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걸이>
어느 날 웃동네에 볼 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아기 하나가 춤을 추고 있고 몇 명의 사람들이 떠들썩대며 웃고 있었다. 만 세 살 됐을까말까 한 아기였다. 나도 그 애의 춤추는 모양이 귀여워 저도 몰래 입이 벙글써해서 지나갔다. 돌아올 때 보니 아기가 춤추던 곳에서 떠들썩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알 만한 사람들이 눈에 띄어서 자전거를 멈추고 보니 ‘비(非) 사회주의 그루빠’들과 아기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밀치고 당기며 실갱이질을 벌이고 있었다.
“세 살짜리 아기가 저절로 엉뎅이 들썩이며 춤을 추는데 그게 무슨 죄냐?” 하는 아기 아버지의 목소리가 흥분에 뜨고 있었다. 아기가 궁둥이를 들썩인 것이 사건화되어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어긋나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고 단속당한 것이었다. 나는 어의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나쁜 놈들, 오늘 성과가 없었던 모양이구나. 아기까지 단속한 걸 보니.”
분명 그날 아기 아버지는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죄목이 없어 언치(억지를 부리면서)를 못 거는 자들인데 주먹질까지 오고 갔으니, 고급담배 한 갑 쥐어줬더라면 그것으로 끝났을 것을. 엄청 혼났을 것이다. 시내 안에서 그 자들의 권한은 책임비서도 좌우치 못할 정도로 대단하다. 코에 걸어 주고 싶으면 코에 걸고 귀에 걸어주고 싶으면 귀에 걸어 채는 자들이다.
먹을 것을 손에 쥐지 못했어도
아빠 엄마가 있어 아기는 행복하다
좋아라 흥겹게 춤을 춘다 궁둥이 들썩이며.
아가야 행복한 때로다
아직은 세상의 깊이를 알 수 없으니.
옆집 할머니도 웃고
지나가던 길손도 따라 웃는다
웃을 일이 없던 동네
춤추는 아가를 놓고
웃음발을 길게 날리고 있다.
문득 지나가는 손님 몇이
증명서를 펴 보이며 눈으로 제압한다
“이게 어느 나라 춤이냐
사회주의 춤이 맞느냐
궁둥이 들썩이는 건 황색바람이다
이건 자본주의 날라리 풍(風)이다
네들 수용소 가고 싶으냐?”
세 살짜리 아가한테 무슨 사상(思想)이 있느냐
실없이도 웃고 춤추는 게 아이들이다
과자 한 개 못 쥐어주는 벽 같은 세상을 향해
아빠가 달랜 잠시의 즐거움이다
아프고 쓰린 가슴 달래기도 벅찬데
이 무슨 코걸이질이냐
사회주의 쓰레기들아.
즐거움 뒤에
아기 손에 과자 몇 개 못 쥐어주어도
제발 아기의 눈물만은 터치지 말아라
철없는 아기의 즐거움조차 훼방 놓는 나라여
이게 무슨 사람의 세상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
“세 살짜리 아기가 저절로 엉뎅이 들썩이며 춤을 추는데 그게 무슨 죄냐?”
- 김수진(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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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1-01, 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