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탄 샤란스키 이스라엘 해외유대인(디아스포라)문제담당 장관이 사임했다. 아리엘 샤론 정권이 이스라엘군을 점령지에서 철수시키는 문제와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민주화 문제를 연계시키지 않은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샤란스키는 '세계를 테러에서 구하는 길은 테러를 일삼는 독재국가에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이라는 신념의 소유자이다.그는 '독재자에게 당근을 줄 때는 반드시 자국 국민들에 대한 인권개선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을 담은 그의 <민주주의론>은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의 교범이 되고 있다.
샤란스키의 이러한 주장은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는 소련 시절 강제수용소에서 9년간 복역했던 정치범이었다.
소련의 물리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사하로프 박사의 통역관이었던 그는 1973년 이스라엘로의 이주 비자를 신청했다. 소련은 제정 러시아시절부터 反유대주의가 강했었지만,공산체제가 들어선 이후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사라졌다고 선전해 왔다. 이 때문에 그가 이스라엘로 이주하겠다고 신청한 것은 그 자체가 공산체제에 대한 불충이었다.
1977년 샤란스키는 국가반역죄 및 간첩죄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이후 9년간 감옥과 강제수용소를 전전했다. 소련 당국은 그의 사상을 뜯어고치겠다면서, 수감 기간 중 그를 아주 열악한 숙식환경 속에 방치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문제는 국제문제가 되었다.
1985년 레이건 美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장 밖에서는 샤란스키의 아내 아비탈이 남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레이건은 회담 도중 고르바초프에게 샤란스키 문제를 거론했다.
'당신은 샤란스키가 미국의 간첩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저 부인의 말을 더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를 포함한 정치범들을 계속해서 감옥에 가두어 놓고 있는 한, 우리의 신뢰 관계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이듬해 2월 고르바초프는 샤란스키를 석방했다. 고르바초프가 석방한 최초의 정치범이었다. 그는 '동서간의 포괄적 스파이 교환'이라는 명목으로 서방 세계에 수감 중이던 소련 동구 스파이들과 교환됐다. 베를린의 그뤼니케 다리를 건너 서방세계로 온 그는 이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데 반대하는 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북한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핑계일 뿐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우리가 계속 침묵했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나아진 것이 무엇이 있는가? 북한 인권 사정이 나아진 것이 무엇이 있는가?
탈북자가 생기는 것은 북한경제 사정 때문이므로 북한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그렇게 북한에 퍼주기를 해 주었지만,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이나, 경제사정이나, 인권개선에 무슨 보탬이 되었나?
북한 경제를 망가뜨린 것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세습독재체제고, 폐쇄경제체제고, 쇄국정치체제이다. 김정일 정권 타도야말로 북한의 경제난,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책인 것이다.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정동영이, 남북총리회담에서 이해찬이, 아니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이, 북한측에 대해 남북어부들,국군포로들,김동식 목사와 안승운 목사, 납치 일본인들,강제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해 거론하면서 '당신들이 그를을 계속해서 감옥에 가두어 놓고 있는 한, 남북 관계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한다고 치자. 그런다고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나빠지겠는가?
김대중,노무현,정동영,열우당이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한 마디로 그들이 부도덕하고, 비겁하고, 인권 문제에 대해 이중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도 김정일과 만났을 때,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했으니까....
북한과 남북대화를 하게 됐을 때, '당신들이 그를을 계속해서 감옥에 가두어 놓고 있는 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할 수 있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를 갖고 싶다.
* 얼마 전 한 신문에 이런 얘기가 실렸다.
<1975년 소련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반체제 인사들이 모의재판을 열었다. 원고는 소련 주민, 피고는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이었다. 검사가 키신저를 추궁했다.
“당신이 펼친 對蘇 유화정책, 데탕트가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절망시켰는지 아는가.” 키신저에게는 “공포사회에서 사는 고통을 체험해 보라”며 미국 시민권을 박탈하고 소련으로 추방하는 형벌이 내려졌다.
이 판결을 한 사람이 반체제 물리학자 사하로프 박사의 통역관이었던 나탄 샤란스키였다.>
탈북자들이,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자들이,김대중,노무현,정동영,열우당 의원들ㅡ주사파들을 상대로 모의재판을 한다면?
아마도 '북한 사회에서 사는 고통을 체험해 보라'며 대한민국 국적을 박탈하고, 북한으로 추방하는 판결을 내리지 않을까?
정상회담에서 소련인권을 거론한 레이건
- 강철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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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5-06, 2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