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가에서
북한에서 흔해도 너무 흔한 이야기이다. 우리 집에 시내 종심(중심)에서 사는 친구가 찾아왔다.
“너희 집 앞엔 왜 꽃제비가 이렇게 적으냐?”
어처구니없는 물음이었다.
“아니 저게 다 꽃제비인데 저게 적다니?”
내 집앞의 식당가에서 아침부터 줄을 서서 철철 드러누운 꽃제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게 적은 거지. 우리 아파트 앞에는 꽃제비들이 득실거린다. 꽃제비 천지야….”
어느 날 친구의 집에 갔다가 나도 엄청 놀랐다. 시내 종심에서 떠도는 수도 없이 많은 꽃제비들을 보며 한숨이 몇 곱으로 불어났는지 모른다. 그들은 역전(驛前)가에서 장마당가에서 식당가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이 조금이라도 남겨주기를 원하며 서 있다. 농마(녹말)국수가 가장 성행하는 음식이어서 그들에게 차례지는 건 국수를 건져먹고 난 맹물뿐이다. 그것조차도 그들은 맛있게 들이킨다. 지금의 현실이다.
식당 문이 열리기 전에
손님보다 먼저 문가에서
주렁주렁 기다리는 사람들아
서 있을 힘이 없어 앉지도 못하고
치렁치렁 드러누운 꽃제비들아
식당에 온 손님이 건져먹고 간 멀건 국수물
건더기가 아무것도 없는 냉국 같은 물을
식량으로 하루를 살려고
기다리는 꽃제비들아
그들 속에는 세 살짜리 아기도 있다
소녀도 있다, 노인도 있다
그들의 숫자는 줄어들 줄 모른다
그들의 모습은 한결같다
가난이 쪄들고 쪄들어서
아삭한 뼈 우에 살거죽이 쭈그러 붙어
수천 년을 말라버린 미이라 같다
그들의 몸에서 나는 썩은 냄새들은
한여름의 더위에 미치게 한다
서캐(이의 알)가 들러붙은 백머리들
몸 안에서 원숭이들처럼 이를 주어낸다
식당에 들어온 사람들은 몇 안된다
그들은 돈 있는 간부들이나
그들의 가족들뿐이다
그리고 돈 있는 사람들뿐이다.
기다리는 것의 숫자에 가슴이 타게 한다
이 나라에 흥성이는 식당이 어디 있냐
돈 없는 백성은 초라한 밥상의 주인들
퍼런 풀묵같은 죽그릇의 주인들이
식당에 갈 돈이 있겠느냐
손님들이 남기고 간 멀건 물엔
풀어진 국수 오래기 몇, 오리 고기처럼 뛰논다
순서가 무너져버린 꽃제비들아
밀치고 닥치지 말아라
너희들의 식량이 땅바닥에 쏟아져 흐를라
그 물조차 순서가 차례지면 먹고
없으면 못먹는다
가슴이 아프다 기다리다 끝내
먹다버린 멀건 물조차 차례지지 못한 꽃제비들
메마른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의 눈물이
오늘의 끼니는 그들이 삼킨 눈물이다
원한의 식당가
수난의 식당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꽃제비들
이십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흩어지지 못하고 있는 꽃제비들아
너희들의 이 배고픔의 정착지가
언제면 끝날 것이냐
굶음이 언제까지 괴롭힐 것이냐
아직은 가난은 천리에 있는 듯하다
옛 말로 부를 그날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굶어죽어야
이 세상살이 종말을 고할 것이냐 (계속)
식당가의 꽃제비 행렬
- 김수진(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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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9-08, 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