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부는 언론통폐합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 속셈은 누구 눈에도 뻔히 들여다보였다. 나물 캐는 아낙네도 풀 뜯는 소도 알아볼 수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반론권과 세무조사와 여론몰이와 새 언론법으로 민주정부의 방명(芳名)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건 보아도 잘 보이지 않고 들어도 잘 들리지 않아 김용옥 같은 석학도 잘 보지 못하고 박근혜 같은 거대 야당의 총재도 잘 듣지 못한다.
5공은 새파랗게 날이 선 칼을 들고 무식하게 설쳤기 때문에 울던 애도 울음을 뚝 그치고 ‘정의사회구현’을 복창했지만, 6공 3기와 4기는 부드러운 붓으로 바람이 불듯 물이 흐르듯 흥겹게 노래하고 우아하게 춤추기 때문에 누구 탓에 그런 신세가 되었는지도 모르고 북한산의 실업자와 서울역의 노숙자조차 ‘수구보수 척결’을 외치며 노란 깃발을 흔든다.
5공은 단칼에 TBC(동양방송)의 목을 베고 KBS2TV를 세웠고 쾌도난마식으로 지방의 중소 신문사들을 정리했다. 6공 1기는 그래도 새로운 민영방송 SBS를 허용했지만, 3기와 4기는 5공이 탈취한 민영방송을 얼렁뚱땅 돌려주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 MBC마저 공영방송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제3 KBS로 만들고 SBS의 마이크도 원격으로 조정하고 있다.
칼을 휘두르고 붓을 놀리는 외형상 차이만 있을 뿐, 전두환 정부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가장 큰 공통점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찬양과 아첨과 이해와 협조만 원할 뿐 바른 소리는 헐뜯는 소리로, 비판은 비난으로, 제안은 불복종으로 사사건건 곡해하고 노발대발하여 반박문을 발표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하고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선다. 그러면 나라가 두 편으로 쫙 갈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친정부적인 목소리만 요란스럽게 방송과 인터넷에 울려 퍼지고 방방 뜬다. 꼭 동의해서가 아니라 말이 안 통하니까 아예 입을 닫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겉모습과는 달리 내용은 전두환 정부와 이리 닮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이 5공과 판이한 것이 있다. 이것 때문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방송은 5공 때의 그것보다 훨씬 못하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한국 방송은 어느 틈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김일성․김정일 정부도 비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역대 한국 정부의 수십 명 의문사는 천인공노할 사건이나 김씨 왕조의 300만 의문사는 자연재해일 따름이다. 6공 3기와 4기 외의 역대 정부의 수백 명 고문은 시효가 없는 악랄한 범죄이나 김씨 왕조의 수천 만 명 고문과 수십만 명 처형과 수백만 학살은 정권 수립과 유지 과정에서, ‘민족해방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불미한 일로 그에 대한 왈가왈부는 화해와 평화의 시대에 국내 정치용의 치졸한 내정간섭일 따름이다.
전두환 정부의 용공조작이 10이라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친일수구 조작은 100이요 1,000이다. 전 세계가 공감하는 상식으로 북한 인권을 얘기하고 전 세계가 공유하는 지식으로 김일성 부자의 독재를 말해도, 그렇게 말한 사람은 한국의 방송에 따르면 보나마나 친일파의 후손이요, 독재의 주구 또는 독재에 향수를 가진 정신병자이다. 김포 쓰레기만한 북한의 수치와 악정 위에 모래와 흙을 살짝 덮고 온갖 화초를 심는 꼴이다.
둘째는 자발성이다. 왜정 때부터 우리나라의 방송은 단 한 번도 정부의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못했기 때문에(6공 1기가 제일 자유로웠음), KBS와 MBC가 친정부 뉴스와 해설로 일관한다하여 새삼스레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때는 방송인도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중산층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은 5공 때는 언론통폐합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이 분노했지만, 방송인들도 총칼의 위협 아래서 어쩔 수 없이 이따금 비유법을 쓸 수 있었을 뿐, 마지못해 정부 찬양에 앞장설 수밖에 없었다. 국민은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고 그들을 용서하고 그 뒤의 전두환 정부에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6공 3기와 4기는 다르다. 이른바 386 세대를 ‘모시고’ 충심으로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는 방송을 내보낸다. 정부가 시켜서 그러기보다 자진해서 그런다! 그러니까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 현 집권세력이 권력을 잃고 또 그들이 확신했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현실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한국 방송의 盧비어천가와 金비어천가는 사그라질 수 없다는 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불과 한 세대(1948~1987) 만에 달성한 한국의 역대 정부는 민주의 깃발로 모조리 태어나서는 안 될 정부로 낙인찍고 조선시대보다 자유가 없고 일제시대보다 먹을 게 없는 북한의 역대 정부는 민족의 완장으로 무조건 용서하자는 방송이 사라질 수 없다는 말이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의 함정에 빠져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어서 그들은 스스로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울 게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좋긴 좋나 보다. 저 재미를 보려고 대업이 같은 사기꾼도 민주열사로 둔갑시켰던가.
(200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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