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산업에 대한 오해]
어떤 사회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새로운 산업이 자꾸만 생겨난다. 이전에는 경제 영역이 아니던 것도 경제 영역으로 편입되는 수가 많다. 이 때에 사람들은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낡은 도덕으로 가치중립적인 새로운 경제활동을 당장이라도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 것 같은 사악한 짓으로 매도하기 쉽다.
1차 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사회에서 2차 산업이 일어날 때 격렬한 저항이 일어나고 3차 산업이 2차 산업을 능가할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1차 산업의 도덕으로 2차 산업을 비난하고 2차 산업의 도덕으로 3차 산업을 매도한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그것은 대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기심의 발로일 경우가 많다. 또는 새로운 시대 흐름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런 자들이 바로 개혁저항세력이다.
한국은 이제 1차 산업의 비중이 인구로는 8%, 생산액으로는 4%도 안 된다. 2차 산업 역시 고용 측면으로도 25% 남짓하고, 생산액으로 따져도 30%에 못 미친다. 수출은 대부분 2차 산업이 차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2차 산업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1차 산업은 무조건 보호하고, 2차 산업은 기를 써서 장려하고, 3차 산업은 두더지 잡듯이 그 머리를 수시로 내려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특히 정부·여당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양반들 중에 그런 겉똑똑이들이 많다. 대체로 세상 근심을 온통 다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일수록, 심각하고 진지한 사람일수록 1차 산업의 개방에는 목숨을 걸고 반대한다. 그보다 '애국심이 적은' 사람들은 2차 산업에 목숨을 건다. 그러나 '말로만 애국'에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도사들은 1차든, 2차든, 3차든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날로 부상하는 3차 산업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신세계를 꿈꾸며 가슴을 두근거린다.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1차 산업과 3차 산업의 경쟁력이 형편없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1차 산업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3차 산업을 중심으로 이야기할까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 발전의 수준으로 볼 때 아직도 2차 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미국은 제조업이 14.1%밖에 안 된다. 영국 16.7%, 일본 19.7%이다. 선진국 중 제조업의 비중이 제일 높은 독일도 22.2%에 지나지 않는다(이상 2000년 기준). 장기적으로 보면, 제조업이 강한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속도가 훨씬 가팔라질 수 있다. 바로 이웃의 13억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10억 인도도 중국을 뒤따르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을 키워야]
그래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하루속히 높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에서는 선진국에 비해서 그 생산성이 별로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서비스업이다. 생산성이 한심할 정도로 뒤떨어진다. 선진국은 물론 심지어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못하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에겐 숫제 상대가 안 된다. 대만은 제조업이 강한 만큼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떨어질 것 같지만, 제조업에 대한 상대적 생산성지수는 일본과 독일, 미국을 능가한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높은 것이다. 대만 1.8, 독일 1.7, 미국 1.5, 일본 1.5, 한국 0.8(이상 1995년 기준).
우리도 이제 서비스업에 대한 발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목 현상이 일어나서 제조업과 농업도 투입량만 늘어날 뿐 생산성이 점점 더 떨어진다. 그러면 부실 기업이 우량 기업을 다 잡아먹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다.
서비스업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융(2003년 기준 GDP 비중 8%)이다. 우리는 아직도 독일과 일본식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 금융은 제조업의 시녀라는 것이다.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서 기꺼이 금융업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사코 정부가 은행을 틀어쥐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도 여전히 관치 금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인 압력이 거세어지자 국내 금융업은 손발을 묶는 대신 외국계 금융업에게는 날개를 달아 준다. 그래서 그들은 키보드만 다다다 두드리고도 한국 증시에서 매년 30여조원을 벌어간다. 우리도 빨리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지론처럼 금융업을 수익성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로, 15%로 끌어 올려야 한다. 외국 증시에서도 달러를 왕창 벌어 와야 한다. 수출보다 얼마나 쉬운가. 짭짤한가.
아직도 정부는 박정희라면 이를 갈면서도 박정희 손안에서 논다. 중소기업 살려라, 벤처기업 살려라, 신용카드 회사 살려라, 이자를 낮춰라, 어쩌고 하면서 금융회사를 다그쳐 손해 날 줄 알면서도 돈을 마구 빌려 주도록 압력을 넣거나 울며 청양고추 먹기로 이자를 낮추게 한다. 그게 바로 박정희 패러다임인데, 미안하지만 박정희는 정부를 앞장세운 적은 많지만, 그렇게 무식한 방식을 쓴 적이 없다.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기업들이 눈치만 살피는 희한한 금리 정책을 쓴 적도 없고 도덕적 해이를 키운 적도 없다. 새마을 운동할 때도 땀을 뻘뻘 흘리는 바로 이웃 동네는 시멘트를 100포대, 1000포대를 주면서도, 감나무에서 홍시가 떨어지다가 해리 포터의 마술로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갑자기 휙 방향을 바꾸어 입안으로 쏙 들어오길 기다리면서 손 하나 까딱 않는 동네는 단 한 포대도 안 줬다. 무턱대고 욕할 생각만 하지 말고 배우려면 제대로 배우시라.
정부가 그런 식으로 돈을 퍼 주면, 결국 중소기업도 망하고 벤처기업도 망하고 은행도 망한다. 부도날 것은 기업이든 은행이든 부도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죽자 사자 일하고 날마다 머리를 쥐어 짜내서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든다. 농촌도 마찬가지다. 돈을 퍼 주면 안 된다. 62조원을 퍼 주고도 농촌이 어떻게 되었는가. 도와 주고 싶으면 싹수가 파릇파릇한 농부만, 떡잎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업인만 도와 주어야 한다. 그것도 이젠 정부가 나서지 말고 은행이나 농협으로 하여금 자체적으로 담보 조사가 아닌 신용 조사를 해서 책임지고 돈을 빌려 주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농민을 기어코 도와 주고 싶으면, 생색내기 좋은 목돈을 주기보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기술과 경영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남이 잡아 놓은 물고기(근면 농민과 알뜰 서민의 저축 또는 우량 기업과 성실 노동자의 세금)를 빼앗아서 선심 썼다가 왕창 떼어먹히지 말고, 두고두고 고마워 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란 말이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사람]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우선 정부 관계자가 농업은 중전마마로, 제조업은 왕으로 대접하려는 19세기식 사고 방식의 무쇠 갑옷을 벗어 던져야 한다. 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날이면 날마다, 성장이 어쩌고 분배가 어쩌고 그 따위 초등학생도 한 목소리 낼 수 있는 소리는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서로 편을 갈라, 한쪽은 제조업을 쑥쑥 키워야 한다고 하고 한쪽은 제조업의 과실을 골고루 나눠야 한다며 눈에 살기를 가득 담고 상대를 노려보면서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종로파 또는 영등포파 조폭처럼 목소리를 깔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 떨어진다. 도덕적 해이 탓이다. 성장을 중시한답시고 부실 기업에 돈을 퍼 주거나 수십조원의 연기금으로 1회성의 깜짝 이벤트 행사를 거창하게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든, 분배를 중시한답시고 상위 11% 노동자들의 연봉을 선진국 이상으로 올려 주거나 휴대폰 번호를 수시로 바꾸는 수백만의 신용불량자를 구제해 주든, 도덕적 해이는 커지기만 하기 때문이다. 금융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금융기관에 퍼 준 것만 해도 100조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뿌린 도덕적 해이의 독은 깊고도 넓게 퍼져 이대로는 서해의 대륙붕이 솟아올라 한반도보다 큰 육지가 생겨도 금융기관의 국제 경쟁력을 기를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서비스업을 매력적으로 만들 인재를 길러야 한다. 과학기술 인력도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고 서비스업 종사자의 능력도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무엇으로? 교육으로!
이제 누구나 다 아는 대로, 21세기는 자본이 지배하지 않는다. 정보가 지배한다. 그런데 정보는 은행에 있지 않다. 책에도, 컴퓨터에도, 인터넷에도 없다. 그것은 사람의 머리 속에 있다. 유능한 인재는 정보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생 공부해야 한다. 그러자면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에서 컴퓨터를 능가하는 머리가 있어야 한다. 이런 머리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주느냐? 그것이 바로 교육이다. 이제는 교육 자체가 고부가가치 산업(2003년 기준 GDP의 5%)이다. 서비스업의 꽃이다.
교육부는 과외를 전면금지하고 본고사를 없애고 대학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린 해부터 따져도 25년을 오로지 사교육 때려잡는 데 골몰했다. 교육부가 아니라 '사교육부'이다. 결과적으로 사교육비를 수십 배 더 늘리고 공교육만 망가뜨렸다. 대학은 대학대로 눈만 높은 '실업자 양성소'가 되었다. 그나마 학교 대신 학생들을 공부시켜 주는 사교육 담당자들에게 고마워 할 줄 모르고 도리어 그들을 걸핏하면 죄인으로 몰아 세운다. 심심하면 세무조사를 한다. 교육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보지 않고, 교육비를 투자로 보지 않고, 오로지 가계를 주름지게 하는 소비로만 보았기 때문에 이런 희대의 코미디가 발생한 것이다.
머리 속은 비었든 말든 돈만 내고 출석일수만 채우면 중·고등학교든 대학이든 졸업장을 쥐어 줌으로써, 계층 상승의 신분증을 전국의 각 세대에게 골고루 나눠 줌으로써, 이젠 대학 졸업장마저 노인 대학의 무슨 1일 연수 수료증같이 우스꽝스러운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교육부는 교육을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개발하게 도와 줌으로써 장차 사회 곳곳에서 각자 높은 긍지를 갖고 일하게 만드는 서비스업이 아니라, 조선말의 족보 장사같이 사기성이 농후한 장사로 전락시켰다.
양반에 포원(抱寃)이 진 자가 없는 살림에 기둥뿌리를 하나 뽑아 족보를 사서, 설령 양반이 되어봤자 대추 먹고 이빨이나 쑤실 수 있을 뿐 이미 나라 전체가 가난에 찌들고 부패에 절어 있어 뜯어먹을 것도 없거니와 개나 소나 양반 행세하는 바람에 알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저 혼자 신이 나서 양반입네 달랑 그림자 하나 데리고 장죽을 물고 팔자 걸음을 걸으면서 헛기침을 하던 것처럼, 너도나도 바보라도 받을 수 있는 대학 졸업장을 나중에는 어떻게 되든 일단 하나 확보하려고 광분했다. 교육부와 대학은 한술 더 떠서 대학 졸업장을 단지 신분 상승의 일개 공명첩(空名帖)으로 보았기 때문에 한국의 대학경쟁력을 세계의 주요 60개 경제권 중 59위로 추락시키고도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른다.
교육부와 대학은 대학 정원을 더 이상 넓힐 수 없을 만큼 넓혀서 '금쪽 같은 내 새끼들'을 하나같이 영양가 제로인 현대판 양반으로 만드는 일에만 골몰했을 뿐, 실지로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기르는 일에는 거의 신경을 안 쓴 결과, 황금 알을 낳는 서비스업을 허영심이나 잔뜩 부추겨서 구청의 '환경미화원과'나 유령 중소기업의 '피라미드영업과'도 알아 주지 않는 '저 혼자 빛나는' 졸업장을 비싸게 팔아먹는 '족보 장사'로 전락시켰다.
[교육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 주어야]
풀어 주어야 한다. 자유의 날개를 달아 주어야 한다. 사립 중·고등학교에게는 날개를 달아 주고 대학에는 제트 엔진을 달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연봉 10만 달러를 받는 인재가 되기 위해 총액 기준으로 적어도 10만 달러, 많으면 100만 달러를 외국의 학교에 갖다 바치는 학생들을 대거 붙잡을 수 있다. 외국의 학생들도 코리아로 너도나도 유학 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다 GDP를 끌어올린다. 영국은 영어교육산업이 국내 4대 산업이라고 한다.
교육은 돈이 많이 든다.
첫째, 세계적인 인재를 기르려면 교사든 교수든 대기업 임직원보다 많은 월급(이것도 GDP에 들어감)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없던 사명감도 절로 생긴다. 학원 강사보다 훨씬 적게 주고 잘 가르치나 못 가르치나 월급을 똑같이 주면, 밑 빠진 독에서 물이 새듯이 알량한 사명감이 아침저녁이 다르게 솔솔 빠져나간다. 장래 남편의 주업을 돕는 부업거리로 생각한 여자들만 사생결단하고 공부하여 임용고사를 싹쓸이한다. 그래서 애들이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치마폭을 벗어나지 못한다. 균형 잡힌 성인으로 키우기가 수은으로 금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어렵게 된다. 사춘기 이후엔 자연스럽게 벗어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영영 헤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대량생산된 마마 보이와 마마 걸은 시집장가 가서도 걸핏하면, 심지어 2세 생산에 열중하다가도 엄마한테 일러바친다. --엄마, 이 머슴아[가시나]가 변태야, 흑흑! 나, 집에 갈래!
대학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175개 4년제 대학 3만9천여명(중복 제외)의 시간강사는 월 평균 수입이 56만원밖에 안 된다.(2003-08-19 중앙일보) 서울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책값은커녕 교통비도 안 나온다. 그나마 방학 4개월은 '꽝'이다. 이들은 거진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약 3분의 1이 박사 학위 소지자이지만, 기숙사에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월 100만원은 보장받는 경우가 태반인 불법 외국인 근로자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의 시간강사는 현대판 노예다. 한국의 전임교수는 노예 위에 군림하는 귀족이다. 전 국가적으로 적용되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대원칙이 최고의 지성인 사회라는 대학에서만은 안 지켜진다. 심지어 일부 '대학의 귀족'은 '대학의 노예'보다 훨씬 질 낮은 강의를 하고도 보수는 10배를 받는다. 16주×2학기×9시간=288시간이니까, 연봉을 6천만원으로 쳐도 1시간 강의에 약 20만원을 받는다. 뿐이랴, '대학의 나으리'들은 잠깐만 한 눈 팔면 사회와 국가에서 어찌나 높이 떠받드는지, TV나 신문, 무슨 무슨 위원회, 자문, 강연, 프로젝트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귀하신 몸이 된다. 이들이 크게 선심을 써서 힘들고 귀찮은 강의를 어여쁜 시간강사에게 좀 떼어주고 두루두루 명사 대접이나 받으며 돌아다니면, 그들의 부수입은 오히려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되는 주수입을 능가한다. 반면에 시간강사는 1시간 강의에 평균 2만8천원밖에 못 받는다. 어찌나 셈이 바른지, 방학이나 축제 등 무강(無講)이나 결강은 다 제한다!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전임교수들이 천지개벽에 맞먹는 제3의 물결, 지식정보시대에 자신들보다 조금도 못잖은 최고의 지성들을 봉건시대의 노예처럼 무지막지하게 착취하는 이런 구조하에서는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도 제대로 설 수가 없다. 제2의 아인슈타인도 한국에서는 '빽'이 없으면, 시간강사 신세에서 영영 벗어날 길이 없어 하루 두 끼 식사도 눈가에 이슬방울을 맺기는커녕 마냥 감사하며 꿀처럼 맛있게 먹어야 한다. 그나마 두 끼 중 한 끼는 식빵이나 라면으로 때워야 하고. 그들은 종종 좀도둑처럼 화장실에서 초코파이 한 개 먹고 학생회관의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검소한 재벌처럼 우아하게 마셔야 한다. 혹시 제자와 마주치면 4월의 목련처럼 화사한 미소를 띠고, '나, 점심 먹었어!'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 돈이 없어서 그렇다. 시간강사들에게도 최소한 연 수입 2천만원 이상을 보장하려면, 고작 53%에 머물고 있는 교수충원율을 100%로 끌어올리려면, 재정의 대부분을 학생들에게 의존하는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을 현재보다 50% ∼ 100% 올려야 한다. 그러나 10%만 올려도 사립대학 재정의 3%밖에 보태주지 않는 교육부는 대학의 회계장부를 가리키며 눈을 부라리고, 대학생들은 각목을 들고 총장실로 달려간다. 입에는 자유의 나팔을 물고 팔에는 평등의 완장을 차고서 멀리 플라톤의 이데아를 바라보며, 바로 눈앞의 노예 해방에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셈이다. 다같이 망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러고도, 한국의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를 바란다? 지나가던 소가 웃다가 허리가 부러질 일이다.
교육에 돈이 많이 드는 또 다른 까닭은 세계 수준의 지식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이것도 GDP에 들어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과 기술 교육에는 엄청난 돈이 든다. 포항공대는 1년에 학생 1인당 5천만원을 쓴다. 세계 1위, 2위를 다투는 포항제철은 아낌없이 '투자'할 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세계 수준의 교수들에게 믿고 맡긴다. 이렇게 대학과 회사가 힘을 합쳐 공들여 기른 인재는 어디 가든지 제 몫을 다한다. 개교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포항공대의 졸업생들이 100% 취직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사필귀정이다. 4년간 2억원을 들여서 키운 이런 인재들은 1년에 4억원씩 평생에 걸쳐서 적어도 1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보다 더 수지 맞는 장사가 어디 있는가?
사립학교는 학생 선발권도 되찾아야 하고 등록금도 필요한 만큼 받아야 한다. 등록금 받은 만큼 교육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테니까,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 외국에는 1년에 1억원도 내는데, 왜 우리나라는 자립형 사립고도 1년에 400만원 이상 못 받게 하는가. 스스로는 연말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 1만원도 아까워서 동료 직원들과 이심전심의 멋쩍은 웃음을 주고받은 후에 일률적으로 3천원, 많아야 5천원밖에 안 내면서, 왜 사립학교 재단에는 이미 출연한 것만 해도 수백억원, 수천억원인데도 불구하고, 그 돈을 은행에 집어넣었으면 자손 대대로 손 하나 까딱 않고 해외 여행이나 하면서 어딜 가나 칙사 대접을 받으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산으로 전국의 수천 개 사립학교 대신 공립학교를 세웠으면 수백조원이 들어갔을 일을 그들이 대신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성으로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않고 맡겨 놓은 다이아몬드 광산이라도 있는 듯이 아래위로 눈을 치켜 뜨며 해마다 최소한 수십억원씩 냉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가.
그런 위선적인 도덕이 어디 있는가. 교육이 그렇게 신성하고 교직이 그렇게 신성한 천직이라면, 왜 '스승님'에게는 월급 한 푼 받지 말고 무료 봉사하라고 강요하지 않는가. 왜 그 역시 교육에 종사하는 교육부의 공무원들은 무료 봉사하지 못하는가. 솔선수범하지 못하는가.
교육 서비스를 잘한 만큼, 비용을 많이 들인 만큼, 기꺼이 더 내려고 하는 학부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국내의 학원 수강료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등록금만 받게 하는가. 귀족 학교를 자꾸 들먹이는데, 그러면 자립형 사립고보다 두세 배 이상 받는 전국의 모든 입시 학원은 모조리 귀족 아카데미인가. 거기는 강남의 졸부 귀족만 다니는 덴가. 미안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 아닌 한,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다니는 서민 학원이다. 종로학원, 대성학원에는 지방의 수재들도 숱하게 올라와서 잘만 다닌다. 교육 서비스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수강료와 하숙비가 전혀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부실한 공교육 12년 후에 받는 알찬 사교육 1년에 다들 심 봉사 눈뜨듯이 눈이 번쩍 뜨이기 때문이다.
기부금 입학도 과감히 허용해야 한다. 기부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기부 입학생도 공부를 못하면 사정없이 쫓아내면 된다. 또한 기업은 학교에 기부금을 낸다기보다 투자한다는 기분이 들도록 해야 한다. 100억원을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1000억원을 뽑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 너도나도 교육산업에 뛰어든다.
[사교육도 교육산업-교육부와 EBS가 독점하지 말아야]
사교육도 억압할 게 아니라 장려해야 한다. 학원도, 출판사도, 방송도, 학습지 회사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긍지를 느끼면서 교육산업에 매진하게 해야 한다.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강도짓하는 것도 아니고 사기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을 죄인 취급하는가. 그들이 공교육과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함께 발전하게 해야 한다.
지식정보화시대에는 배움터가 학교로 한정되지 않는다. 학교든, 학원이든, 도서관이든, 기업이든, 인터넷이든, 방송이든, 교회든, 절이든, 문화교실이든, 길거리든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 억압한다고 없어질 리가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정부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사교육 시장을 잘 키워 이제는 해외로 진출하게 적극 도와 주어야 한다. 외국의 사교육 시장에서 달러를 긁어 모으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외국에 도리어 교육 개방의 압력을 팍팍 넣어야 한다.
교육부가 교육을 독점하고 EBS가 교육산업을 독점하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국화빵같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 나온다. 똑같은 교재로 똑같은 방송으로 똑같이 배워서 똑같은 시험을 보면, 창의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괴상망측한 인간이 양산된다. 그런 자들은 성인이 되어도 방송에서 무슨 말을 하든 곧이곧대로 믿는다. 물적 증거가 수백 개여서 고문할 가치조차 없었던 간첩이라도, 법원에서 확정 판결한 간첩이라도 KBS에서!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한, 억울한 누명을 쓴 민주열사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는다. 이런 자는 방송을 시청하자마자 팔을 휘두른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수구꼴통 물러가라!'
세계가 칭송하는 기업인이라도 MBC에서! 사기꾼이라고 매도하면, 곧이곧대로 믿는다. 이런 자는 방송을 시청하자마자 눈에 불을 켠다.
'체포조를 결성하자! 재벌을 해체하라!'
이런 로봇들은 민주주의에 암적인 존재다. 그렇게 되면 교육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가 된다. 아니, 소비도 아닌 낭비가 된다.
EBS도 다른 방송이나 인터넷 업체, 출판사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학생들을 협박하지 말고 유혹해야 한다. 서비스가 좋으면 수요자인 학생들이 안 볼 리 없다. 시원찮아서 안 보는 걸 갖고, 장관이 직접 나와 70만 수험생을 협박해서, 여기서 시험 문제 다 온다며 잔뜩 겁을 주어서, 보든 안 보든 불안해서 그 책을 사게 만드는 나라가, 그 책만 사고 오로지 그 강의만 듣게 말의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나라가 전세계에 어디 단 한 나라도 있는가. 그래 놓고는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어느 날 엄한 놈 잡아 운수 대통한 뒷골목 아이들처럼 '하이 파이브'를 외치면 안 된다. 그 바람에 GDP가 얼마나 줄었는지 아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는지 아는가.
신문은 멀쩡한 법률(1개사 50%, 3개사 75%)도 어겨가면서, 1개사는 30%, 3개사는 60%를 못 넘는다는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악법을 만들면서, 괴벨스도 배꼽잡고 웃을 악법을 만들면서, 어찌 EBS는 1개사가 방송, 출판, 인터넷에서 거의 100% 독점하게끔 정부 권력으로 적극 밀어 주는가. 그것도 치사하게 시험 문제로 협박하면서! 3류 예술에 미친 정신병자 네로가 슬금슬금 눈치를 볼 희대의 독재자 김정일도 그런 무지막지한 조치를 취했다는 소문을 과문한 탓인지 듣지 못했다.
[의료, 법률, 회계도 고부가가치 산업]
의료도, 법률도, 회계도 이제 모두 황금 알을 낳는 서비스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의 사지도 묶고 또 묶는다. 그 사이 '꿈에도 소원' 선진국에서는 이들 서비스업이 일찌감치 자유의 날개를 달고 창공을 훨훨 날아 태평양과 대서양과 인도양과 유라시아를 단숨에 건너와서 호시탐탐 세계 11위 경제강국의 성문이, 4800만 소비시장의 남대문이 열리기만 기다린다.
의사를 많이 배출하고, 고시의 정원을 왕창 늘려 변호사와 회계사가 길거리에 깡통 차고 나앉게 만든다고 무슨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대학원 과정으로 의학과 법학을 올린다고 절로 국제 경쟁력 있는 인재가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니다. 유능하고 친절한 의사가 돈을 더 벌 수 있게 하면 우후죽순처럼 호텔 같은 병원이 생겨난다. 외국에서도 환자들이 서로 오려고 암표를 거래한다. 그러면 매연을 전혀 안 내뿜고, 앉은자리에서 매년 수십 조원을 벌 수 있다. 욘사마 열풍은 아무 것도 아니다. 대학에서 국제간의 법률과 회계를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그런 인재는 무시험으로 자격증을 주면, 법무회사나 회계법인은 세계적인 인재가 넘치게 되어 오히려 국내의 문이 하루 빨리 열리기를 학수고대한다. 눈을 해외로 외국 기업으로 돌리면, 황금이 도처에 번쩍번쩍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다시 강조하지만 둘이다.
첫째, 서비스업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
둘째, 교육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깨닫고 국제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기를 것.
그러면 금융이든, 유통이든, 물류든, 관광이든, 요식업이든
('희망돼지'의 노무현 정부는 광주의 룸살롱에서 질펀하게 놀던 386 실세들의 귀띔으로 대대적인 도덕재무장 운동을 벌여 전국의 식당 주인들이 솥뚜껑을 꽹과리로 착각하게 만듦),
연구개발이든, 건설이든, 부동산업이든
(80년대에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보다 비싼 요트를 탔지만 강남 땅에는 그 돈의 100분의 1도 묻어 두지 않고 은밀히 '오래 사는 샘물'을 팔았던, 재테크에 아주 서툰 듯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부활'시켜 준 헌재의 어르신들이 보다 못해 지엄하신 각하의 면전에서 왕소금을 뿌림에도 기어코 이름만 살짝 바꿔 대대적인 부동산 붐을 일으키고 있는 충남의 일부 지역 외에는 전국의 건설업과 부동산업을 '야지리' 박살냄),
방송이든, 언론이든, 스포츠든, 영화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디자인이든, 출판이든, 학원이든, 의료든, 법무든, 회계든, 탁월한 인재들이 GDP를 눈부시게 끌어올린다.
나아가 농업과 제조업도 덩달아 군살이 쏙 빠지면서 제비처럼 날렵해진다. 가슴이 멎을 정도로 섹시해진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다들 친절해서 싸울 일이 없다. 침 뱉을 일이 없다. 침 삼킬 일만 있을 뿐! 그러면 국회의원들도 민망해서 더 이상 싸우지 않고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서 공기 같고 물 같은 법률을, 다투어 지키고만 싶은 법률을, 두루두루 편안한 법률을 만들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비로소 다같이 이렇게 외치자. 고백하자.
'대한민국 만세!'
'대통령 오빠, 사랑해요!'
'국회의원 언니, 사랑해요!'
(200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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