니라 ‘면제’로 단순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왜냐 하면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이 인륜의 기본단위인 ‘가족’의 일체성과 순수성을 파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끝]




添附: 國家保安法 中 問題條項과 代案의 檢討

제1장 總 則

제2조: [정의] ①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僭
稱)하거나 국가를 변란(變亂)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91.5.31 개 정> ② <91.5.31 삭제>

<代案>
제2조: [정의] ①“..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 ⇒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

제2장 罪와 罰

제5조: [자진지원·금품수수] ②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
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91.5.31 개정> ⑤ <91.5.31 삭제>
제6조: [잠입·탈출] 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을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91.5.31 개정>
제7조: [찬양·고무 등] 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91.5.31 개정>
제8조: [회합·통신 등] 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등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91.5.31 개정>

<代案>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로....”

제9조: [편의제공] ①..... 다만, 본범과 친족관계에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경감 또 는 면제할 수 있다. <91.5.31 개정>
제10조: [불고지] ..... 다만, 본범과 친족관계에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경감 또는 면제한다. <91.5.31 개정>

<대안>
“다만, 본범과 친족관계에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경감 또는 면제할 수 있다(제9조②항/한다(제10조)” ⇒ “다만, 본범과 직계 존ㆍ비속의 관계에 있을 때에는 그 형을 면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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