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새 방위협력지침에 대한 평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으로 인해 한·미군사관계가 약화될 경우 일본의 한반도 진출 여지는 남아있다.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장관들이 2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미-일 안보협의위원회(SCC)를 열고 새 방위협력지침((US-Japan Defense Guidelines)을 발표했다. 존 케리 美국무장관, 애슈턴 카터 美국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외무상, 나카타니 겐 일본방위상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가이드라인(23쪽 분량)을 18년 만에 개정했다. 두 나라 장관들은 이날 회의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21세기 급변하는 국제안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두 나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침 개정이유를 설명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일본이 외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등에 대비한 미군과 일본자위대의 역할, 협력에 관해 규정한 문서다. 두 나라는 지난 1978년 옛 소련의 침공을 가정해 첫 지침을 만든 뒤 1997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한반도 위기를 중시한 내용으로 개정했었다. 이번 개정에서는 중국에 대한 억제력 강화와 일본의 세계적 역할을 강조해 미·일동맹의 ‘21세기 매뉴얼’로 지칭된다.

  주요 변경내용

 개정 前의 가이드라인은 ▲ 평시 ▲ 일본이 위험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주변 사태’ ▲ 일본이 전쟁상태에 들어가는 ‘일본 유사’ 등 3개 분야에 걸친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을 규정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주변 사태’라는 지리적 개념을 빼는 대신,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되는 이른바 ‘중요 영향 사태’라는 새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자위대와 미군의 공동 행동반경을 全 세계로 넓혔다. 예를 들어, 새 가이드라인 하에서는 일본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까지 자위대가 미군 후방지원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또 ‘글로벌한 미·일 협력’의 기치 아래 미국이 세계적으로 관여한 국제분쟁에서 자위대가 후방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새 가이드라인에 ‘평시부터 유사시(무력 충돌)까지 빈틈없는 협력’을 포함함으로써 기존 가이드라인이 다루지 않은 ‘회색지대’ 사태에서 미·일간 협력이 가능하게 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중국 어민 등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상륙과 같은, 평시라고 보기도, 유사시라고 보기도 애매한 회색지대 사태에서 미군과 자위대가 공동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도서(섬) 방어’를 위해 공동 대처하는 내용을 새로 포함함으로써 미·일은 센카쿠를 둘러싼 대(對)중국 억제력 향상을 도모했다.

 또 이번 가이드라인이 종전 유사시 등으로 한정했던 미군과 자위대간 조정 기관을 상설화해 평시부터 가동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센카쿠 주변 등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기 前 단계에서부터 미·일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아베 내각이 작년(2014년) 결정한 집단자위권(동맹국 등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 행사 용인방침도 새 가이드라인에 반영됐다. 탄도미사일 요격, 미국함선 보호 등의 조치가 사례로 예시됐다. 이와 함께,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협력도 새로운 미·일동맹의 협력분야로서 거론됐고, 미국이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능력을 통해 일본에 ‘확장된 억지력’을 제공한다는 공약도 새 가이드라인에서 재확인됐다.

  평   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카터 美국방장관은 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미·일 군사협력의 지리적 제한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美국무장관은 새 방위협력지침을 ‘역사적’이라고 표현하며 미·일동맹은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춧돌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지침은 일본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 강화차원에서 일본의 상황을 평시에서부터 공격을 받는 급변사태에 이르기까지 5개 분야로 나눠 대응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5개 상황에 두 나라 정부가 빈틈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미·일동맹 조율기구(ACM)를 새롭게 설치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두 나라의 미사일방어 협력과 정보공유를 확대하는 한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국과의 3국 정보공유 체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일본이 방위협력지침을 18년 만에 다시 개정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새 지침은 중국을 별도로 명기하지 않은 채 남중국해에 대한 국제법 적용,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가 일본의 영토임을 거듭 확인했다. 카터 국방장관은 새 지침에 중국을 별도로 명기하지 않은 것은 다양한 위협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북한을 언급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 개정은 평화헌법 개정을 시야에 둔 채 ‘보통국가화’ 행보를 이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의지와 떼어놓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국, 아베 총리가 ‘필생의 과업’으로 꼽는 전후체제(2차대전 패전의 결과로 이뤄진 평화헌법 체제) 탈피 및 ‘보통국가화’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미·일이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함에 따라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 증원전력(주일미군 포함)의 안전한 호송을 지원하는 길이 열렸다. 유사시 한국에 있는 비전투원(미국, 일본 등)의 일본으로의 소개(疏開)를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우방국의 걱정을 덜게 됐다. 그리고 중국의 ‘힘에 의한 해양통제전략’(2020년까지 중국해안으로부터 1,000km 이내 해역 장악)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해상·공중 교통로를 미·일이 협력하여 방어키로 함에 따라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해상과 공역에 대한 배타적 통제를 기도하고 있다. 만약 이를 막지 못한다면 우리는 바다와 공중을 통한 교통로를 상실하게 될 수 있다. 중국이 2013년 11월 제주도와 이어도 주변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이 한 예다.

 반면 우려도 있다. 일본 멋대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경우다. 새 지침은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원칙으로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full respect)’이라고 명시했다. ‘한국’을 특정하지 않고 ‘제3국’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떤 경우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하려면 우리 측과의 사전협의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3국은 결국 한국을 의미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유사시 선포하는 ‘전쟁수역’에는 공해도 포함되기 때문에 일본이 통항의 자유를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우리가 허가하지 않으면 자위대는 한반도에 올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으로 인해 한·미군사관계가 약화될 경우 일본의 한반도 진출 여지는 남아있다. (Konas)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前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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