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서 다 못부를 과제들

탈북여성의 고발詩㉛<시든 꽃같은 아이들아>책가방은 메었는데/수업종은 이미 울린 지 오랜데/학교 정문 앞에서/뻗대듯이 서있는 아이들아
<시든 꽃같은 아이들아>

아이들에게도 어른들과 똑같은 과제가 차례진다. 달마다 파고철, 파지, 구리, 그리고 해마다 내는 토끼가죽, 살구씨, 피마자씨, 도토리 과제들, 인민군대 지원, 건설 지원, 분토, 풀거름 등등. 이 과제를 수행 못하면 천대와 욕설의 연속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가도 학교 문 앞에서 가슴 졸이며 서성인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책가방은 메었는데
수업종은 이미 울린 지 오랜데
학교 정문 앞에서
뻗대듯이 서있는 아이들아

수업은 이미 시작했을 텐데
가방보다 더 무거운
마음 속의 짐 때문에
교실의 문고리 차마 못 잡은 거냐

어른들 못지 않게
매일매일 해야 되는 과제들
파고철, 파지, 분토, 풀거름
토끼가죽, 살구씨, 피마자씨, 도토리 등등
숨이 차서 다 못부를 과제들

공부보다 먼저
선생님 받아내는 고통의 과제들
그 과제들 때문에 시름에 쌓여
선뜻 발걸음 못 떼는 것이냐

시름겹다 세상은
아이들에게까지도 이토록 큰 짐을
그래서 너희들의 얼굴은
시든 꽃같이 죽어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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