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보도에 대하여

지난 1월16일 MBC 9시 뉴스에서 보도 기자는 남부 지방의 폭설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울산도심으로 가던 버스나 택시들도 폭설을 피해서 일방적으로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시내버스나 택시회사와 운전기사들의 운행 거부가 잇따라 애꿎은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일방적' '운행거부'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버스와 택시 기사 및 회사이고, '애꿎은'(억울한)이란 말로 동정을 받고 있는 것은 시민들이다. 이런 피해자 對 가해자 설정이 과연 이날의 혼란상을 정확히 알리는 것일까. 폭설이 내리면 버스와 택시는 안전을 위해서 운행을 중단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 만약 무리하게 운행을 하여 사고를 내면 그때는 기자들이 '폭설이 내려 위험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무리한 운행을 하다가 애꿎은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보도할 것이 아닌가. 이 기사를 보면 폭설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운행을 했어야 했다는 뜻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비행기도 그날 위험을 무릅쓰고 운항을 했어야 했단 말인가. 안전에 대한 최종 판단자는 기장이고 운전자이지 승객이 아니다.

몇십년만에 처음이란 폭설로 인한 교통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자들은 반드시 잘못한 사람들을 색출해내어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것이 아닐까. 좀 편한 마음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보도하는 것이 진실에 접근하는 길일 것이다. 인간을 전지전능한 하느님 수준으로 정해놓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완벽하지 않는 것'을 모조리 문제점으로 설정하여 비난을 퍼붓는 기자들의 자세는 자주 되풀이되는 한국 언론의 한 병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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