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道理)까지도 가난해진 인민

탈북여성의 고발詩㊲<도리(道理)>오히려 쌀을 쏟아내고는/자루를 거꾸로 뒤집어/대한민국이라는 글자를/유엔이라는 글자를/그 자리에서 지워버렸다

<도리(道理)>

대한민국이나 유엔에 대한 환상을 가질까봐 쌀을 쏟고는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 ‘유엔-USA’라는 글자를 지워버리게 했다. 모두 자루를 거꾸로 뒤집어 사용하거나 라카칠해서 사용했다.


쌀!
쌀!
숱한 생명들이 죽어가면서
애타게 찾던 쌀
목숨 같은 쌀들을.

구원의 손길을 뻗쳐
동족(同族)이
유엔이
숱한 쌀들을 보내
굶어 죽어가는 우리들을
일으켜 주었건만.

우리는 단 한 번도 고마움 표시한 적 없다.

오히려 쌀을 쏟아내고는
자루를 거꾸로 뒤집어
대한민국이라는 글자를
유엔이라는 글자를
그 자리에서 지워버렸다
마치도 더러운 오물을 씻어내듯이.

거기에는 이미 붙어있었다
구제미(救濟米)라고 부르기 전에 먼저 붙은 이름
장군님 대적(大敵) 투쟁에서 승리한 쌀
장군님 보내 주신 쌀.

가엾다

덕(德)을 덕으로 값지는 못할망정
도리(道理)까지도 가난해진 인민
하지만 누구도 몰래
아무도 모르는 마음 속에
가득히 고마움이 산같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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