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析]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월간 자유공론 기고문]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을 범죄시하는 독단 말고는 그 어떤 논리적 정합성도,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도 발견할 수 없다.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進步的 民主主義)’라는 강령이 북한을 추종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근거는 단 하나 북한의 주장과 똑같다는 것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뉴딜시대 미국 루스벨트(FDR) 대통령도 쓰던 말이다. 미국도 북한을 추종했다는 말인가”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착각>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오병윤 의원의 11월19일 국회 발언이다. 오 의원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의 진보당 해산심판청구 부당성과 함께 내란음모사건이 왜곡·날조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오 의원은 “세상이 변했는데, 공안검사 출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황교안 법무장관의 사고는 아직도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 내란음모사건에 대해서도 “국정원과 검찰의 소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 의원 발언은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통진당 강령과 당헌이 김일성의 정치 노선인 ‘진보적 민주주의’를 명시한 데 따른 반박이다.

오 의원은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의 출처로 1930년대 뉴딜 정책을 펼친 미국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것은 무지의 소치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그보다 20여 년 전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사용했다. 루스벨트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나왔는데 첫 번째 루스벨트가 사용한 말을 두 번째 루스벨트가 사용한 말로 착각한 것이다.

공화당 소속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두 차례 대통령을 한 뒤 1912년 정계에 복귀했으나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자 새 정당을 만들었다. 그 당의 이름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내세운 진보당(Progressive Party)이다. 진보당은 기업 집중 규제 등 공화당에 비해 진보적인 정책을 표방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공화당에서 갈라져 나온 보수적 칼라가 기본이었다.

<법무부, “진보적 민주주의는 김일성 사상 도입”>

오 의원은 진보적 민주주의가 미국에서 건너 온 문제없는 이념인 양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 판단은 다르다. 법무부가 11월5일 언론에 공개한 통진당 해산 청원 관련 보도자료(이하 자료)에 따르면, 통진당의 구체적인 위헌성을 목적(目的)과 활동(活動)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목적 관련, “통합진보당의 최고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進步的 民主主義)’는 북한의 지령(指令)에 따라 김일성의 사상을 도입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 대남혁명전략(NLPDR)과 내용이 동일하고, 통합진보당의 모든 자유민주 체제 위해(危害) 활동의 이념적 기초” “종북 성향의 이념적 기초”라고 설명했다. 통진당이 이 같은 이념으로 인해 “남북 전쟁위기에서 오히려 북한에 동조하고, 북한의 3대 세습을 옹호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뿌리를 김일성의 1945년 10월 연설에서 찾았다. 자료는 “김일성이 1945년 10월 ‘진보적 민주주의(進步的 民主主義)가 인민에게 자유・권리를 주고 나라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보장한다’라는 강연을 했다”는 사실을 밝힌 뒤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건국이념이 되었고, 통합진보당은 이를 계승(繼承)했다”고 했다.

북한과 통진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내용이 같다는 해설도 나온다. 자료는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주, 연대연합, 평등, 부강한 국가 건설, 혁명, 평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데, 왕재산 사건의 북한 지령(指令)에서 확인된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내용과 완전히 동일(同一)”하다고 밝혔다.

통진당 강령에 북한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수용된 이유는 ‘북한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자료는 “북한이 (왕재산 등 간첩사건을 통하여) 통합진보당(민주노동당)에 관한 지령을 보내, 정책부서를 장악하도록 하고, 이어서 합당과정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도이념으로 관철하도록 지시하는데, 그 후 그 지령 내용대로 실현(實現)됐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통진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서의 개혁이 아닌 사회주의 혁명(社會主義 革命)을 추구한다”며 특히 통진당이 주창하는 코리아연방공화국 관련,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 아닌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북한의 연방제 주장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아르오(RO) 회합 “진보적 민주주의 어원은 수령님 노작”>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또 다른 논거가 있다. 이석기 사건 RO(지하혁명조직) 녹취록이다.

공안 당국이 밝힌 RO(혁명조직) 녹취록에 따르면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진보적 민주주의의 출처를 ‘김일성 노작(勞作)’이라고 밝혔다. 홍 부위원장은 5월8일 한 모임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그 뿌리가 있느냐. 사회주의를 에둘러서 얘기한 것 아니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진보적 민주주의의 어원(語源)이 어디로 가느냐면 수령님께서 (북한을) 건설할 때 ‘우리 사회는 진보적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라고 한 노작이 하나 있어”라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 북에서 ‘수령님’은 김일성, ‘장군님’은 김정일을 의미한다. 노작은 저서 담화 연설을 뜻한다.

법무부 판단과 RO 녹취록 등을 종합하면, 북한은 왕재산 등 간첩사건을 통하여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통진당에 관철될 수 있도록 공작했다. 이것은 그대로 실천이 되었다.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2011년 통진당 창당 직전 강령에서 사회주의를 삭제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내세웠다. 법무부 판단과 RO 녹취록에 기초하면,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와 비슷한 것이 아니라 김일성의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를 말한다.

<“결정적 시기 RO봉기, 前단계엔 당이 赤化혁명 환경조성”>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강령에 규정한 뒤 통진당은 어떤 활동(活動)을 했을까? 법무부 자료는 통진당의 구체적 활동을 이렇게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북한 대남혁명론(NLPDR)을 추종, ‘강온(强穩)양면 전술’에 따라, 혁명의 준비기에는 혁명역량을 축적하면서 반국가활동 등 적화혁명(赤化革命)을 위한 환경조성에 주력, 혁명의 결정적 시기에는 폭력(RO 담당), 비폭력(공개조직 담당)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한민국의 전복을 시도(···)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도래해 배후조직인 RO가 무장봉기를 일으키기 전 단계에서는 공개조직인 당을 통해 반(反)국가·이적(利敵)활동”

요컨대 혁명의 결정적 시기엔 RO가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그 전 단계에는 공개조직인 당을 통해 反국가·利敵활동을 하는 강온양면 전술을 통하여 적화혁명을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전략이 실천 단계에 왔다고 보았다. RO의 내란 음모·선동이 그것이다. 통진당은 “대한민국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 선거를 ‘투쟁’으로 인식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반국가였기에 위헌, 불법, 폭력 여부를 가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아르오(RO) 지시로 평택미군기지 이전·용산 재개발·광우병 촛불시위·쌍용자동차 노조 집회 등 등 참가”>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이념으로 움직이는 RO와 통진당 활동은 국정원에 RO의 실체를 제보한 이 모씨(46) 증언에도 등장한다. 이 씨는 11월21일 이석기 재판 증인으로 출석, “2004년 12월 RO 가입 이후 RO의 지시에 따라 비정규직·무상급식 등 현안이나 한미 FTA·4대강·평택미군기지 이전·용산 재개발·광우병 촛불시위·쌍용자동차 노조 집회 등 등 반대 시위에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특히 “RO 조직원들은 정당 가입이 금지된 전교조 등 소속 사람들을 빼면 모두 통진당원”이라며 RO와 통진당의 연계성을 지적하며 “민노당(현 통진당) 수원시 비례대표나 국회의원 후보자도 RO의 세포 모임에서 논의됐다”며 “RO 조직이 결정한 인물 가운데 2명이 전·현직 수원 시의원이고, 통진당 사무총장도 RO 조직원”이라고 했다.

<“영남·호남 등 다른 지역에도 RO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제보자 이 씨는 “RO 조직의 결정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며 “민혁당을 봤을 때 (경기뿐만 아니라) 영남·호남 등 다른 지역에도 RO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서 “개별적 국가보안법 위반 처벌 및 제명・자격심사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표현했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掌握)한 RO는 극좌세력, 그 외 당직자는 RO에 대한 비호(庇護)․묵인(黙認) 세력”이라며 “통합진보당 전체의 종북(從北) 정당화에 따른 개별 조치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RO에 장악된 통진당, 경기 이외 전역에 흩어져 있을 제2, 제3, 제4의 RO가 있다는 증언 등을 종합하면, “한계에 직면했다”는 법무부 표현은 과장으로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와 사법부는 이런 실체적 위협 앞에서 어떠한 판결을 내릴 것인가? 분명한 것은 통진당, 이석기, RO에 유리한 판결은 대한민국에는 치명적 위협과 혼란, 또는 피를 부르는 내전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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