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때맞춰 일본이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을 제출한다더니 2005년 2월 23일 느닷없이 주한 일본 대사 고야기원(다카노 도시유키)이 '독도는 명백한 일본의 땅'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 주한 미군이 핵무기를 배치했을 때는 확인도 부인도 않는(NCND)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도 극렬히 반핵 운동을 펼치던 한국의 지성들과 애국지사들이 북핵에 대해서는 인도나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구경하듯이 멀뚱멀뚱 쳐다본다. 표로써 정권을 바꿀 수 있는 한국의 국민과 '군력'으로 한국의 정치인을 깡그리 강제수용소로 보낼 수 있는 김정일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며 초등학생이 책 읽듯 아무 감정 없이 또박또박 원칙적인 발언 몇 마디를 던지고는 다들 입을 꾹 다문다.
반면에 일본 대사의 독도 망언과 도근(시마네)현의 독도 망동에 대해서는 전국이 들썩인다. 여야가 따로 없고 보혁이 따로 없다. 당장이라도 일본을 쳐들어갈 듯이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보나마나 며칠만 지나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질 것이다. 진짜 분하고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광개토대왕과 이종무의 후손답게 아무 말 없이 전격적으로 대마도를 점령해 버리면, 일본이 꼼짝 못할 것이건만.
지난 10년간 북한은 상전벽해의 개혁을 단행하고도 남았을 달러와 물자를 받고도 개혁과 개방은 시늉만 내고 국제 협약과 남북간 숱한 합의 중에서 북한 공산당에 불리한 것은 단 한 조항도 지키지 않았다. 김정일은 주민을 여전히 기아선상에서 몰아넣는 채 선군 정치를 일점일획도 고치지 않고 1998년에는 보란 듯이 대륙간탄도미사일(대포동 1호) 실험을 단행하고 핵폐연료봉과 핵시설을 봉인하는 척 세계의 이목을 유유히 따돌리고 인공위성이 한 치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지하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근차근 핵무기를 개발했다. 2005년 한국과 중국이 설 연휴로 흥청거리는 날에 북한 외무성이 자랑스럽게 이를 떠벌렸다.
'속았쥐? 푸하하, 통쾌하닷!'
그러면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바랄 뿐이요, 미제의 침략 야욕에 당당히 맞설 뿐이라고 팬티를 살짝 더럽힐 각오를 한 듯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고 카랑카랑 외친다. 세계 최강 미국과 감히 맞짱을 뜨겠다고 큰소리친다. 황소개구리가 진짜 황소에게 덤비는 꼴이다. 머리 좋기로 유명한 김대중 전대통령이 '식견 있는 지도자'라고 극찬한 김정일이 바보가 아닌 한 그것은 미국과 싸우려는 게 아니라 여차하면 남침을 불사하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정세를 들먹이며 1950년과는 판이하다며 한국은 천하태평이다.
반면에 일본의 독도 망언에 대해서는 전국이 들끓는다. 일본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도 독도를 일본 수상 앞에서 다케시마라고 불러 준 분이 어르신으로 계신 정부도 여론이 용광로처럼 뜨거워지자 우정 분노한 척 일본 공사를 소환하여 엄중히 문책했다.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이면 일본 대사를 불러 무릎을 꿇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얼핏 보면 아무 상관도 없는 듯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일본의 독도 망언과 망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일본의 외교관은 신중하기로 유명하다. 책임지지 못할 말은 절대 않는다. 이따금 본심(혼네)을 드러내는 국내의 여타 장관이나 의원과는 전혀 다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그린스펀을 능가할 정도로 미묘한 뉘앙스의 말을 일본의 외교관은 예사로 구사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자국의 원수를 대신하는 일본 대사가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는 종이도 흠집 하나 없이 이등분하는 일본도를 휘두르듯이 직설적인 말을 휘두르는 것은 '독도는 사실상 일본 땅'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단지 시간이 좀 흐르면 알 수 있을 것이란 뜻을 담고서.
무슨 뜻인가? 북한이 남침을 하든 미국이 북침을 하든 한국은 미구에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정보 수집과 분석에서 미국의 뺨을 치는 일본이 내부적으로 오래 전에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말이다. 제2의 육이오를 틈타서 일본이 이지스함을 급파하여 독도를 점령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면? 상황 끝! 또한 법적으로도 김대중 정부가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시킴으로써 '사실상의 점유'라는 껍데기만 남겼다. 그것은 사실상 일본에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1905년 을사조약이나 1910년 한일합방늑약 그 어디에도 일본이 조선을 강점한다는 말은 없다. 어린 양 한국을 이리떼로부터 돌봐 주고 천애고아 한국을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으로 도와 준다고 씌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일본식 외교 용어이다.
독도를 지키려면 일본을 성토하는 이상으로 북한을 무섭게 몰아붙여야 한다. 더 이상 북한에 코끼리가 어린애한테 끌려 다니듯이 질질 끌려 다니며 '성은이 망극하여이다!'를 연발하지 말아야 한다. 韓美日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 북한은 절대 남침하지 못한다. 그러면 미국도 절대 북침하지 않는다. 중국도 더 이상 북한을 돕지 못한다. 잘해야 중립을 지킨다. 중국이 한미일의 강철같은 동맹에 위협을 느끼고 중립을 지킨다며 딱 한 달만 석유와 식량을 끊어 버리면, 김정일은 무조건 항복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그 사이에 북한에서 십중팔구 아니 십중십(十中十) 반란이 일어나 누군가 김정일을 제거한다. 그러면 북한에 민주 정권이 들어서고 개방의 바람이 불고 개혁의 불이 붙는다. 바로 그 다음 날 휴전선 위로는 하얀 비둘기가 날고 그 아래로는 흰 옷 입은 사람들이 어지러이 오간다.
남북간에 전쟁이 없으면 일본은 독도를 멀뚱멀뚱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것 하나 때문에 한국 또는 통일 한국과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경선은 아무 때나 바뀌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전쟁 또는 한 국가의 와해. 후자의 경우는 구소련이나 유고의 예가 있다.
(200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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