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386세대인 노무현 대통령의 반미 사상은 뿌리깊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한결같이 한미동맹이 중요하다, 한미공조 이상 없다, 라고 하고는 '민족, 자주, 평화, 진보' 등의 명분으로 방송과 인터넷을 통하여 '서로의 주권을 전혀 침해하지 않는 한미동맹'이 마치 제국주의와 사대주의의 사생아인 양 전국민에게 각인 시키고, '일방적인 굴종과 무조건적인 퍼줌밖에 없는 민족공조'가 독재자 김정일이 아닌 선량한 북한주민과의 화해협력인 양 끈질기게 선전하여 전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야금야금 친북반미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그 결과 이제 한미동맹은 뼈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부시는 마음에 안 들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워 작은 나라를 언제든지 박살내는 전쟁광으로, 김정일은 평화를 사수하려는 민족의 자존심으로 믿는 국민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북핵은 일리 있지만, 북한인권은 확인할 수 없다고 하니까요. 더 이상 일부 철없는 대학생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의 거울인 초등학생까지 미국을 통일방해세력으로 매도해야 똑똑한 아이로 친구들 사이에 뜹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왕따 당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신념은 무섭습니다. 잘못된 신념도 목숨을 걸고 그 신념을 현실화하기 위해 강철같은 조직으로 움직이면, 언젠가는 권력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그 교두보를 발판으로 권력을 장악하여 언론과 외곽단체를 통하여 그 신념을 전국민에게 퍼뜨리면, 멀쩡한 사람도 거꾸로 뒤바뀐 세상에 적응하게 됩니다.
그러나 굽음은 바름을 펼 수 없고 거짓은 진실을 깨우칠 수 없습니다. 권력과 언론에 의해 진실로 둔갑한 거짓은 어느 순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어떤 계기로 하여 한꺼번에 들통나게 되어 있습니다. 70년 철의 장막이 걷히던 것처럼! 전면적인 개혁개방에 의해서든 전쟁에 의해서든 김정일의 정체가 머잖아 만천하에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날에 한꺼번에 국민들이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따뜻한 키스 한 번에 긴긴 잠에서 깨어나듯 진실을 일깨우는 뜨거운 번개 한 줄기에 악몽 같은 최면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모든 걸 속속들이 알지만 일제말기보다 두 배 세 배 아니 열 배는 더한 공포 때문에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북한주민들이 일제히 김일성 동상을 깨뜨리며 만세를 부를 겁니다. 그 날은 1945년 8월 15일보다 더 기쁜 날이 될 겁니다.
(200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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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식 반미와 노무현식 반미
[광화문의 촛불]
광화문을 가득 메우던 반미의 촛불이 이젠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거대 야당의 의원들 마음속에서도 빛나고 있다. 수구보수, 극우파 소리를 듣는 몇몇 의원들 외에는 반미를 자주라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하다. 급기야 박근혜 대표까지 미국에 건너가서 북한에 햇볕을 화끈하게 비추라는 주문까지 할 지경에 이르렀다. 홍준표 의원은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의 강경한 대북 정책을 버려야 한다며 세를 결집하고 있다.
스탈린을 능가하는 냉전적 사고에 절어 있는 김정일이 오로지 자신 때문에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동방의 냉전(冷戰 the Cold War)을 대담무쌍하게 열전(熱戰 the Hot War)으로 몰아가기 위한 확실한 방법을 절치부심하여 찾던 중 마침내 한반도를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민족의 명절로 정한 자기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공언하는데도, 야당의 '개혁'세력들은 '답답한' 동료 의원들을 향해,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을 향해 냉전적 사고를 버리라고 다그친다. 스스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영국의 체임벌린이나 조선의 김성일같이 태평스러운 말로 전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자나깨나 선군 정치를 외치는 김정일에게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목소리로 들려 줘야 할 따끔한 소리를, 도리어 언제 피어날지 모르는 버섯구름에 환히 노출된 5천만 국민에게, 자신들보다 훨씬 지혜로운 국민에게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들려 주고 있다. 1980년대에 사실상 치외법권이었던 대학에서 지펴진 반미의 불씨가 드디어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미대사관 바로 코앞에서, 코흘리개의 고사리 손을 잡고 나온 '진보적인' 일반시민의 손에까지 지펴져서 어찌 보면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더니, 이젠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도 드물지 않게, 처음에는 젊은이들을 개탄하다가 어느새 나이든 남녀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머리에 알록달록 물을 들이듯이 유행처럼 반미의 촛불이 빛나고 있다.
[빈집을 턴 '도둑' 박정희 소장]
역대 대통령 중에 만만찮은 반미로 미국의 심사를 가장 많이 긁어 놓은 이가 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스스로는 혁명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민주주의를 압살한 쿠데타로 규정하여 처음부터 그를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우선 돈줄을 끊었다. 당시에 대한민국은 너무도 가난하여 세금 낼 사람이 없었다. 국가 재정의 9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정말 한심한 나라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적 차원의 식량 외에는 돈줄을 끊어 버렸으니, 그는 기도 안 찼다. '도적 맞은 집에 들어온' 참담한 심경이었다. 아무리 막걸리와 소주를 들이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시바스 리갈을 통째로 마셔도 안 취했다.
[어렵게 미국의 고임을 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
그런 와중에 그는 정치 생명을 유지했고 '잘 살아 보세'란 구슬픈 노래로 국민의 심금을 울리며 천년의 긴긴 세월 동안 겨울잠을 자던 배달족의 야성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안정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미국의 외교 전통에 따라 그는 이윽고 미국으로부터 조건부 '인준'을 받았다. 월남파병은 그가 확실하게 미국의 신임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존슨 전 미대통령과는 귓속말을 할 정도였다. 이 당시 그는 만약 파병을 하지 않으면 미군이 철수한다는 무언의 협박을 받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국회도 여야 할 것 없이 압도적으로 월남파병을 지지했던 것이다.
[600년만의 실리파 지도자 박정희 전 대통령]
군사는 물론 경제나 정신력에서도 북한과는 당시에 일대일로는 전혀 상대가 안 되었기 때문에 미군 철수는 악몽이었다. 대신 그는 한국군의 현대화를 요구했다. 미국으로선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에 쉽게 받아들여졌다. 경제개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미군을 적절히 이용하는 박정희식 외교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경제를 군사에 우선하는 그의 이 정책은 군사를 경제에 우선하는(先軍 정치) 북한과의 경쟁에서 이윽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핵심 전략이 되었다. 그는 조선 초 이래 무려 600년만에 등장한 철저한 실리파 국가 지도자였던 것이다. (실리파인 광해군이 있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았다.)
[뱃심과 입심의 사나이 이동원 외무부장관]
순진한 그는, 그러나, 월남파병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이 없었다. 다행히 이 때 케임브리지 박사 출신으로 35살에 외무부 장관이 된 '뱃심과 입심의 사나이' 이동원이 있었다.
'각하, 케네디와의 회담에서 돈 이야기가 오갔습니까?'
'아니오.'
'참 잘하셨습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그럼, 이젠 각하는 뒤로 빠지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한국군은 미군에 비하면 돈도 아니지만 당시 한국인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월급을 받게 된 것이다. 1년 수출액과 맞먹는 달러를 벌었던 것이다. 이런 내막을 모르고 한국군이 용병이었다고 하는 사람은 너무 순진한 사람이거나 너무 '속이 깊은' 사람이리라.
[부들부들 떤 '조지아 골목대장' 카터]
미국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애증관계는 가슴은 맑으나 머리가 흐릿한 카터가 대통령이 되면서 다시 뒤엉켰다. 만만한 나라마다 미국식 민주주의를 요구하면서 그는(미국의 허풍이 씨알도 안 먹힌 소련, 중국, 북한한테는 입도 벙긋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비둘기같이 순수할지는 모르나 하룻강아지같이 어리석은 자다.), '독재자' 박정희에게 미군철수란 총을 공개적으로 겨누었다. 그러나 박정희 '선생님'은 '조지아 골목대장'의 그 따위 새총에 외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사전에 양측에서 전혀 합의되지 않은 채로 '선생님'은 '골목대장'을 으슥한 숙직실로 끌고 들어가서 독수리의 날개 죽지를 문 진돗개처럼 끈질기게 안보교육을 주지시키며 국민학생을 훈계하듯 단단히 훈계하는 수모를 안겨 주었던 것이다.
[현실주의자 박정희와 이상주의자 카터]
이미 그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세계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15년간의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비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제구조도 중화학 위주로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동시에 자주국방의 틀을 착착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배짱 좋게 '갈 테면 가라. 그러나 미국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도리어 협박을 했다. 체면도 있고 하여 미군을 일부 철수했지만, 카터는 마침내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독재자' 박정희와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마침내 미사일도 세계 일곱 번째로 개발하고 비밀리에 핵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언젠가는 미군이 철수할 것이고 그 때는 우리 단독으로 북한의 군사력을 능가하여 계속 '까불면' 북진통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던 것이다. 그가 시해됨으로 결과적으로 카터가 이기게 되었지만, 그는 혈맹인 미국에게 섬뜩한 인상을 심어 준 것은 틀림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미]
누구보다 미국식 민주주의의 혜택을 많이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반미사상이 훨씬 강하했지만,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들지는 못했다. 항상 우회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 사람'이란 말을 듣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언제나 한미공조를 앞세웠다.
[노무현 대통령의 반미]
비록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밭을 통째로 물려받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다르다. 그는 미국식 민주주의에 빚진 게 전혀 없다. 그래서 속내를 쉽게 드러낸다. 미군 철수, 반미란 말을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외쳤다. 지금은 외교적인 언사를 곧잘 구사하지만, 북미 관계를 중재하겠다는 말로 반미를 숨기지 않는다. 남북의 비핵화선언은 어디 두고, 미국까지 날아가서 북핵이 일리 있다고까지 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내의 야당과 언론은 옳든 그르든 각하의 심기를 거슬리는 말을 했다 하면 털끝만큼도 용서하지 않으면서, 일제로부터 너무도 가혹한 탄압에 시달렸던 60년 전 이 땅의 친일파에도 이를 갈면서, 후진국 중 야당에게 의석을 절반이나 허용한 전세계 유일무이한 나라의 국정에 참여해 세계 최빈곤국을 세계 17위까지 끌어올린 30년 전의 정부여당에게도 없는 수염이 다 빠질 정도로 바르르 떨면서도, 한민족 2천만(탈북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북한의 인구는 2천만도 안 된다고 함)을 노예로 부리고 있는 김정일은 같은 민족이라며 얼마나 너그럽게 대하는지 모른다.
[외교는 국가 존망의 문제]
세상에 어느 지도자가 제 힘만 넉넉하다면야 남의 나라 힘을 빌어 통일하겠다는 생각을 할까. 자존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어느 국민이 외국군이 자기 나라에 주둔하길 바랄까. 문제는 현실이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배후를 급습 당하면 망할 수가 있다. 그래서 어떤 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는 초강대국이라도 반드시 원근의 딴 나라는 자기편으로 만들거나 중립을 지키도록 미리미리 조치를 취한다. 하물며 약소국은 말할 것도 없다. '입바른 소리하다가' 너무도 허망하게 나라가 망할 수 있다. 유럽 제일의 강국 서독이 바보라서 유럽의 어떤 나라도 달가워하지 않는 미국의 전략핵무기 퍼싱2를 재빨리 자국에 배치하게 하고 동독의 소련군이 철수하도록 공작하면서 달러를 듬뿍 안겨 주었을까. 독일이 바보라서 통일 후에도 미군이 계속 주둔하게 할까. 세계 2위의 경제강국 일본이 바보라서 미군을 내쫓지 않을까.
[외교로 망한 고구려와 외교로 흥한 신라]
'천하무적' 고구려의 '지존' 연개소문조차 당의 환심을 사려고 사절을 보내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당의 국교인 도교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선수를 빼앗겼다. 642년에 차기 왕의 몸으로 직접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는 김춘추에게 코방귀를 뀌며 도리어 그 간을 빼 먹으려다가 결국 전혀 상대가 안 되던 신라한테 나라를 빼앗기게 되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 것이다. 반면에 죽음의 벼랑에 몰렸던 김춘추와 김유신은 당시로서는 오늘날 미국보다 더 세었던 당을 철저히 이용하고 야욕을 드러내는 그들과 8년간의 사투 끝에 한 명도 남김없이 내쫓음으로 한민족의 자주정신을 드높였다. 만주를 잃었지 않느냐고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천만에! 만주는 고구려의 후손 발해가 고스란히 접수했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 개척한 간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라고 주장해야겠지만, 아직도 1300년 전 고구려 땅을 보고 만주 타령하는 사람은 왜 일본열도 전체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삼국통일 당시 일본은 백제와 고구려와 신라와 가야의 식민지였는데 말이다.
[1950년의 탱크와 2005년의 방사포 및 원자탄]
자주국방은 절대 몇 마디 지당한 말과 가상한 애국심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과연 지금 우리가 북한과 일대일로 대적할 수 있을까. 육이오 때 우리는 탱크가 단 한 대도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차 한 잔이 식기도 전에 낙동강까지 밀렸었다. 다른 건 다 제치더라도 지금은 휴전선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서울과 인천을 1분에 1만발을 때릴 수 있는 방사포와 장거리포가 북한에게 있다. 이에 대항할 것이 전혀 없다. 육이오 때의 탱크보다 무서운 무기이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핵무기다. 북한이 외국에 발사하는 순간 즉각 보복을 받아 북한 땅에는 풀 한 포기 남아 나지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해서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주변 강대국에게는 절대 쓰지 못하고, 쓴다면 전쟁이란 말만 들어도 부들부들 떨면서 제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스스로 머리를 땅에 박는 한국에만 쓸 무기가 바로 핵무기이다.
[허울뿐인 민족화해]
말만 민족화해지 이산 가족끼리 편지 한 통 마음대로 주고받지 못하게 하고 누구 한 사람 안내원의 감시 없이는 꿈에도 그리운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게 하는 북한의 위정자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단 한 사람의 기자도 자유롭게 취재하지 못하게 하는 북쪽의 한민족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누차 얘기한 대로 국가 정상이 만난 적도 없지만, 공동성명 하나 없지만, 중국과 대만은 1년에 2백만 명이 마음대로 오간다. 동서독은 통일 전에 이미 1년에 천만 명이 오갔다. 그럼에도 그들은 통일이란 말을 쉽사리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서독은 최후까지 공포 정치를 인민을 위한 정치라고 속이는 동독의 위정자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
[박정희식 반미-실리]
박정희식 반미는 철저한 현실적 실리적 반미요, 미래의 자주국방을 위한 반미였다. 미국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K-1 소총에서 탱크와 미사일을 거쳐 전투기와 핵무기까지 우리 손으로 만들려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실행했던 것이다. 단 한 건의 반미 시위 없이 누구보다 강한 반미활동을 한 이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실은 그는 철저히 미국을 이용한 용미(用美)주의자였다. 상대를 알고(知美) 나를 안(知韓) 탁월한 전략가였다. 드넓은 미국 시장에 개도국 지위를 빌미 삼아 관세 없이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수출하여 달러를 악착같이 긁어 모은 얄미운 장사꾼이었다. 대신 미제는 관세를 잔뜩 붙여 '뒷문'으로 몰래 들어오는 것 외에는 우리 땅에 함부로 발을 못 붙이게 한 배짱 좋은 민족주의자였다. 그는 말만 아름다운 카터 따위는 혈맹국이자 세계최강국의 대통령일지라도 경멸하고 조롱했던 것이다.
[노무현식 반미-명분/ 김정일식 반미-실리]
노무현식 반미는 철저한 이상적 명분론적 반미요, 미래의 자주국방을 '설마'에 맡기는 순진무구한 반미이다.
한 쪽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를 했고 한 쪽은 자기 자신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위한 정치를 하는 등 내용은 정반대이지만, 김정일식 반미가 오히려 박정희식 반미와 궤를 같이 한다. 분단 시에는 악착같이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수단이자 내부적으로 체제를 공고히 하는 명분이고 통일의 때는 단숨에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을 접수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전략이다. 그 사이에 국민이야 굶어 죽든 말든!
하여튼 한국의 TV에 단 한 번 얼굴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두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을 정신적으로 무장해제 시켜 버린 김정일은 어쩌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셋을 합해도 따라갈 수 없는 차디찬 머리를 가진 정말 무시무시한 국방위원장일지 모른다. 그의 속은 깊고도 깊어 지금까지 그 누구도 알아 맞춘 사람이 없다. 북한의 방송과 인쇄물에서 선전하는 대로 진짜 그가 불세출의 천재라면 차라리 한국의 가난한 집에 태어나 바둑계에 입문했으면 7천만에게 더없이 좋을 뻔했다. 그랬으면 '돌부처' 이창호에 버금갈 바둑 영웅이 되었을지 모를 테니까.
(2003. 1. 5.) (200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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