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국지전 시나리오

철부지가 가진 성냥은 불장난에 쓰이기 쉽다.

황성준 / 문화일보 논설위원
아래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북핵은 대미(對美) 협상용일 뿐, 실질적 위협이 아니란 주장이 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한미연합군으로부터 철저히 보복당해 북한정권의 궤멸이 자명한데, 김정은이 감히 그런 모험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일반 국민의 ‘설마 심리’와 결합돼 북핵 불감증을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북핵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보 장사’ 운운하며 손사래 치는 사람까지 있다. 과연 김정은이 합리적 선택자라면 핵을 사용할 수 없을까. 만약 핵 전면전을 가정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핵 국지전이라면 상황은 전혀 딴판이 된다.

최근 북한의 특이 동향 2가지가 있다. 첫째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발사 시험이다. 만약 북한의 SLBM이 실전 배치되면,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수중에 있는 SLBM을 정찰위성이나 레이더로 사전에 포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서해 5도 주변 열점 수역에서 해상분계선을 침범할 경우, 예고 없이 직접 조준 타격하겠다”는 북한의 협박이다. 북한이 주장한 해상분계선은 북방한계선(NLL)이 아니라, 2007년 12월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서해 경비계선(警備界線)’이다. 경비계선은 NLL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와 있다. 즉 NLL 남쪽에서의 우리 해군 기동을 영해 침범이라 우기며, NLL 무력화를 꾀하고 있다.

전쟁사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신전술에 의해 진행돼 왔다. 탱크는 보병의 보조 무기일 뿐이란 상식은 제2차 세계대전 독일 기갑사단의 전격전에 의해 무너졌으며, 항공기에서의 어뢰 공격은 비현실적이란 통념도 진주만 습격에 의해 깨졌다. 외국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조수간만 차가 크기에 불가능하다던 인천상륙작전이 좋은 예다.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하려면 3000t 이상의 잠수함이 필요하며, 핵탄두 탑재를 위해선 500㎏ 수준으로 소형화해야만 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식이다. 그러나 북한이 2000t급에서 사출 시험에 성공했으며, 다소 무겁더라도 짧은 거리는 날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선 안 된다. 아니 핵 소형화에 이미 성공했거나, 성공이 머지않을 공산이 크다.

북한이 SLBM 전력화에 성공하고 서해에서 도발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에 합참 발표대로 “합동전력을 투입해 도발 원점은 물론 지휘·지원세력까지 단호하게 응징했다”고 치자. 그런데 이 상황에서 북한이 SLBM으로 백령도 혹은 다른 중소도시를 핵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확전하면 서울을 핵 공격하겠다고 협박한다면…이 상황에서 핵 전면전을 불사하며 강력 대응할 수 있을까. 냉전 시기에 다행히 핵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핵은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핵은 국지전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번 북한의 SLBM 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다.

현 단계에서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잠수함 발진 기지 등을 파악하고 있으며 필요 시 작전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안전판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철부지가 가진 성냥은 불장난에 쓰이기 쉽다.

sjhw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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