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옥수수 알을/아끼며 세이며/열흘을 살았다

탈북여성의 고발詩㊶(당부)너만은 꼭 살아다오/살아서 꼭 가족의 대를 이어주라/아빠, 엄마, 온 가족의 당부/그 당부와 함께/피같이 남겨진 한 홉의 통옥수수.

(당부)

억척같던 아빠가 먼저 굶어죽고
그 다음날 엄마가 굶어죽었다
그 다음날 형이 굶어죽고
그 다음날 누나가
그 다음은 나 차례이지만.

너만은 꼭 살아다오
살아서 꼭 가족의 대(代)를 이어주라
아빠, 엄마, 온 가족의 당부
그 당부와 함께
피같이 남겨진 한 홉의 통옥수수.

그 옥수수 알을
아끼며 세이며
열흘을 살았다
이제 어떻게 더 살아가야 하나
굶음으로 눈앞이 아찔해지는데.

끝내 갈 길을 가려고
점점 눈앞은 흐려지는데
끝끝내 죽음의 장막이 덮쳤는데
눈은 산 자처럼 부릅뜨고 있다
가족의 당부
그 당부가 나를 그러안고 있으니
차마 눈 감을 수 없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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