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박물관에 있는 新羅聖德大王神鐘은 별명이 奉德寺鐘이고 속칭은 에밀레종이다. 이 종에 새겨진 640여자의 頌詞(송사)가 있다. 그 가운데 '圓空神體'(원공신체)라는 말이 있다. 이 범종이 그냥 종이 아니라 그 형상이 둥글고 그 속이 비어 있으므로 바로 이것이 '神의 몸'이라는 뜻이다.
神의 속성을 圓空, 즉 둥글고 속이 빈 존재로 규정한 것이 참으로 의미 깊다. 원만하면서도 속이 비어 있는 사람을 상상해보라. 그런 사람은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형상화한 것이 에밀레종이고, 神의 모습이다. 神은 둥글둥글해서 누구와 싸우지 않으며 속이 텅 비어 있어 모든 것, 즉 갈등과 淸濁까지도 다 받아들여 하나의 질서로 융합한다. 에밀레종은 바로 그런 神의 소리인 것이다.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에서 살다가 보니 사람에 부대껴서 성격이 모가 나고 날이 서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융합시킬 수 있는 지도자는 둥들고 속이 빈 사람이어야 한다. 이 정권이 올해는 국민 통합에 힘쓰겠다고 한다. 대통령, 총리, 여당의원들의 얼굴에서 둥글고 속이 빈 인상을 찾을 수 있을 때 진정한 통합이 이뤄질 것이다. 나이 40을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살기 띤 인상의 소유자들이 이 나라를 끌고 가고 있으니 국민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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