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주재 필립핀 대사부인이 어느 한국인 집의 가정부가 되었다.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나 이것은 구 소련 말기에 있었던 실화이다. 그녀는 청백리인 남편을 도와 박봉으로 가계를 꾸려야할 형편이었는데, 가정부 1 시간 보수가 고국에서의 하루 품삯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는, 대사부인으로서의 화려한 외교무대를 돌면서도 숨어서는 그 가정부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우연한 기회에 그 한국인 집에서 신분이 들어나고 말았는데, 그녀는 그 가정부 일을 전혀 부끄럽지 않게 여기면서, 한국과 한국인을 여간 부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까닭이 또한 우리의 관심 꺼리다.
그녀는 그 까닭으로, “한국은 훌륭한 리더(leader)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 점이 우리와 다릅니다” 라고 말했는데, 누구냐고 묻는 말에 “포머(former) 프레지던트(president) 미스터 박!” 곧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집주인인 한국인 여성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반정부(反政府) 활동을 했던 사람이었고, 그것이 고국을 떠나게 된 원인이기도 했었다. 박대통령 시절의 기억은 지울 수만 있다면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었는데, 느닷없이 그 필립핀 여성의 얘기를 듣고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사부인은 말을 다음과 같이 계속했다: “한국은 과거에 우리 필립핀보다 아주 못살았지요. 지금은 훨씬 잘 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습니까? 한 사람의 지도자가 나라를 그렇게 바꾼 것이지요.”
그 말을 들은 그 한국인 여성은 많은 고민 끝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어, 그토록 그를 미워하던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존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네 나라보다 못살던 나라가 더 잘사는 나라로 바뀐 한국(韓國)을 보고, 도약단계(跳躍段階)를 뛰어넘은 그 힘든 과정이 한 영도자의 위대한 힘의 소치임을 갈파하는 필립핀 여인과, 그토록 미워하던 한 영도자를, 자신의 비(非)를 뉘우치고 존경하게 되었다는 한 한국 여성에게 나는 머리숙여 경의(敬意)를 표한다.
이 나라 젊은이들이여, 특히 젊은 정객(政客)들이여, 이들 두 여인의 언동이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아시는가? 남의 좋은 점을 볼줄 알아야하고, 자기의 잘못을 뉘우칠줄 알아야한다. 그것을 모르면 지도자는커녕 수준 이하의 인간이라는 낙인(烙印)이 찍힐 것이다.
* 이 글은 동아닷컴 커뮤니티에서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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