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한 일본인은 '한국정부와 언론이 다케시마(독도)문제를 대대적으로 거론하는 바람에 이곳이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떠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지역이 되면 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다케시마에 대한 일본인들의 영유권 주장을 무시함으로써 분쟁지역이 되는 것을 막았다.
대부분의 일본인들도 다케시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그것을 꼭 일본 영토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런 일본인들에게 문제의식을 심어준 것이 한국 정부와 언론이다'라고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이번 독도문제에서 일본이 손해를 본 것이 아니란 뜻을 품고 있었다. 어제 盧대통령이 미국 국무장관 라이스씨한테 독도문제에 대하여 설명한 것도 우리가 나서서 이 문제를 국제적인 분쟁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한나라당의 朴槿惠 대표가 말한대로 시마네현의 도발적 조치에 대해서는 울릉도가 대응하도록 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 시마네현 의회의 경거망동을 견제하도록 점잖게 타이르는 것이 맞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외교적 不渡(부도)란 말이 있다. 국력을 초과하는 외교적인 언동은 부도를 내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뜻이다. 역사적 사례를 든다면 1939년초 영국의 챔버레인 정부가 폴란드에 대한 독일의 침공은 전쟁을 부를 것이라고 사전 공개 경고한 것이 대표적인 외교적 부도이다. 영국은 폴란드에 대한 이런 외교적 지원 이외엔 군사적 지원을 할 방도가 없었다. 육군을 보낼 수도 없었고, 공군을 지원하지도 않았다. 말로써만 폴란드 편을 든 것이다. 1939년9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영국은 속수무책으로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폴란드에 대한 약속에 따라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여 전쟁에 휩쓸려들었다.
영국의 챔버레인은 그 전해 독일이 체코를 집어삼키려 할 때는 프랑스와 손잡고 독일에 대항하여 이를 저지시킬 힘이 있었으나 히틀러의 공갈에 굴복하여 체코를 내주고 말았다. 유리할 때는 대결을 하지 않았다가 불리한 상황에서 결전을 택하여 전쟁에 휘말려 든 것이다.
우리가 獨島문제로 일본과 본격적인 대결을 할 생각이 있다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지지를 다지고, 해공군력을 강화하고, 일본의 양심적인 여론에 대한 설득을 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한 뒤에 결단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독도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지 않는 한 빼앗아 갈 수가 없는 곳이다. 느긋하고 확실하게 대응해야지 말이 국력의 수준을 앞서가면 먼저 흥분한 쪽이 우습게 된다.
다수 일본인들까지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 독도를 우리가 나서서 국제적 분쟁지구로 만든다면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 우리가 말로써 항의하는 것 말고 무슨 대응수단이 있을까. 일본과의 국교를 단절할 수 있나, 일본인들의 入國을 막을 수 있나, 일본과의 무역을 끊을 수 있나? 우리 손에 무슨 수단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 범위안에서 말을 아끼되 행동은 확실하게 하면서 대응해가자.
외교적 不渡를 우려함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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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21, 1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