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휴대전화로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켜 보니 초등학교 6학년생인 외손녀 배유진이 보낸 글이었다.
<할아버지 저 유진이에요. 방금 조갑제닷컴에서 '우리 유진이의 아주 근사한 아침' 글을 읽었어요.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자꾸 나요. 할아버지 감사해요~~>
언제 그런 글을 썼는가 해서 검색해 보니 10년 전, 그러니 유진이가 두 살 때 이 사이트에 올린 글이었다. 유진이가 읽으라고 쓴 건 아닌데 어느덧 세월이 지나 찾아낸 것이다. 10년 만에 도착한 편지에 대한 답장인 셈이다.
<우리 유진이의 아주 근사한 아침
요사이 저는 수첩에 사진 세 장을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알 만한 친구나 친지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면 “야, 똘똘하게 생겼네” “바늘도 안들어가겠다” “당신을 좀 닮았네, 여기 눈가에 말이야” 같은 발언이 돌아옵니다. 물론 저의 외손녀 유진이(1년 3개월) 사진이지요. 저야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하고 싶어서 하지만 인사치레로 탄성을 발해야 하는 사람들은 괴로울지도 모릅니다. 저도 옛날에 친구가 손녀 손자 사진을 보여주면 “이런 걸 왜 나한테 보여줄까”하고 심드렁했거든요. 이런 저런 사정을 무시하고 저의 외손녀 사진을 보여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그 무엇이 저의 마음 속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 유진이를 관찰하면서 “이 아이가 나보다 훨씬 낫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는 모습이 저보다 좋습니다. 저는 하루중 아침 기상 시간 직전이 가장 기분 나쁩니다. 저는 늦게 자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야 하는데 복돌이(큰개)가 꼭 아침 6시 30분이면 컹컹 짖어댑니다. 데리고 나가 소변을 보이고 들어와서 다시 잡니다. 유진이가 가끔 우리 집에 와서 잘 때가 있습니다. 일어나는 모습이 꼭 용수철입니다. 눈을 뜨자마자 발딱 일어납니다. 뭔가 재미 있는 일들이 기다리는 하루를 서둘러 맞으러 나서는 모습입니다. 이 하루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어떤 걱정도 두려움도 없는 자세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의 감동, 또는 고마움을 그렇게 표현한다고 보았습니다.
저는 어떻습니까.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골치 아플 일과 신경 써야 할 일과 해결될 일과 해결되지 않을 일들을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한 준비나 변명(때로는 거짓말도)도 생각해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유진이의 표정은 아침에 가장 투명합니다. 오늘 일어날 일을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순수함, 겁 없음, 편견이나 선입감 없는 그런 얼굴입니다. 유진이 얼굴을 보면 저도 기분이 안정됩니다. 아하, ‘순수’라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순수에서 나오는 힘이란 것은 생명 그 자체의 힘이로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외손녀 유진이는 아직 말도 못하지만 여러 사람들 손발만 수고롭게 하는 존재도 아니고 생산 없이 소비만 하는 존재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에게 의존만 하는 낮은 등급의 존재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외손녀는 생산성이 아주 높은 존재입니다. 무엇을 생산하느냐고요. 가정의 화목, 대화의 素材(소재), 밝은 분위기, 사랑하는 마음, 편안함, 스트레스 해소 등등의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우리 유진이가 저에게 주는 즐거움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제 월급을 다 써도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어린이는 자라면서 자기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긍정적으로, 생산적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힘은 순수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순진함은 뭘 모르는 것이고, 순수함은 자신을 비우고 모든 것을 맞아들이려는 자세이겠지요. 너무 유진이 자랑을 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들도 외손녀, 손자를 갖게 되면 저같이 될 것입니다. 2003-03-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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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잠들고 빵처럼 일어난다'
톨스토이의 걸작 '전쟁과 평화'는 한 러시아 농부의 잠자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돌처럼 잠들고 빵처럼 일어난다'
누웠다 하면 돌처럼 깊게 잠이 들고 아침에는 빵처럼 가볍게 일어난다는 비유이다. 내 외손녀의 잠버릇이 이렇다. 이 경우엔 빵처럼 일어난다는 표현보다는 '발딱 일어난다'가 맞을 것이다. 재미 있는 새날을 어서 빨리 맞아들이려는 몸짓이다.
산업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변모하고,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이 많아지면서 돌처럼 자기도 빵처럼 일어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잠 잘 자는 것은 복이고 잘 자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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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외손녀의 日記: "아기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우연히 만 여덟 살짜리 外孫女(초등학교 3학년)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외손녀는 요사이 학교에 갔다 와서는 영어, 수학, 피아노 학원에 다닌다. 이런 귀절이 있었다.
<나는 요사이 공부 땜에 아주 바쁘다. 아기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먹고, 자고, 울고, 먹고, 자고, 울고…아, 다시 아기 때로 돌아가고 싶다.>
[ 2010-05-26, 2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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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처절한 母國語 지키기 운동
자녀들에게 직접 漢字공부시키는 부모들의 문화적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정부와 언론.
요사이 우리 집에서는 여덟 살짜리 外孫女와 세 살짜리 外孫子에게 漢字를 가르치려는 필사적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외손녀가 다니는 학교에선 한자를 가르치면서 자주 시험을 친다. 내 딸과 아내까지 밤늦도록 외손녀에게 漢字를 가르친다고 아이를 들들 볶는다. 어린 외손자한테는, 방 바닥에다가 한자 글자판을 붙여놓고 가르친다. 외손자가 발로 子자를 밟으면서 '아들, 자'라고 소리치면 온 집안에서 환호가 터진다.
이런 풍경은 전국적으로 매일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말살한 國字인 漢字를 지켜내려는 일종의 독립운동이다. 부모들은, 漢字를 배우지 않으면 子女들이 무식장이가 되고,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란 예감으로 이렇게 절박한 교육을 시키는데, 정부와 언론이 이들의 노력을 거의 無效로 만든다.
아무리 부모들이 漢字 교육을 시켜놓아도 어린이들 눈에 漢字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신문도, 간판도, 도로 표지판도 한글뿐이다. 곧 부모로부터 배웠던 漢字를 잊어버린다.
漢字는 눈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대통령도, 신문사 사장도 한글專用의 문제점에 관심이 없다. 한글전용의 본질이 反지성, 反문화, 反민족임을 모르는지, 알아도 쉬운 길을 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쉬운 길의 끝은 벼랑이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부모와 어린이들의 피눈물 나는 母國語지키기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문화적 반역자로 전락하였다.
母國語를 말살하는 데 앞장 선 이들이 한글專用을 확산시킨 신문사 사장들과 편집국장들이었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언론인임을 포기하였다. 이들은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固有명사(人名, 地名)까지도 漢字로 표기하지 못하게 하여 한글專用 흐름의 확산에 불을 붙이고, 文盲率을 높이는 데 앞장 섰던 신문사의 편집 관련자들은 한국인의 正體性과 정신력을 망가뜨리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를 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이들은 중국의 地名과 人名을 중국식 발음으로 읽도록 함으로써 보통 한국인들이 중국관련 기사나 책에서 멀어지게 하였다.
이들은 李明博을 '이명박'이라고 쓰면서 '오바마(Obama)', '하토야마(鳩山)'라고 쓴다. 자기나라 대통령의 이름은 發音부호로만 쓰고 외국인에겐 發音부호와 本名까지 친절하게 써준다. 이들은 한국인의 이름을 漢字로 쓰면 감옥에 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글專用은 본질적으로 事大主義 정신의 발로임을 잘 보여준다. 사대주의적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는 독립운동을 한다고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자신의 無識과 無能과 불철저함을 속이는 수단이 한글專用이다. 특히 言論의 한글專用은 母國語를 온전하게 지켜내려고 오늘도 자녀들에게 밤을 세워가면서 漢字를 가르치는 부모들을 무시하는, 생산자의 소비자 배신 행위이다. 제대로 된 역사가들은 한글專用을 확산시킨 언론인들을 '자칭 언론인'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한글전용 신문 불매운동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사대주의자들은 노예根性이 강하므로 합리적 설득보다는 强制力에 약하다.
[ 2009-10-12, 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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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외손녀, '권영길, 나빠'
'전화기를 던져서 텔레비전을 깨잖아. 우리 선생님이 물건 깨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방금 여섯 살 외손녀가 나에게 다가 오더니 이런 말을 했다.
'권영길이 나빠'
'왜'
'전화기를 던져서 텔레비전을 깨잖아. 우리 선생님이 물건 깨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넌 그러면 누가 좋아?'
'정동영이 좋아'
'왜?'
'젊잖아요'
외손녀 말을 확인하려고 권영길 후보의 TV 광고를 굳이 봐야 했다. 삼성 그룹 李健熙 회장이 TV 화면에 나오자 한 사람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던져 화면을 맞춘다. 곧 쌓여 있던 텔레비전들이 폭발하면서 와르르 쏟아져내린다. 권영길 후보가 말한다.
'60년 부패고리, 권영길이 끊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자막이 보인다.
權 후보는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서는 이건희 회장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모두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大入시험제도를 없애고 대학을 평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편견 없는 여섯 살 아이의 마음도 잡지 못하는 이가 세상을 바꾼다면 그 새 세상은 매우 살벌할 것이다. 이건희 회장 대신 300만 학살자 김정일의 얼굴이 나오는 텔레비전을 폭파시키는 장면의 광고를 보여준다면 그의 지지율은 꽤 오를 것이다.
[ 2007-12-12, 20: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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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던 老年의 비밀
청춘의 특권과 환희를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老年의 행복과 특혜를 전하는 사람은 적었다. 청춘의 순수함과 열정만큼 老年의 성숙과 觀照는 아름답다. 老年만이 가진 특혜, 그것은 손녀 손자와 함께 놀아주되 觀照의 시선으로 은근히 바라보는 애정이다.
老年의 즐거움은 비밀이다. 청춘의 연애는 공개된 열정이지만 손자 손녀와 어울리는 즐거움에 대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선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손녀 유진이를 본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갑자기 나를 엄습해온 환희는 예기치 못한 것이었기에 더욱 컸다.
지나가는 말처럼 손자 손녀를 보는 재미를 전해주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짜릿할 줄은 몰랐다. 늙으면 어린아이처럼 된다고 하는데 유진이와 놀 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세살박이 유진이와 어울리려면 내가 다섯 살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두 딸을 키울 때 몰랐던 것을 손녀가 커가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은 애정과 관조의 차이일 것이다. 父女, 母子간의 애정은 서로 너무 가까이 섞여 있다. 애정은 진하게 느낄 수는 있는 것이지만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는 편한 즐거움은 아닌 것이다.
손녀를 키우는 '할머니 아내'를 바라보는 즐거움은 부수입이다. 딸이 직장에 나가니 아침마다 사위가 유진이를 데리고 와서 아내에게 맡겨두고 간다. 종일 손녀 하고 노는 것이 큰 노동인데 아내는 즐거움으로 한다. 하도 즐겁게 보여 내가 샘이 날 정도이다.
아이의 知覺과 체력이 자라는 것은 노는 것을 통해서이다. 나는 새삼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것을 발견한다. 어른들도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생도 알고보면 노는 것이며 연극하는 것(영어의 play란 뜻에는 연극이란 뜻도 있다)이 아니겠는가. 진지한 연극이 바로 삶일 것이다. 노는 것은 의도되지 않는 즐거움이다. '놀다가 보니까 배우는 것도 있더라'는 경지가 최고 수준의 깨달음인데 아이들은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무의식중에.
유진이가 자라는 것을 바라보면서, 넘어지고 깨어지면서 무럭 무럭 커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 생명이 온전하게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쏟아져야 하는가를 생각했다. 나의 부모님은 열 명의 아이들을 낳으셨는데 여섯만 건졌다. 이런 비율은 그 시대의 평균일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주위에 빚지는 일이다.
아이가 커가는 것은 결국 말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쓰는 낱말수 만큼 커가는 것이다. 그 낱말수만큼 생각하는 것이다. 유진이는 오늘 한자책을 읽으면서 '날 日' '물 水' '흙 土'라고 소리질렀다. 1, 2, 3과 A,B,C를 읽힌 다음 한자를 읽게 하는 이유가 있다. 한자는 생각을 유도하는 글자이다. 知識이란 글자를 분해하면 지식을 구성하는 요소가 나온다. 즉 전략(矢)과 경제(口)와 인문지식(言)과 예술성(音)과 전술(戈)을 다 갖춘 이를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글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바람, 눈, 비, '슬프다' '즐겁다'처럼 원초적인 것이고 느끼는 것이다. 생각을 유도하는 한자와 느낌을 발달시키는 한글을 함께 써야 하는데 사회가 한글전용으로 나아가니 온통 느낌만 발달한 철부지 아이들만 생겨나고 있다.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어린 시절에 한자를 머리에 심어주는 것은 교양인으로 키우는 지름길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유진이가 돌아간 지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시점이다. 아내와 나의 뺨에 공평하게 뽀뽀를 해주고 손을 흔들 때의 모습이 벌써 눈에 삼삼하다. 유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꼭 공평하게 애정을 표시하려고 한다. 공정성이란 것은 인간의 본능속에 숨어 있는 기질이란 생각이 든다.
어른이 아이와 논다는 것의 대부분은 아이의 행동 자유를 안전지대안에 제한해주려는 감시활동이다. 자유는 생명체의 본능이지만 자유에 따라다니는 위험은 그 생명의 敵이 된다. 생명체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안에서 어떻게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할 것인가. 이게 국가, 가정, 회사의 가장 어려운 선택이다.
노는 즐거움, 사랑하는 즐거움, 일하는 즐거움, 그리고 다시 노는 즐거움-인생은 이렇게 돌아오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노는 것, 일하는 것, 사랑하는 것이 인생의 3대 요소인 것 같다. 이것도 유진이 덕분에 얻은 깨달음이다.
[ 2004-04-05, 0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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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관찰기/사랑과 관심의 에너지
1년 4개월짜리 우리 외손녀 유진이는 요사이 장모와 처고모가 저희 집에 다니러 와 계신 덕분에 신이 났습니다. 밤늦게 퇴근해보면 대 여섯 명의 관객들 속에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소리도 지르고 짖궂은 장난도 치면서 신이 나서 못 견디는 모습입니다. 소리를 내면서 발을 굴리고 뺑뺑 도는가 하면 할머니의 팔뚝을 물어뜯기도 합니다.
벌써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구치는 모양입니다.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무대 체질 덕분인가. 여러 사람들이 사랑과 관심의 눈길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도 기분 좋은 일인가. 관심이란 것이 한 아이에게 모이면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로 전환되어 저 아이를 저렇게 뛰어다니게 만드는 힘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힘 센 단어는 '우리'라고 합니다. '나'보다 '우리'가 더 힘이 센 것은 사랑과 관심으로 묶여진 집단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이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존중해주는 것만큼 든든하고 기분 좋은 일은 없습니다. 한 살을 겨우 넘긴 어린 생명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交流와 交感의 에너지를 벌써 느끼면서 써 먹고 있으니 말입니다.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관심의 대상이 되며 사랑까지 받는다는 것이 인간의 존재 가치, 사회적 의미일 것입니다. 金正日이 나쁜 인간인 것은 이런 人情과 관심과 사랑을 독점하면서 모든 사람으로부터 그런 감정을 몰수해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보다도 누구를 더 좋아하는 것, 더 평가하는 것, 더 관심두는 것을 금지한 자입니다. 상하간의 존경과 아낌, 친구간의 義理, 부모간의 사랑을 말살하려 한 자입니다. 인간을 도구로 만들려고 한 자입니다. 북한 주민들을, 소케트에 꽂으면 돌아가고 소케트에서 전선을 빼버리면 정지하는 로봇처럼 만든 인간입니다.
오늘도 서울에서 풍요한 삶을 즐기면서 가족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이런 金正日을 받들거나 편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사악하고 거짓될 수 있는가를 하느님이 한국인을 상대로 임상 시험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 2003-04-29, 0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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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光에 물들면서-나의 感傷(감상) 산책'
-月光에 물들면 神話가 되고 태양에 바래면 歷史가 된다'.
오후에 근처에 사는 출가한 두 딸이 세 아이들(외손녀 2명, 외손자 1명)을 데리고 와서 시끄럽게 놀다가 갔다. 일곱 살짜리 吳政錫(오정석)은 물고기 그림을 여러 개 오려서 방바닥에 깔아놓고는 몽둥이에 실을 매달아 낚시를 하고, 네 살 政娥(정아)는 보름달 구경을 가자고 졸랐다. 큰 손녀 裵兪進(배유진)은 열한 살이라 두 동생을 데리고 놀아준다. 정아는 달을 가리키면서 '달토끼'가 보인다고 고함을 질렀다. 신문로에 있는 '햄머링 맨' 조각을 보고는 즉석에서 '망치맨'이라고 作名한 아이다.
저녁을 같이 먹고 아이들이 돌아간 뒤 보름달 구경을 나갔다. 북아현동 뒷산이 鞍山(안산)인데 이 산의 동쪽은 독립문 쪽으로 떨어진다. 동쪽 斜面(사면)을 따라 산책 길이 생겼다. 집 사람과 함께, 무악재와 서대문 형무소 및 독립문과 아파트 단지를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면서, 보름달을 이고 걸었다. 남산과 여의도도 보인다. 청명한 한가위의 밤 풍경은 평온하였다. 산책길 곳곳에 운동기구를 설치했는데, 가족 단위로, 애완견까지 끌고 와서 철봉에 매달리고 허리를 돌리며 거꾸리를 타는 이들이 보였다. 비탈을 깎아 세운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 보니 人工 협곡 같다.
둘째 딸이 사는 아파트는 14층이라 산책길에서 마주 보인다.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 전에 헤어진 외손자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 이리로 오세요!"라고 쩌렁쩌렁 소리를 지른다. "오늘은 못 가"라고 했더니 "내일은 꼭 오세요"라고 말한 뒤 방으로 사라졌다.
月光의 산책에 무드를 더할 방법을 찾다가, 삼성S3 핸드폰으로 YOUTUBE를 켠 뒤 'Moon River'를 틀었다. 며칠 전에 별세한 앤디 윌리엄스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걸었다.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wherever you're going I'm going your way.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waiting 'round the bend,
my huckleberry friend,
Moon River and me.
문리버, 즉 '月江(월강)'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주제곡이다. 1961년에 개봉한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부른 오리지널보다는 앤디 윌리엄스가 부른 게 더 유명하다. 조니 머서가 작사하고, 헨리 만치니가 오드리 헵번의 音域(음역)에 맞게 작곡하였다. 1961년 아카데미 주제가 상, 이듬해 그래미 상을 받았다.
한가위는 年中 가장 좋은 날이다. 기온도, 하늘도, 가을걷이도, 연휴도. 月光에 물들면서 '月江'을 들으면서 걷다가 문득 타계한 李炳注(이병주) 선생이 생각났다. 李 선생은 여러 신문에 소설을 동시에 연재한 적도 있는데, 주로 밤에 집필을 하고 낮잠을 길게 잔 뒤 저녁엔 광화문에 나타나곤 하였다. 그분의 末年(말년)에 나는 저녁 식사 자리에 자주 합석하였다. 자신이 한때 친했던 박정희를 왜 미워하게 되었는지를 털어놓은 것도 그런 자리에서였다. 李 선생이 신동아에 연재한 '山河'란 소설엔 이런 副題(부제)가 붙었다. '月光에 물들면 神話가 되고 태양에 바래면 歷史가 된다'. 질풍노도의 한국 현대사를 드라마틱하게 체험하였던 한 낭만적 지식인의 墓碑銘(묘비명) 같은 문장이다.
月光에 물든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걸었다. "우리 선배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참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는 感懷(감회)가 저절로 우러나왔다. 나라를 세우고,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키우고, 나라를 가꾸어간 뒷이야기들이 神話와 역사로 남아야 좋은 세상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이런 괜찮은 세상을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안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증오심을 퍼뜨리는 자들에 대하여는 오늘만큼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10시였다.
[ 2012-09-30, 2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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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녀 배유진의 공책에서
거짓말을 못하는 나무는?
-참나무.
너랑나랑 함께 사는 나무는?
-살구나무.
방귀 뀌는 나무는?
-뽕나무.
자꾸만 자빠지는 나무는?
-잣나무
따끔따끔 찌르는 나무는?
-가시나무.
낮인데도 밤이라고 우기는 나무는?
-밤나무.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갓난아이 자작나무
거짓말 못해 참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너하고 나하고 살구나무
동지섣달 사시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바람 솔솔 솔나무
방귀 뀌는 뽕나무
십리절반 오리 나무
아흔 지나 백양나무
앵돌아져 앵두나무
엎어졌다 엄나무
자빠졌다 잣나무.
(외손녀 배유진의 공책에서).
"할아버지 저 유진이에요"-10년 만에 도착한 편지와 답장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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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19, 2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