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도 가난한 집엔 義賊(의적)이라는데

탈북여성의 고발詩㉕(이 나쁜 놈들아)봤느냐/젓가락도 숟가락도 필요없는/흐르륵 들이마시는 맹물 같은 죽그릇을/그래도 뜯어갈 셈이냐
(이 나쁜 놈들아)


새벽이면 집주인들보다 먼저 깨어나 집집의 문 두드리는 간부놈들. 인민의 돈주머니를 털어내기에 잠도 자지 않고 새벽바람 쐬는 정신병자같은 간부 놈들에게. 부역으로 우리의 몸을 희생하고도 돈으로도 희생당합니다. 해마다 내야 하는 숱한 과제들은 우리를 경악시킵니다.
달마다 내야 하는 파고철을 비롯한 누짐 과제들. 분뇨 1톤, 풀거름 1톤, 피마자씨, 살구씨, 토끼가죽, 인민군대 지원, 건설지원…끝이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을 물건 대신 돈으로 지불해 갑니다. 하룻밤 자고 깨기 두렵습니다. 그 돈 안내면 간부들이 인민반장, 여맹위원장을 앞세워 집 문턱을 지켜 섭니다. 그 돈 못 내면 올 한 해 사상투쟁 무대에 서야 합니다.


눈을 뜨면 아침이 무섭다
새벽부터 청승을 떨며
문턱을 지켜서는 사람이 있으니

두렵다
이 아침에 또 무엇이?
아닐세라 문을 두드린다
동 간부라는 작자가
우리의 돈 털어갈 몫이 예고된
두툼한 장부를 들고

하루 밤새 꿈도 무서운 나라
밤새 어느 놈 궁리해 낸 거냐
우리의 돈주머니 털어내는

법도 없다 이 나라는
참으로 착한 인민이라서
제멋대로 가지고 노는
놀잇감처럼
밑놈도 웃놈처럼
제멋대로 행세하는 놈들

어느 하루도
인민의 돈주머니
엿보지 않으면
잠 못자는 놈들아

네놈들은
밤새 피를 빨고
피둥피둥 살찐 빈대처럼
퉁퉁 불어나는 꿈만 꿨을 테지

봤느냐
젓가락도 숟가락도 필요없는
흐르륵 들이마시는 맹물 같은 죽그릇을
그래도 뜯어갈 셈이냐
도적도 가난한 집엔 義賊(의적)이라는데
이 나쁜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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