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가 간첩을 신고한 해프닝

주사파가 간첩을 신고한 해프닝
글쓴이: 홍진표
제목: 주사파가 간첩을 신고한 해프닝


지난 97년 최정남, 강연정 부부간첩이 검거되었는데, 그 계기가 참으로 희극적이다. 현재 전국연합의 간부로 있는 J씨가 신고를 한 것이다. J씨는 울산에서 주사파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96년경 <한청협>이라는 운동권단체의 기관지에서 김영환씨와 지상논쟁을 여러차례 벌였다. 노선전환을 추구하는 김영환씨에 대해 J씨가 비판을 가하는 내용이었다. 북한에서 이 논쟁을 보면서 J씨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것 같고, 그 결과 부부간첩이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J씨는 이를 국정원의 함정 공작이라고 오인하고 신고를 하였을 뿐 아니라 기자회견까지 했다. 나중에 들려온 풍문으로는 J씨는 자신의 실수를 크게 자책했다고 한다. 이 사례는 운동권들의 합리성을 상실한 사고수준에 대해 여러 가지를 시사해준다.

우선 국정원이 이런 식의 조작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발상이다. 국정원내에서도 여러사람이 공모해야 하는 이런류의 조작이 비밀유지가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목을 내놓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무엇보다도 간첩으로 위장한 사람은 검찰에도 불려가고, 미국 정보기관의 조사도 받고, 재판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위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위장간첩을 하겠다고 나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국정원을 불신하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정원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상력의 과잉이자 상식의 빈곤이다. 흔히 좌파들은 음모론, 조작설을 즐겨 제시하고, 군사정권에 대한 극심한 불신 때문에 대중들에게 먹히곤 한다. KAL기 폭파사건과 같이 특히 방송언론들이 앞 다투어 의혹을 제기하는 바람에 놀랄 만큼 각종 조작설이 널리 퍼져있다. 한편 한국인들이 구체적 근거를 갖고 실증적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사고방식에 취약하다는 느낌도 든다.

두 번째로 이 사례는 북한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려준다. J씨가 진짜 북한 간첩을 국정원의 요원으로 오인한 것은, 국정원에 대한 불신과 동시에 북한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사파 활동시절 주사파내에 북한이 간첩을 남파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북한이 간첩남파를 시인한 일이 없고, 남북합의서를 체결한 후에는 이를 지키기 위해 삼가고 있을 것으로 믿는 다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철석같이 믿는 단순사고의 소유자들이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난감하지만, 한마디로 바보들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정치를 하는 집단은 불리한 상황에 처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어 있고, 더구나 공산주의자들은 혁명을 위해서 거짓말쯤은 아무런 도덕적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북한이 말로 간첩을 안 보낸다고 해서, 언행일치가 되어야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당연히 북한은 이런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어버리는 사람들을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무지하다고 해야 할지....

어느때부터인가 날이 갈수록 이런 맹목적인 주사파들이 늘어났는데, 예컨대 북한 대남공작기관에서 내보내는 <구국의 소리방송>에서 ‘여기는 서울입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실제로 서울에서 비밀방송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고,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을 당연히 북한이 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은 당시 필자가 여러 증거로 보아 아웅산 사건은 북한의 행위가 틀림없다고 말하면 매우 당황해 하곤 했다.

요즘에도 북한의 말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맹목적이고 단순한 사람들은 쉽게 발견된다. 북한이 핵이 없다고 말하면 그걸 쉽게 믿고 미국의 음모론을 떠들고, 북한이 핵이 있다고 선언하자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동조하고... 북을 추종하는 일관성은 유지하면서도, 자기말은 무척 쉽게 바꾸어 버린다. 도대체 북한의 말 장난에 얼마나 더 농락당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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