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색깔론이냐, 라니!]
'아직도 색깔론이냐!' 이 한 마디로 기선을 제압하고 기치창검(旗幟槍劍)을 뽑아 든 백만 대군을 좌우에 벌여 놓고 의기양양하게 단상에 올라 사자후를 터뜨리는 자들이 있다. 협박과 공갈로 논리와 사실을 짓밟으려 권력과 조직을 믿고 얄팍한 수작을 부리는 자들이다.
'아직도 색깔론이냐!' 이 말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1. 색깔론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독재자들의 모함이었다.
2. 대한민국에는 머리에 뿔 달린 빨갱이가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아니,북한에도 없었다. 없다. 시대가 변했다.
3. 북한은 더 이상 분단의 주적이 아니라 통일의 동반자이다.
4. 냉전이 종식되어 이제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의 낡은 이념 대결은 박물관의 칼집에 있다.
5. 수구보수파들이 흘러간 옛 노래로 인기를 만회하려는 수작을 부린다.
6. 미국의 패권주의에 앞장서서 민족을 배신하려 드는 매국노들이 발악하고 있다.
7. 남한의 자유와 북한의 평등이 결합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천민 자본주의자들이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
8.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싫어하는 사대주의자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9. 친일 행각과 독재 주구와 정경유착으로 대대로 쌓아놓은 재산과 명성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 두려워 분단을 영구히 고착시키려는 반통일론자들이 발버둥친다.
10. 독립운동한 사회주의 선각자들과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 인사들이 마침내 떨치고 일어나 남북이 손을 잡고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려 하자, 외세에 빌붙어 이를 분쇄하려는 수구꼴통들이 시대착오적인 헛소리를 하고 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읊어대는 감상적 통일 지상주의자들의 이런 신파극은 순진한 사람들의 박수를 받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위에 든 10가지는 그럴 듯하지만 순 엉터리다. 관념적이고 선동적일 뿐, 전혀 사실에 기초를 두지 않은 생떼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악랄한 북한 공산당이 통일전선 차원에서 만들어낸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적화통일]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없이 적화통일을, 수령독재체제의 최후 승리를, 노리고 있다. 그들은 세가 불리할 때 시간을 벌기 위해 지키지 않을 협약을 맺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수령독재체제에 대한 타협과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언젠가는 한국을 완전히 접수하여 주체사상을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목표이다.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집집마다 모시게 하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김일성·김정일의 휘장을 7천만의 가슴에 남김없이 다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실인즉 사회주의니, 공산주의니, 주체사상이니, 이것은 오로지 김일성 부자와 그 가족과 그에 충성을 다하는 자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하는 한낱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김일성은 80 평생 죽을 때까지 공산주의에 대해 김영삼 이하 세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해 모르는 것만큼이나 민망할 정도로 몰랐다. 김정일도 마찬가지! 나이 환갑 진갑 지나고도 3천 궁녀를 거느릴 만큼 정력이 절륜하지만, 전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감독하는 산더미 같은 서류는 눈이 빨개지도록 읽고 신나게 동그라미와 곱표 흔적을 남기지만, 마르크스니, 레닌이니, 모택동이니, 황장엽이니, 그들이 써 놓은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 골치 아픈 책들은 아랫것들이 밤낮 연구하여 누가 봐도 그럴싸하게 얽어매면 된다. 필요하면 이름을 빌려주거나 연설문을 대신 쓰게 하여 읽기만 하면 된다.
[반공의 된장에 생긴 몇 마리 구더기]
한국에도 과잉 충성하는 자들이 있어서 북한과 전혀 연계되지 않은 사람들을 일부 고생시킨 적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된장에 생긴 구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구더기 몇 마리를 가리키며 냅다 된장독을 깨고 된장을 황금 빛 대변과 섞어 버리는 자들은 색깔론을 악용한 자들보다 훨씬 고약한 자들이다.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은 한겨레 기자도 못하고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건만, 아직도 북한에서 남파 간첩과 고정 간첩에게 내려보내는 전파는 전혀 줄지 않았으니까. 머리에 뿔 달린 도깨비보다 열 배 백 배 무서운 자들이, 사디스트군(軍)의 대장군 김정일 졸개들이 제 세상처럼 설치는데도 '교류와 화해'라 감격해 하면서 모른 척한다는 말이다.
[김정일의 몰상식과 등소평의 상식]
북한 공산당이 주민들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배가 고파 국경을 넘는 동족을 공화국 배반자로 몰아 중국의 악명 높은 공안과 한 통속이 되어, 보이는 족족 잡아가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 가혹한 수용소에 가두거나 때려죽이는 일은 차마 인간이면 할 수가 없다. 협동농장을 해체하고 농민들에게 100평 200평이 아니라 3000평, 4000평을 나눠 주면, 1년 안에 단 한 사람도 굶어 죽을 리가 없다. 그렇게 한다면, 전세계에서 서로 도와 주려고 난리가 날 것이다. 쓰나미 피해를 입은 동서남아시아를 돕듯이 서로 도와 주려고 난리가 날 것이다. 북한의 2005년 공동사설을 보라. 농업생산력을 증진시키겠고 하니까,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비슷하다고 다들 호들갑을 떠는데, 거기 어디 단 한 줄 농토를 농민에게 돌려 준다는 말이 있는가. 순진한 건가, 순진한 척하는 건가. 무지몽매한 건가, 무지몽매한 척하는 건가.
등소평이라면 뭐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인민공사를 해체하여 농토를 농민에게 돌려 주고 장사하고 싶은 사람 마음껏 장사하게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건 만들어 팔고 싶은 사람은 밤을 낮 삼아 물건을 만들어 팔라고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남은 돈은 세금을 조금만 내고 다 차지하라고 내버려 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서민이 세금 포탈한 것은 웬만하면 다 눈감아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평등이니, 인간중심이니, 요 따위 말을 하는 자들에게도 돈주머니를 흔들어 보이며 침을 꼴딱 삼키며 돈벌이에 나서도록 꼬였을 따름이다. 몽둥이로 후려친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않게 들었던 고향 사천성의 속담을 인용하여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나 잡아라, 공산당이든 공산당이 아니든 돈이나 벌어라, 남의 돈 빼앗을 생각 그만 하고 네가 직접 돈을 벌어라' 이걸 가르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산주의라는 것은 '까놓고 말하면' 제 땀 흘리지 않고 남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빼앗으려고 스스로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위해 온갖 철학과 과학을 동원한 요설이라는 것을, 조직폭력배의 궤변이라는 것을, 등소평은 갈파하고 13억 중국인이 스스로 땀을 흘려 돈을 벌도록 물꼬를 터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했더니 과연 모든 게 절로 해결된 것이다. 4천8백만 떼부자 대한민국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던 13억 떼거지 국가가 불과 한 세대만에 한국을 까마득히 제치고 세계 최강 미국과 패권을 다투게 된 것이다.
[남북은 아직도 007 시대보다 더한 냉전 체제]
크게 인심 쓰듯 어쩌다가 벌이는 이산 가족 상봉 쇼 대신 편지라도 마음대로 주고받게 하고, 친척집을 서로 방문하게 한다면, 남쪽 친척이 북쪽 친척에게 바리바리 싸 주는 것을 허용하기만 하면, 어느 누가 냉전이 끝났다고 하지 않을까. 007 시대에도 이보다 더 고약한 냉전은 없었다. 단 한 명 마음껏 북한이든 한국이든 친척집에 가서 열흘이고 스무 날이고 감시원이나 기자가 한 명도 따라붙지 않은 채 하고 싶은 말 다하도록 내버려두는 걸 죽어도 못하는 게 무슨 냉전의 종식인가. 설령 전쟁을 하더라도 이렇지는 않다. 전쟁 중에도 몰래 가족을 찾아가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반공은 공산독재를 반대할 뿐, 독재에 시달리는 주민은 내 가족처럼 사랑한다]
반공은 공산독재를 반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나 러시아, 동구처럼 공산독재를 버렸으면, 그 나라만이 아니라 그 위정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대를 이어 공산독재를 계속하고 있다. 이건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 닉슨이 모택동을 만난 것처럼 협상의 테이블에는 앉되, 공산독재에 신음하는 주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협상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공은 공산독재에서 신음하는 90%의 주민은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니까.
따라서 그들의 굶주림과 두려움은 나와 내 가족이 당한 것처럼 안타까워 하고 최선을 다해 돕는다. 만약 그들이 배고픔에 못 이겨 탈출하면, '쉰들러의 심정'으로 그들을 돕는다. 전세계에 그들의 인권 탄압에 대해 눈물로 호소한다. 세상 눈이 무서워 마지못해 고작 10년에 5천 명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구서독처럼 1년에 10만 명이라도 받아들여서, 금강산 관광이라며, 정상회담 수락 감사비라며, 1조 원이네 6천억 원이네 갖다 바치지 않고, 주민들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을 그런 곳에 북한의 1년 예산에 맞먹는 돈을 고이지 않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대한에서 정착하는 것을 돕는 데는 아낌없이 쓴다. 그게 바로 반공이다.
[햇볕 정책은 해바라기 정책: 김정일 '해님'을 바라보며 방긋방긋 웃기]
그러나, 보라! 햇볕 정책을 동네방네 떠드는 자들은 2천만(나머지는 공산당원) 북한 주민의 고통에는 어찌 그리 무심한가. 기껏 3천만 원밖에 안 주던 정착금도 그 사이에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무지막지하게 3분의 1로 확 줄인단다. 세상에! 전세계가 북한인권을 규탄해도 남북의 특수 사정 어쩌고저쩌고 하며 외면하여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민주와 인권을 그렇게 노래 부르던 사람들이 군인 출신 대통령이 물러난 지 12년이 넘었건만, 미국도 만들었고 일본도 만들려고 하는 북한인권법은 생각도 않는다. 오히려 남의 나라에까지 가서 기를 쓰고 반대한다. 누구를 위해서! 북한 주민을 위해서? 아니면, 김정일을 위해서? 어쩌면 머잖아 모든 진실이 주인 바뀔 KBS와 MBC를 통해 샅샅이 방영되면, 햇볕 숭배자들은 이승에서 지은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한 값을 이자까지 쳐서 이승에서 치러야 할지 모른다. 그 전에 스스로 낙화암에 가서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 놓고 분분히 뛰어내려야 할지 모른다.
'장군님, 같이 가사와요∼'
(2005. 1. 4.)
반공은 북한주민사랑, 햇볕은 김정일사랑
- 최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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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1-04, 17: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