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군축 이야기 듣고 오싹"

“金日成도 남침 시기 놓쳤다”

1976년 4월13일. 朴대통령은 청와대 출입 기자단 및 공보비서관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은 1월15일 연두기자회견 때 발표했던 포항석유 시추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
“3월 25일 미국에서 기계를 들여와 하루에 200m씩 파고 있습니다. 시추를 할 때 기계에 물을 붓는데 그 물과 합쳐서 기름이 나오고 있어요. 아직까지 경제성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중에 떠도는 얘기는 전부 거짓말이야. 한 번 포항에 같이 가봅시다. 그때 기름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어.”
화제는 미국 하원의원 프레이저 의원이 시작한 朴東宣의 對美로비 스캔덜, 즉 코리아게이트 사건 조사로 옮겨졌다.
“프레이저의 본색이 드러났는데, 즉 한국의 민권을 위해 투쟁했다는 기록을 남겨서 지지표를 더 얻으려는 속셈입니다.”
대통령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미국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미국의 군사 원조는 내년에 완전히 종결됩니다. 유상원조도 8년 상환이고, 이자 8%는 상업차관과 다를 바 없어요. 내 생각 같아서는 차라리 구라파에서 얻어 오는 것이 좋겠어.
그 전에 닉슨이 국군 현대화를 위해서 무상으로 15억 달러를 준다고 했었는데, 이것이 점차 변질되어 유상으로 바뀌었고, 내년에 받게 될 2억3000만 달러로 15억 달러 약속은 다 이루어진 셈이지요. 미국의 군사 원조 실태를 국민에게 전부 다 알려 주시오.”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었다.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우리 국군만으로 북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도 미군을 쉽게 뽑아 가지는 않을 것이오. 지난번 미 의회에서 딜럼스 수정안이 압도적 다수로 부결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어요.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미국에 지상군을 요청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해군과 공군, 병참 원조만을 適期에 대주면 좋겠어.
걱정되는 것은 이북의 기습이오. 이북에서 일단 기습을 가해 오면 처음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넘어온 적은 모두 분쇄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즉각 전방에서 막을 수 있어요.”
그는 물가에 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추세로 보아 연말까지 도매 물가 인상률을 10%, 소비자 물가 는 12% 선에서 억제하겠소. 절대 자신이 있어요. 석유가 안 나와도 우리 경제는 자신 있습니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북은 모순이 저렇게 쌓여가면 반드시 망합니다. 중국도 외세의 압력이 없었던 청나라는 약 300년 갔지만, 대부분의 통일 중국은 200년 정도밖에 지탱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毛澤東 死後에는 굉장한 혼란이 있을 겁니다. 金日成도 마찬가지요. 金日成도 초조하겠지만, 이제 남침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봅니다.”
朴대통령은 집무실에다가 포항에서 나왔다는 석유를 병에 담아놓고 방문객들에게 자랑하곤 했었다. 그때 이 석유가 땅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지상에서 정유된 기름이 스며든 것이었음을 알고 있던 사람은 吳源哲 경제2수석비서관과 이 석유를 분석했던 석유공사 劉載興 사장 정도였다.


“김대중의 군축 이야기 듣고 오싹”

1976년 4월24일. 朴 대통령은 기자들을 초청해서 오찬을 하면서 보도 금지를 전제로 한 뒤, 크메르(캠보디아) 공산군의 양민 학살에 언급했다.
“우리가 6·25 동란을 겪어 봐서 알겠지만 크메르 사람들 고생하고 있을 겁니다. 공산당은 자기와 같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사람 대접을 하지 않아요. 차라리 소나 말을 더 귀하게 여긴다고 하더군요.
이럴 때 평화니 인권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합심해서 학살의 마수로부터 크메르 국민들을 건져 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세계인권옹호위원회는 무얼 하고 있는 겁니까.
우리 나라에 대해서는 법에 어긋난 일을 한 사람들만 몇 명 잡아서 법의 절차를 밟아 처리하는 데도 야단법석을 떨면서, 크메르에 관심을 안 보인다는 것은 말도 안 돼요. 기자 양반들 사(社)에 가면 이야기해요. 크메르 국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이런 것이야말로 대서특필해야 하는 것 아니오.
인도차이나 3국은 사서 고생하는 것 같아. 월남에 들렀을 때 들은 얘기인데, 우리 공병대가 다낭인가 어디에다 팔각정을 멋지게 세워 주었으나 월남 국민들이 하도 돌보지 않아서 우리 공병들이 매일 아침 청소해 주었다고 합디다. 그곳 사람들은 멀거니 우리 공병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고 하니, 이게 될 말입니까. 전투는 미군과 한국군에게 맡겨 놓고, 자기들은 反정부 구호나 부르면서 재미는 볼 대로 보겠다는 겁니다. 심지어 군 장교가 군수(軍需)를 맡아 하는데, 이들은 오히려 미군에게 원조받은 무기의 일부를 야간에 베트콩에게 슬슬 팔아먹은 예도 있었다고 해요.
그 후 나는 파월 지휘관들에게 일렀습니다, 큰 전과를 세우려 하지 말고, 희생자는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내도록 하고, 한국군에 지정된 지역 안의 보호에만 힘쓰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국의 지원이 없어도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국방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몇 년 전 선거에서 金大中씨가 군축을 선거 구호로 내세웠을 때는 내 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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