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환 구조와 악순환 구조


으뜸 지도자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버금 지도자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지만, 딸림 지도자는 선순환 구조를 헝클고 꼴찌 지도자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 선순환 구조 아래서는 어지간한 실수도 슬그머니 묻히거나 도리어 후에 약이 되는 수도 있지만, 악순환 구조 아래서는 웬만한 성취도 도드라지지 않거나 도리어 후에 독이 되는 수가 많다. 선순환 구조 아래서는 운이 운을 부르고 악순환 구조 아래서는 불운이 불운을 부른다.

선순환 구조를 만든 대표적인 지도자로는 광개토대왕, 김유신, 태종무열왕 김춘추, 문무왕, 광종, 태종 이방원, 세종, 이순신, 박정희 등이다. 세계적으로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와 디즈레일리, 중국의 한무제와 당태종, 몽골의 징기스칸, 만주족의 강희제와 옹정제, 미국의 링컨, 이스라엘의 다윗, 아랍의 마호메트, 인도의 찬드라굽타와 아소카, 로마의 캐사르, 독일의 비스마르크, 프랑스의 나폴레옹 등도 선순환 구조를 만든 으뜸 지도자들이다. 20세기에도 수많은 으뜸 지도자들이 등장했다. 중국의 등소평, 싱가포르의 이광요,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일본의 요시다, 독일의 아데나워, 칠레의 피노체트, 리비아의 카다피,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러시아의 푸틴 등도 뒤이은 지도자들이 보통 정도의 인물만 되어도 절로 나라를 빛나게 할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 중에는 독재자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숱하지만, 그들의 피 묻은 손을 바다에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을지라도 그 뒤를 이은 지도자들은 설령 무능하거나 위선적이거나 독선적이어도 국민들은 최소한 몇 십년간 누구 덕인지도 모르고 자유와 풍요와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한국 역사상 악순환 구조를 만든 대표적인 인물은 둘 다 ‘바보(仁) 왕’이라는 시호를 받은 고려의 인종과 조선의 인조이다. 나라의 선순환 구조에 심각한 이상이 생겨서 중흥의 길로 들어서야 할 때에 이들은 내란이나 외환을 자초하면서 나라를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뜨린 암군(暗君)들이다. 묘청과 이이는 각각 국가 운명의 명의로서 멀쩡한 듯 중병에 걸린 고려와 조선을 치료하려고 애썼지만, 기득권의 광범위한 저항과 집요한 방해에 의해 끝내 고려는 쇠퇴기에 들어가고 조선은 기나긴 몰락의 악몽을 겪게 된다. 영조와 정조가 반짝 힘을 써 보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한양 주변에서나 희미하게 빛나는 등불에 지나지 않았다.

20세기의 악몽인 제국주의와 공산주의는 세계의 반을 악순환 구조에 빠뜨렸다. 히틀러와 무솔리니, 스탈린과 모택동, 폴 포트, 김일성과 김정일, 카스트로 등은 피의 악순환을 즐기며 태양신으로 군림했거나 군림하고 있다. 중남미에도 공산주의의 아편이 반쯤 사람들을 미쳐 버리게 하여 페론 같은 자들이 나타나 나라를 결딴냈다. 서구와 북구에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배부른 자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으며 스스로의 명예와 부를 영속시키기 위해 노동자의 편에 선답시고 노조와 큰 정부를 적극 지지하여 노동 귀족과 거지 왕족을 양산시키며 악순환 구조를 고착시켰다. 그런 악순환 구조에서 간신히 벗어난 나라가 영국과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와 핀란드이다. 유럽은 아니지만, 영연방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이에 포함된다.

90년대 이후에는 인도가 주목 받고 있다.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심에서 어쭙잖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다가 나라를 악순환 구조에 빠뜨린 네루를 서서히 청산하고 있는 인도도 인도공과대학을 앞세워 선순환 구조의 나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인도와 달리 제국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족주의와 공산주의가 결합하면서 엄청난 피를 흘렸던 베트남도 적화통일 10년이 지나서야 제 정신을 차려 도이모이를 주창하면서 비로소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다.

나라 전체를 선순환 구조에 올려 놓는 지도자는 나라 곳곳에 작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또 다른 지도자를 양산한다. 으뜸 지도자 박정희 아래서 신명이 난 포항제철의 박태준, 현대의 정주영, 삼성의 이병철, SK의 최종현, 두산의 박두병, 대우의 김우중, 롯데의 신격호, LG의 구인회, 유한양행의 유일한, 정보통신부의 대부 오명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지도자들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쌍두마차 이건희와 윤종용이 단연 돋보인다. 열악한 한국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들은 잭 웰치나 빌 게이츠 못지않다. 나라의 딸림 지도자들을 만나 그룹이 해체된 대우의 경우도 있지만, 시련을 겪고 난 다음에 하나같이 군살을 빼고 날씬한 모습으로 세계 시장의 초원에서 질주 본능을 만끽하는 건 다 창업자의 음덕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한국은 형식적 민주화 이후에 실질적 민주화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박정희가 만들고 전두환이 지킨 선순환 구조를 노태우 때 한껏 단물을 빨아 먹은 후 김영삼 이래 급격히 악순환 구조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절호의 기회였지만, 선순환 구조를 만든 지도자를 집요하게 헐뜯고 최악의 악순환 구조를 인류 역사상 으뜸 선순환 구조라 자랑하는 ‘주체의 나라’ 북한을 무조건 껴안는 과정에서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 구조를 심화 발전시켰다. 제국주의자 일본과 독일을 개과천선시킨 해방자 미국이 거지와 고아와 먼지의 나라에게도 따뜻한 후원자가 되어 준 덕분에 시장경제의 풍요와 민주주의의 자유가 만발한 한국은 월남과는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월남처럼 민족주의와 공산주의가 북한에 이어 한국에서도 기묘하게 결합된 탓이다.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은 대라신선이 나와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출혈이 없이는 치유할 수 없는 악순환 구조를 고착시켰다. 그래서 이젠 산속에 토끼 굴 하나 뚫지 못하고 밤마다 술주정하는 자들로 가득 찬 경찰지구대(옛 파출소) 하나 추스르지 못한다.

아직은 세계 제1의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는 미국과 서서히 20년 악순환 구조의 끝을 바라보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자 실질적으로 세계 제2의 군사대국인 일본뿐만 아니라 2000년 동안 동아시아의 패권국이었다가 200년간의 악순환 구조를 떨치고 승천하면서 호시탐탐 고구려의 고토를 노리는 중국, 70년 악순환 구조에서 막 깨어난 러시아,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누구보다 예민한 EU 등에 세계 10대 경제강국은 하나같이 따돌림 당하고 있다. 오로지 으뜸 악순환 구조를 날마다 자화자찬하는 북한한테만 손바닥이 얼얼한 환영을 받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시산혈해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문반관료층이 끝내 백성을 착취하는 악순환 구조의 달콤함을 떨쳐 버리지 못하였듯이, 동족상잔을 일으켜 300만의 원혼을 낳은 지 40여년에 사방으로 손만 내밀었어도 희생이 전혀 없었을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300만의 아귀를 낳고도 인민을 착취하여 아방궁에 사는 악순환 구조를 전혀 버릴 생각을 않고 도리어 한국에까지 그것을 덮씌우려는 주범과 종범들이 어울려 으뜸 피바람을 몰고 올 듯하다.

스스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저러는지!

(200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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