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Pittsburgh) 탐방記

[연재5/조인정의 유학 스토리] 피츠버그大에 위치한 ‘민족 교실(Nationality Rooms)’을 견학하다!

피츠버그로 떠나는 가족 여행!

친구들과 어제 하루를 너무 신나게 보냈는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그래도 빨리 일어나야 했다. 오늘은 레이첼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펜실베니아에서 2년을 살았으면서도 州內(주내)의 큰 도시들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를 위해 레이첼 아빠가 선택한 여행지는 펜실베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피츠버그(Pittsburgh)’였다.

피츠버그는 앨러게니 강(Allegheny River)과 모농고헬라 강(Monogahela River)이 합류하여 오하이오 강이 되는 삼각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석탄과 철강의 主산지로 세계적인 제철공업지대로 발전, ‘철강 도시’로 불린 곳이다. 이곳엔 피츠버그대학교와 카네기공과대학교가 위치하고 있어 학술의 중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을 연고지로 둔 프로미식축구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의 인기는 대단하다. 2009년 시즌까지 총 6회 슈퍼볼 우승을 차지해 역대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 팀은, 한국계 선수 하인스 워드(Hines Ward)가 팀의 주장으로 활약했었고, 2005년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적도 있었다.
   
같은 州內에 있더라도 차로 두 시간을 가야 하는 피츠버그는, 도착하기 전부터 나를 들뜨게 했다. 차창 밖으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빌딩 창문들이 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을 내고 있었고,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구쳐 있는 거대한 빌딩들이 보였다. 도시의 명성만큼 규모가 대단했다. 오래 전 지어진 나지막하고 누르스름한 外觀(외관)의 낡은 빌딩들은 최신식 마천루들과 대비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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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교육건물, 배움의 전당.


피츠버그 대학교: 세계의 교육 현장이 한 곳에!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은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중심 대학인 ‘피츠버그 대학교(Universisty of Pittsburgh)’였다. 대학 캠퍼스 중심에 위치한 ‘배움의 전당(Cathedral of Learning)’을 구경하기 위해 간 것이다. 피츠버그 대학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배움의 전당은 1926년 찰스 클라우더(Charles Z. Klauder)라는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는데, 현재는 미국 국가사적부(U.S.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에 등재되어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학교 건물로, 그 높이가 무려 163미터 42층 달한다. 1층과 3층에는 피츠버그에 주거하는 다양한 민족이 직접 설계해 학교에 기부한 29개의 ‘민족 교실(Nationality Rooms)’이 있다. 이 교실들을 탐방하는 게 우리 여행의 첫 번째 일정이었다.

세계문화에 워낙 관심이 많고 교육학 분야의 교수가 꿈인 나였기에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 현장은 나를 설레게 했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스무 명 남짓 되는 관광객과 우리는 이 대학에서 미술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 가이드의 인솔로 29개 민족 교실 탐방을 시작했다.

먼저 유럽국가들의 교실들이 소개되었는데, 그중 그리스 교실은 들어선 순간부터 아테네의 파르테논 神殿(신전)을 연상시켰다. 이 교실은, 이오니아 양식(ionic order)에 따라 만든 거대한 하얀색 대리석 기둥과 격자천장을 갖추고 있었다. 마치 고대의 그리스 신전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무로 만들어진 학생들이 앉는 각 의자 뒤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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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민족교실

‘스승과 학생이 동등한 지위에서 토론하며 배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교육방법이라 여긴 孔子(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중국교실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원 모양 탁자가 있었고, 노르웨이교실의 앞쪽 벽면은 초록빛으로 색을 입히고 그 위에 18세기를 연상시키는 로즈말링 기법(rosemaling: 가구, 목재, 식기 등에 새겨진 노르웨이 농민풍의 꽃무늬 그림)에 의해 그린 꽃 장식이 있었다. 폴란드 교실의 벽 한 면엔 천문학자인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가 어렸을 적 삼촌 집 지붕에 올라가 우주를 탐구하고 있는 장면을 그려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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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저절로 듣고 싶어지는 인도교실

가장 인상 깊게 본 교실은 ‘인도교실’이었다. 정교한 꽃무늬가 수놓여진 하얀색의 기둥들은 매우 아름다웠고, 부처의 자비로움을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 교실 한 편을 채우고 있어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교실 뒷 편에 있는 여섯 개의 보살이 학생들에게 어떤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츠버그 대학 학생들의 수업이 실제로 대부분의 민족교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수업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일거란 생각이 들자 그 학생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가이드로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민족교실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따라야 하는 규칙들이 있었다. 그 중 한 가지가, ‘각 민족교실은 미국헌법이 제정된 해인 1787년 이전의 문화시대 상을 반영해야 하며, 디자인은 각 나라의 근본적인 문화의 모습을 강조하며 심미성을 갖추되 정치적인 색깔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각 나라 교실에서 현대적인 느낌이 아닌 고전적인 멋과 정취를 보고 느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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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인도교실에서 레이첼과 함께

안타깝게도 한국교실은 현재 공사 중이라 볼 수 없었다. 2015년께 완공된다고 하는데,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축구조와 한국적인 문화를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배움의 전당 내부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배움의 전당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져 고풍스러운 멋을 냈고 중앙홀의 천장은 3층 높이로 위로 탁 트여 있었다. 1층 중앙홀에는 학생들이 공부하거나 쉴 수 있도록 나무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 호그와트를 보는 듯 했다. 건물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학교 건물의 맨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전경이란 과연 어떨까? 맨 꼭대기 층인 42층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인들에게는 36층까지만 공개되었다.

36층에서는 이미 관광객 몇 명이 창문 밖으로 보이는 피츠버그의 全景(전경)을 담아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나도 창문 밖을 바라봤는데 엄청난 높이였다.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마치 그림엽서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레이첼 엄마가 중요한 몇몇 건물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짧은 설명을 해주었다. 그 중에는 카네기멜론 대학교도 있었고, 카네기 박물관 그리고 도서관도 있었다. 피츠버그가 학술의 중심이라는 별명을 괜히 가진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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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층 배움의 전당에서 내려다 본 피츠버그 전경



피츠버거(Pittsburger)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피츠버그의 명물이라 불리는 ‘피츠버거(Pittsburger)’를 맛보러 갔다. 피츠버그(Pittsburgh)와 햄버거(hamburger)를 더해 만든 합성어인 피츠버거는 피츠버그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지역음식이자 피츠버그 관광객들로서는 꼭 한 번 먹어봐야 하는 것이었다. 레이첼 엄마의 추천에 따라 피츠버거 레스토랑 중에서도 제일이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따끈한 하얀 빵 사이에 육즙을 잔뜩 머금은 쇠고기패티(patty)와 적당히 녹은 프로볼로네 치즈(provolone: 이탈리아산 훈제 치즈),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 그리고 코울슬로(coleslaw: 잘게 썰어 마요네즈에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가 들어있었다. 반을 잘랐는데도 한 손으로 들고 먹기가 겁이 날 정도로 크기가 크고 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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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명물, 피츠버거



‘팝아트의 帝王’ 앤디 워홀

‘팝아트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앤디 워홀은 1928년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학업까지도 이곳의 카네기 공과 대학(현재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상업 예술을 전공했다. 레이첼 아빠의 말에 따르면 그의 무덤 또한 피츠버그에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그의 작품은 실크 스크린 기법(silkscreen: 인쇄판 위에 실크를 올린 뒤 인쇄할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잉크가 새지 않도록 풀 등으로 막아 인쇄하는 기법)으로 반복∙배치하여 그린 <캠벨 수프 캔>과 <코카콜라 병>이다.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 ‘대량생산되어 번호가 매겨지는 상품화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을 묘사했다. 그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의 얼굴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한 회화도 유명하다. 앤디 워홀은 ‘예술에 관한 고정관념을 부수고 상품의 대량생산이라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잘 반영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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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워홀 미술관 전경.


‘앤디 워홀 미술관’은 피츠버그 시내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이 우리의 다음 목적지였다. 미국 최대의 개인 예술가 전문 미술관인 앤디 워홀 미술관은 높은 5층 건물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강렬한 노란색 벽지에 분홍색 소가 반복∙배치된 그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사실 앤디 워홀이라고 하면, 실크 스크린 작품들만 알고 있던 터라 미술관 내 진열된 그의 다른 장르, 예를 들어 페인팅, 조각 및 설치작품, 사진과 영상일기 등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앤디 워홀은 상업 디자이너 활동은 물론, 삽화가, 광고 및 영화제작자, 패션모델, 출판업자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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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소파에 앉은 앤디 워홀을 따라하며

미술관 내 각 층마다 그의 작품들이 선보여지고 있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 동안 전시물을 구경했다. 미술관 1층의 홀의 한 벽면에는 앤디 워홀이 빨간 소파에 거의 반쯤 누운 채 기대고 앉아 있는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나와 레이첼은 그 사진 아래 놓여있는 빨간 소파에 앉아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앤디 워홀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미술관을 나왔을 때 밖엔 어둠이 짙게 내리 깔렸다. 건물에는 하나 둘씩 서서히 조명이 켜지고 있어 차창 밖으로 피츠버그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크고 화려하며 북적이지 않지만, 오랜 역사가 살아 숨쉬며 소소하면서도 차분한 멋이 있는 피츠버그가 아직도 많이 그립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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