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國에 살아 天國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地獄(지옥) 이야기

新刊 《天國을 찾지 마시라 국민이여 우리의 대한민국이 天國이다》의 머리글

脫北여성이 보내온 34편의 詩

2014년 9월3일 오전 조갑제닷컴 사무실로 노란 봉투 하나가 배달됐다.

<얼마 전에 북한에서 탈북해 온 새터민 김수진입니다. 고향이 함경○도이며 ○○살입니다.
제가 쓴 글들을 조갑제닷컴에 올리려고 합니다. 사실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습니다. 우선 전문가가 아니여서 얼마만큼 미숙한지 구별을 가려볼 수 없고 또한 북한에 가족을 둔 여인으로서 고민도 많았습니다. (중략)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못해서 글로 적어올리니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시 34편을 보냅니다. (하략)>

편지 말미엔 보낸 日時(2014년 9월2일 오전 10시)와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34편의 詩들을 읽었다. 첫 詩는 ‘산까지 올라 못간 시신들아’였다.

<고난의 행군 시기 내 집 옆에 주인 없는 시신들의 집결소가 있었다. 하루는 누군가 바래는(注:배웅하는) 시체 행렬을 세다가 끝내 못 세었다고 한다. 그렇게 묻히기를 매일이다시피였다. 가냘픈 담가대(注:들것)들도 산으로 오르다 끝내 오르지 못하고 길다란 큰 밭에다 전부 묻어버렸다. 그것도 묘지라는 흔적도 없이 평판(注:平葬)해 버렸다, 그 많은 시신들을 누가 산으로 날라 오르랴? 그 사람들도 며칠 후면 산으로 오를 신세의 형편인데…

사람이 죽으면
산에 묻는다고 하지
들판에 심는다고
하지 않는다

숱한 죽음을 담가에 싣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아
거밋발 같은 힘으로
끝내 산까지 오르지 못해
 
산을 넋없이 바라만 보다
들판에다 그들을 묻었다
산이 아니어서
차마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평지처럼 묻어버렸다

힘이 없었다
굶음은 마찬가지
몇시간 더 살아있을 뿐
가다가 죽을지
오다가 죽을지
그들의 목숨 또한 경각의 시간들
(하략)>


“지금도 굶어죽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검들’ ‘10년 후에’ ‘식당가에서’ ‘마지막 동정’ ‘밤꽃 사시오’ 등 제목의 詩를 주욱 읽었다. 충격이었다.

그의 글은 기자가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묘사가 구체적이다. 그가 살던 도시에서 직접 본 餓死(아사)의 현장을 담았다. 어린아이와 노인들의 죽어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 詩도 있었다. 한 시간도 안 걸려 34편의 詩를 읽고 데스크에 보고하고 필자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날 오후 김수진씨와 전화로 통화했고 다음날 조갑제닷컴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여느 북한 여성보다는 큰 키였고 눈매가 날카로웠다. 그는 최근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몸에 열이 올라 무기력해지는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목소리는 명료했고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2013년 초에 한국에 들어왔고, 北에 남은 가족이 피해볼까 자신이 살던 地名(지명)이나 자신의 本名(본명)을 쓸 수 없다, 대 기근 때의 비참한 상황은 눈으로 직접 본 것이고, 10년 전 남동 생이 脫北(탈북)해 한국에 온 게 알려져 남편과도 이혼했다고 했다. 김수진씨에게 지금도 굶어죽는 사람이 있느냐, 詩에 쓴 게 모두 사실이냐고 물었다.

“대기근이 끝난 지금도 숱한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 조용히 굶어죽고 있습니다. 떠나오기 직전까지도 굶어죽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우울하게 보낸 추석 연휴

“나는 北에 살면서 남쪽의 사정을 전혀 몰랐습니다. 내륙 지 방 사람들은 남한 소식이 어둡고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소식도 거의 없습니다. 黨(당)의 지시대로 한눈팔지 않고 살아와 세상 물정이 어둡습니다. 한국에 와서 남한 사람들이 너무 잘사는 모습을 보고 북한 사람들의 불쌍함이 더 북받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인 9월5일부터 김수진씨의 詩를 매일 한 편씩 조갑제닷컴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해 두 달이 넘는 11월15일까지 72편의 詩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올렸다. 그후 탈북과정을 담은 手記(수기)도 11월16일부터 7일간 연재했다. 연재가 진행되는 기간에 그는 40여 편의 詩를 추가로 보내온 것이다.

인터넷을 못하는 김씨는 손으로 詩를 쓴 뒤 친한 사람 집에 가서 컴퓨터에 다시 詩를 입력하고 그곳 프린터로 출력해 원고를 가져왔다. 메일을 보내거나 USB에 원고를 담는 방법을 몰라서였다. 결국 그가 가져온 원고를 다시 입력해야만 우리 사이트에 글을 올릴 수 있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그의 詩 한 편을 입력하고 제목을 다듬어 사이트에 올리는 게 내 일과가 되었다. 한 자 한 자 그의 詩를 옮겨 치며 묘한 감정을 갖게 됐다. 현장의 幻影(환영)이 보일 때도 있었다.

연재를 시작한 지 2~3일 후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年中(연중) 가장 먹을 게 많은 계절, 天高馬肥(천고마비)의 나날을 나는 매일 우울하게 시작했다. 詩 한 편에 적게는 한 명, 많게는 수십 명의 죽음과 주검이 등장했다. 너무 굶어 미이라처럼 되어 버린 세 살짜리 아기, 썩은 냄새가 나는 꽃제비 어린이, 풀어진 국수 올 한두 가닥을 기다리다 못 먹고 돌아서는 북한 동포가 흘리는 마른 눈물이 映像(영상)으로 떠올라 아침마다 나를 괴롭혔다. 거의 매일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런 지옥에서 살지 않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고 안도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흰 쌀밥’

두어 달 동안 김수진씨를 대여섯 번 만났다. 같이 밥을 먹어 본 것도 서너 차례 되었다. 한 번은 꽤 좋은 식당에서 양곱창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그는 몇 번을 권해도 고기를 한 점도 집지 않았다. 나중에 식사로 밥과 우거지국이 나왔는데 그때서야 국에 밥을 다 말아 들이마시듯 먹었다. 좋은 요리가 나와도 집지를 못하고 그저 밥과 국 하나만 열심히 먹는 타입이었다. ‘흰 쌀밥’이란 詩를 보고 그 심정을 약간은 이해하게 되었다.

<밥주걱으로 하얀 흰 쌀밥 풀 때면
찰찰 풀기가 도는 밥솥에서
철철 껴묻어 일어나는
내 고향 사람들 모습
굶어죽은 부모의 혼을 따라
길가에 널부러진 꽃제비들아
네들 고운 입술 먼저 열어
떠넣어주고 싶다 이 하얀 쌀밥을
죽으면 떠나갈 저 앞산만을
맥 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숱한 배고픈 노인네들
그들에게 먼저
챙겨드리고 싶다 이 밥그릇을
나는 늘 먼저 푼다
하얀 흰쌀밥에 묻어 일어나는
배고픔에 시들어가는 내 고향 사람들
그들에게 밥주걱 먼저 돌린다
(흰 쌀밥)>


地獄(지옥)에서 天堂으로

그는 맺힌 게 많은 사람이었다. 자기 주장도 강하다. 자신을 ‘가난한 노동자의 딸’이라고 했다. 권력이 없어서이긴 했지만 누구보다 국가와 黨을 위해 충성을 다했다는 말도 했다. 동포 300만이 굶어죽을 때부터 그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했다. 배급이 끊기니 평생 나라에 충성만 바친 사람들이 먼저 죽어가는 걸 보았다. 주로 노인들로, 그들은 죽어가면서도 남은 사람들을 위해 黨을 욕하지 않고 조용히 죽어갔다고 했다. 식량을 찾아 부모가 각지를 떠돌다 쓰러졌고, 그들의 남은 자식들이 거리의 꽃제비가 되어 죽어버리는 광경도 보았다.

“바깥 세상 누군가에게 이걸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北에 있을 때는 옆사람에게도 내색할 수 없는 일이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지옥인 북한에서 천당인 南에 와 살다 보니 억울하게 죽어간 北의 동포들 모습이 낮이고 밤이고, 밥 먹을 때마다 떠올라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이 곧 天堂(천당)이란 말을 자주했다. 자신이 ‘백년 뒤떨어진 곳에서 백년 앞선 곳으로 왔다’고도 했다. 우거진 길가 가로수의 푸른 잎이 진짜인가 싶어 직접 잎사귀를 찢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 기상천외한 도로, 웃음이 퐁퐁 뒹구는 아이들의 놀이터, 노인들의 쉼터 하나하나가 다 그에겐 ‘황홀함’이었다고 했다. 그런 걸 잊고 사는 남한 사람들에게 ‘천당의 삶’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먼 곳을 돌아본 것도 아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가장 평범한 국민들이 사는 곳
그곳이 천국일진대
천국을 찾지 마시라 국민이여
천국에 살아 천국을 잊고 사는 사람들
우리의 대한민국이 천국이다
(‘천국이다’ 중에서)>

이 책은 ‘천국에 살아 천국을 잊고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지옥에 살면서도 지옥인 줄 몰랐던’ 사람이 선물하는 ‘행복 증명서’이기도 하다.

金東鉉 | 조갑제닷컴 기자



天國을 찾지 마시라 국민이여
우리의 대한민국이 天國이다

김수진 著

220쪽 | 신국판(130*198) | 10,000원 | 2015년 3월6일 출간 | 979-11-85701-09-7
교양>단행본>한국문학

기사본문 이미지



3월5일(木)부터 <조갑제닷컴> 인터넷 홈페이지(도서쇼핑몰)와
전화(02-722-9411~3) 주문으로 구입 가능!





|책 소개|

‘天國에 살아 天國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地獄에 살면서도 地獄인 줄 몰랐던’ 북한 여성의 詩!

여성의 시각으로 북한 체제의 처참한 실상을 묘사한, 詩集 《天國을 찾지 마시라 국민이여 우리의 대한민국이 天國이다》(220쪽, 1만 원, 김수진 著, 조갑제닷컴 刊)가 출간되었다.

著者(저자) 김수진 씨(가명·2013년 탈북)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과 세밀한 묘사로 북한 체제에서 겪은 굶주림의 실체를 총 72편의 詩에 담담하게 그렸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의 집단餓死(아사)가, 지금도 지방에선 지속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집단餓死로 즐비하게 쌓인 시신들(詩 ‘산까지 올라 못간 시신들아’)과 식량난에 허덕이는 北 주민들의 굶주림(詩 ‘흰 쌀밥’)을 기자처럼 옆에서 지켜본 기록이다. 굶어 죽어가는 꽃제비들을 묘사한 詩 ‘마지막 동정’에서는 너나없이 가난한 주민들이 밥덩어리와 과자 부스러기를 꽃제비의 입에 넣어주지만, 그 동정을 받을 기력을 잃어 턱이 떨어져 버리며 죽어가는 꽃제비의 末路(말로)를 그렸다.

남한에 정착한 이후, 著者가 느꼈던 감정들도 실감나게 詩에 담았다. 김일성 우상화를 목적으로 지어진 금수산 기념궁전과 대비되는 현충원의 진정성 있는 모습(詩 ‘현충원’), 인천 아시안게임 때 대한민국이 거둔 놀랄 만한 성적(詩 ‘나의 첫 인사’)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했다.

탈북 과정을 그린 手記(‘내 生의 가장 치열한 시간들’)는 중국-라오스-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긴박한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著者는 ‘대한민국이 곧 天堂(천당)’이라며, 자신은 ‘백 년 뒤떨어진 곳에서 백 년 앞선 곳으로 왔다’고 고백한다. 그는 우리에겐 너무도 흔한, 아파트와 도로들을 보았을 때 ‘황홀’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天堂의 풍요’를 누리면서도 입으로는 불평과 불만을 내뱉는 데 여념이 없다.
이 詩集은 ‘천국에 살아 천국을 잊고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지옥에 살면서도 지옥인 줄 몰랐던’ 사람이 선물하는 ‘행복 증명서’인 셈이다.●


|책 속으로|

죽어가는 꽃제비의 머리맡에
처음으로 음식들이 놓였다
살아서는 입가에 못 가져가던
원한의 먹거리들
꽃제비야 일어나라
눈을 떠라
이것만이라도 먹고 가려무나
마지막 길 양식을 (24페이지_詩 ‘마지막 동정’)


숱한 주검을 담가에 싣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아
거밋발 같은 힘으로
끝내 산까지 오르지 못해,
산을 넋없이 바라만 보다
들판에다 그들을 묻었다
산이 아니어서
차마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평지처럼 묻어버렸다 (34페이지_詩 ‘산까지 올라 못간 시신들아’)


먼 곳을 돌아본 것도 아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가장 평범한 국민들이 사는 곳
그곳이 천국일진대
천국을 찾지 마시라 국민이여
천국에 살아 천국을 잊고 사는 사람들
우리의 대한민국이 천국이다 (165페이지_詩 ‘천국이다’)


대한민국에 처음 온 날
내가 처음으로 배운 말
눈물로 받아들였던 말
“나는 나를 사랑한다”
목이 메어버렸다
단 한 번도 날 사랑한 적 없기에
그 말 되뇌며
내 온 몸이 흐느꼈다 (173페이지_詩 ‘나는 나를 사랑한다’)


|차례|

머리글\天國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地獄 이야기 | 金東鉉 … 6

1_우리 모두는 굶어죽었다
당부 … 18 | 꽃제비의 봄 … 20 | 빵과 꽃제비 … 22
마지막 동정 … 24 | “밤꽃 사시오” … 26 | 제대군인의 울분 … 29
어린 사형수야 … 31 | 꽃제비의 겨울 … 33
산까지 올라 못간 시신들아 … 34 | 주검들 … 36 | 10년 후에 … 38

2_그게 김정일이었네
진리 … 42 | 충성의 금 … 43 | 종이꽃과 여인들 … 46
농사야 하늘이 짓지 … 49 | 그게 김정일이었네 … 51
새해를 맞으며 … 54 | 세뇌 … 58 | 우리의 종잣돈 … 60
또 다시 화폐개혁 … 62 | 거짓말 … 64

3_우리의 자유
우리의 민주주의 … 68 | 살아있느냐 아이들아 … 71 | 코걸이 … 74
마음속에만 흐르는 분노 … 77 | 부끄럽다 … 79 | 아프다 소나무야 … 81
우리의 자유 … 83 | 비장한 자유 … 86 | 풍선아 … 87
나의 시는(1) … 88 | 나의 시는(2) … 89

4_우리의 가난을 지켜보는 세계여
꽃제비가 본 강성대국 … 92 | 늙은이들 … 94 | 젊은이들 … 96
굶주림과 결백 … 99 | 이 나쁜 놈들아 … 101 | 농민의 억울함이여 … 103
간부집 아들이 장가가는 날 … 105 | 딱 한 번만 … 106
우리의 가난을 지켜보는 세계여 … 107

5_사회주의를 버린다
나무꾼 아이들 … 112 | 불행한 여인들 … 114 | 식당가에서 … 116
시든 꽃같은 아이들아 … 119 | 국경의 인신매매 사형수들에게 … 121
나이 타령 … 123 | 연로 보장금 … 124 | 60년의 자취 … 125
마지막 희망을 좇아 … 126 | 사회주의를 버린다 … 129

6_고향아
아버지 … 134 | 친구야 … 136 | 흰 쌀밥 … 138 | 딸의 눈물 … 139
그릇을 긁는 아이 … 140 | 도리 … 141 | 장하다 글 도적아 … 143
기막힌 아픔들 … 146 | 긴 겨울밤 … 148 | 당신을 용서합니다 … 149
고향아 … 151 | 붓아 무디어지지 말라 … 155

7_천국이다
현충원 … 158 | 나의 첫 인사 … 159 | 대한민국의 첫 아침에 … 161
백년을 앞선 곳으로 왔다 … 163 | 천국이다 … 165
이 모든 것의 하나 … 168 | 이 나라를 가꾸는 한 송이 꽃이여 … 169
소녀야 너에게 영광을! … 171 | 나는 나를 사랑한다 … 173

탈북 手記
내 생(生)의 가장 치열한 시간들 … 175


※저자의 요청으로 별도의 저자 소개는 없음.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