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兵務)가 무너진 국가는 반드시 망했다. 방위사업 비리, 소위 방산비리가 단순한 살인 이상의 ‘사악(邪惡)’인 이유가 여기 있다.
구속된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가격을 500억 원이나 부풀렸다. 외국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려 했던 혐의도 드러났다. ‘X 프로젝트’라는 작전명까지 내걸었던 이 행위 역시 돈을 빼돌리기 위한 불법이다. 도적이 판을 친 탓인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당시 대(對)포병 레이더가 먹통이고 K-9 자주포도 6문 중 3문이 작동치 않았다.
2015년 초여름 현재까지 밝혀진 방산비리 규모만 2,000억 원대에 달한다. 드러난 의혹에 대한 팩트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러하다.
<2억 원 음파탐지기 41억 원에 사들인 장군님>
▲ 2014년 11월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출범한 후, 3월30일 현재 방산비리에 연루된 ‘별’들은 21개에 달한다. 참모총장 출신만 셋이다. 김상태 前공군참모총장은 1심에서 징역10월, 집유 2년을 받았다.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를 차려 2004~2010년 사이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 등 군사기밀을 美록히드마틴사에 넘기고 25억을 챙겼다.
▲ 황기철 前해군참모총장은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문서(美납품업체 음파탐지기 시험 평가서) 조작(造作)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 黃씨는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 재직 당시 2억 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 원에 사들였다. 70년대 건조된 평택함 음파탐지기와 성능이 비슷한 것이다. 이상(異常) 물체 탐지는 못하고 물고기 떼나 찾아내는 고물이다. 합수단 수사에 따르면, 黃씨는 부하 직원에 문서 조작을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옥근 前해군참모총장(구속)은 총장 재임 때인 2008년 STX조선 측에 손을 내밀어 7억7,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 鄭씨는 과거에도 구속된 전례가 있었다. 2008년 8월 ~ 2010년 3월 27회에 걸쳐 해군복지기금 5억2,67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2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2011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 천 모 예비역 중장(구속)은 2006 ~ 2011년 공군 전투기 정비를 하면서, 사지도 않았던 부품을 공군군수사령부·방사청에 청구하는 수법으로 243억 원을 빼돌렸다. IFF라는 적(敵)인식장비를 중고로 가져다 쓰기도 했었다. 퇴역 후 공군정비업체 회장으로 일하면서 저질렀던 일들이다.
▲ 방산비리 리스트엔 북한군 AK소총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 2,062벌을 육군 특전사에 납품해 13억 원을 착복한 박 모 중령도 있다.
▲ 방산비리만큼 지독한 문제가 또 있다. 장비 부실(不實)이다. 20mm 유탄이 약실 안에서 잇달아 폭파돼 논란이 됐었던 이른바 세계최초 복합소총 K11을 비롯해 K2 흑표전차, ‘헬기 잡는’K21장갑차, ‘국내최초 스텔스’3인치 함포 등 한국이 개발한 장비의 부실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다.
▲ 압권은 일명 ‘클라라’회장, 일광공영 이규태(구속)이다. 李회장은 500억 원대 제품을 1,000억 원에 부풀려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방산비리 합수단은 李회장의 ‘컨테이너박스’와 ‘비밀의 방’을 2015년 3월 찾아냈다. 경기도 야적장 내 위치한 컨테이너박스에는 방산(防産) 로비 관련 커미션·리베이트 규모 등이 적힌 서류 1톤이 저장돼 있다고 한다. 李회장이 장로로 시무해 온 한 교회에 위치한 소위 ‘비밀의 방’에는 9개의 CCTV와 은밀한 통로도 마련돼 있다. 1톤의 서류는 방산비리 판도라 상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속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못 찾은 것인가 안 찾은 것인가.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다는 장교들>
“추악한 방산비리 때문에 헛된 훈련하다가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다”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이 사기(詐欺)쳐 납품한 장비로 훈련한 공군조종사들의 울분이라는 조선일보 기사 인터뷰 중 일부다.
‘조선일보’기사에 따르면, 李회장이 납품한 물건은 ‘엉뚱한’ 것이다. 이른바 공군전자전 훈련장비는 전투기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당하면 회피(回避)하는 시뮬레이션 장치다. 현재 북한 주력 지대공 미사일은 SA-2, 새로 배치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SA-5인데, 李회장이 납품한 장비엔 SA-3, SA-6, SA-8, Gun Dish 미사일 프로그램만 탑재돼 있다고 한다. B소령 인터뷰다.
“이 정도 장비가 1100억 원이라니 기가 막힌다. 고장도 잦고 정비도 자주 해서 훈련을 못할 때도 많다. 한 달 전에도 훈련하러 왔더니 29전대(정비전대)로 정비 들어갔다고 해 훈련을 못했다. 북한은 매년 새로운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 우리는 5년째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훈련하고 있는 것도 솔직히 불안하다.”
최악은 채점기(採點器)다. TOSS(TV Ordnance Scoring System)라 불리는 이 장비는 감시 카메라 2대와 채점 카메라 6대, 녹화·전송장비로 이루어져 있다. 조종사들이 미사일을 쏘는 사격장 표적판을 비추고 있다가 촬영해 전송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사격했는지 자동으로 채점하는 수준이다. 기사 중 일부다.
<방위사업청은 이 장비를 70억 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이규태 회장이 싱가포르 업체에서 40억 원에 구입해 국산화한 것처럼 속여 가격을 부풀린 장비. 한 정보통신장교는 “70억 원은 터무니없고, 40억 원도 비싸다. 카메라 8대로 녹화하고 채점하는 게 이 장비 기능의 전부”라면서 “그렇다고 녹화나 채점이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軍 안보 담당자들이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로>
이규태 회장의 범죄는 처음이 아니다. 2009년 3월 李회장은 자신의 회사인 일광공영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고발됐고 2012년 7월 징역 3년, 집유 4년을 받았었다.
李회장은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에도 올라있다. 李회장 체납액 규모는 164억 원, 고액체납자 순위 90위. 일광공영의 체납액은 213억 원이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광그룹 측은 “세금을 체납한 것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불복절차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정당국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이 李회장 것으로 추정된 미국 계좌 3개에 대해 미국 국세청(IRS)를 통해 명세서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주간동아 인터뷰).
놀라운 것은 이규태 회장의 독한 생명력이다. 여기는 수십 년 다져온 두터운 인맥(人脈)이 있다. 李회장은 아·태평화재단 운영이사를 지냈었다. 이후엔 노무현 정권의 핵심 안보관련 인사들을 일광그룹에 끌어들였다. 일광공영 고문은 노무현 정권 때 초대 방위사업청장을 지냈던 김O일씨,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일광 폴라리스 대표는 盧정권 기무사령관을 지냈던 김O한씨, 일광 복지재단 이사장은 盧정권 국정원장을 지냈던 김O복씨, 일광 청소년재단 ‘포사랑’ 이사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韓美연합사부사령관 이O원씨(그는 MB정권 안보특보까지 지냈었다). 김O한, 김O복, 이O원 등은 李회장이 사실상 꾸려온 대종상영화제조직위원회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특정 정권 국정원·기무사 대표를 맡았던 안보수장들이 연예·영화계에 얼굴을 들이민 것은 당혹스럽다. 공교롭게도 일광공영은 이회장의 탈세·횡령 사건으로 2009년 말 기무사에 의해 무기중개업 자격등록이 취소됐었다. 그러나 6개월 뒤 2010년 일광공영은 기무사 테스트를 거쳐 무기중개업 자격을 재취득(再取得)했다. 그리고 다시 2개월 뒤 김O한 전 기무사령관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일광폴라리스 대표에 취임했다. 우연치고는 공교로운 릴레이다.
<초라한 별들이 人事를 제대로 했을까>
구국(救國)의 마지막 보루인 군대의 부패는 절망적 느낌을 갖게 한다. 돈과 물질, 탐욕에 절은 이런 초라한 별들이 인사(人事)를 제대로 했을 리 없다. 핵폭탄 가진 북한과 軍 내 종북(從北)과 반역에 심각한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천안함 46용사와 연평도 도발에 대한 응징과 보복은 꿈조차 꾸었겠는가? 충정에 들끓는 절대다수 장교들을 절망(絶望)과 우울(憂鬱)에 빠지게 했을 것이다.
방산비리 구속자 중에는 필자의 강연을 들었던 이들도 있다. 계급(階級)을 돈벌이 도구로 활용해 온 저들은,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열변을 들으며 얼마나 코웃음 쳐댔을 것인가? 그들의 입가에 번졌던 묘한 미소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용두사미(龍頭蛇尾) 수사가 될 것이란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한국은 마지막 재건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밤과 새벽, 칼과 평화, 죽임과 살림의 분계선(分界線), 노예의 멍에를 끊을 이 절박한 기회를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지식인 집단이 얼마나 깨닫고 있을까?
<尹일병 사건 fact sheet>
지휘부 부패만 문제는 아니다. 군대 내 폭력도 심상치 않다. 2014년 4월 선임병 구타로 사망한 윤(尹) 모 일병 가혹행위 사례를 예로 들어 보자.
<尹일병 목청이 작다며 치약 1통을 먹였다. ‘대답이 느리고 어눌한 인상(印象)이 보기 싫다’는 이유도 달았다. 1.5리터 물을 한 번에 마시게 만들고 가래침을 핥게 했다. 관물대(官物臺) 밑으로 밀어 넣고 발로 찼다. 하루 1~3시간씩 주먹과 발로 90대 이상 맞았다. 주범인 李병장은 유(柳) 모 하사에게 ‘전날 밤을 새워 尹일병을 가르쳤으니(때렸으니) 이제 수액주사를 맞히자’고 했다. 柳모 하사는 병사들 관리를 맡은 간부다. 폭행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데 오히려 구타를 권했다. 동료들은 ‘힘을 합쳐(?)’ 한 달간 24차례 폭행, 11차례 가혹행위를 가했다. 2014년 4월 초 28사 尹일병은 선임병 집단적 구타로 그렇게 죽었다.“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맞았다”던 부대원들의 그 신기(神奇)는 오래가지 못했다. 가해자들은 증거인멸을 위해 군용수첩 일부를 찢었다. 만두를 먹다가 죽은 것이라고 허위(虛僞) 진술까지 했다.>
<“尹일병 입에 만두를 채우고 구타했다”>
尹일병 부검결과에 따르면, 尹일병은 뇌와 비장 등 장기 일부 파열. 근육이 파열된 곳도 있었다. 갈비뼈 14곳이 부러져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 가슴과 복부에 29cm X 54cm 멍과 출혈의 흔적이 나왔다. 교통사고 수준 구타. 소위 맞아 죽었다. 尹일병은 사고 당일 폭행을 당하다 오줌을 지렸다. 李병장은 “꾀 부리지마 이 새끼 군기 빠졌네” 하며 복부를 가격해 의식을 잃었다. 그게 尹일병의 마지막이었다.
재판(裁判)을 거치며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부대 증언자 김 일병은 “선임병들이 尹일병입에 만두를 채우고 구타했다”고 증언했다.
“尹일병이 호흡을 하는데 힘들어 보였고 표정도 좋지 않았다. 선임들 폭행은 계속됐다. 尹일병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자 선임들은 손가락으로 입에 있는 음식물을 제거하고 구급차에 태웠다. 4월6일 밤 내무반으로 돌아온 선임들이 내게 넌 옆 침상에서 자고 있었던 것으로 하라고 했다”
부대원들은 주범 李병장 말을 듣지 않으면 자신도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李병장은“나를 찌르는 놈은 아버지 회사 망하게 하고 엄마는 섬에 팔아버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사회가 험해지니 군대도 험해진다>
과장할 필요는 없다. 확실히 군대 폭력·가혹행위는 줄고 있다. 일례로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기인 1975년 軍사망자가 1,555명이었고, 전두환 대통령 집권시기인 1980년에는 그 수가 줄어 97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273명(1997년), 2010년 129명, 2011년 143명, 2012년 111명으로 70년대와 비교해 현격히 줄었다.
군대도 사회(社會)다. 군대 이전 사회가 문제다. 사회가 험해지니 군대도 험해진다. 10대 때 왕따·폭력 문화는 그대로 군으로 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히려 더 추잡한 일들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신종 가혹행위다. 군 자원이 줄면서 ‘문제 있는’ 청년들 입대도 늘었다. 예전엔 면제를 받았을 이들이다. 군 특별인권교육 참고교안 등에 나오는 실제 사례는 이렇다.
<다리털 뭉쳐서 뽑기(개미) 발바닥으로 성기 문지르는 행위(오토바이), 성기 베개 때리기, 밥에 물을 말아 먹기 싫어하는 반찬 몰아주고 다 먹게 하기, TV시청 시 혼자 벽보고 앉아 있게 하기, 선임병 근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하기, 이불 위로 때리기, 강제로 팬티 벗긴 뒤 항문에 물 붓기, 입에 풍뎅이 넣기, 430V 해충 퇴치기 손 넣게 하기, 얼굴에 방귀 뀌고 트림하기, 바지 벗기고 에어파스 엉덩이에 뿌리기>
군형법에 따르면, 선임병 전투화 닦기, 설거지, 침구정리 등 병사 상호간 사적 지시가 금지된다. 제62조는 직권남용·가혹행위는 5년 이하 징역(懲役). 병 상호간 직권남용·가혹행위는 3년 이하 징역(懲役)을 당한다. 이상의 행위를 막지 못한 분대장 등 책임자도 1년 이하 금고(禁錮)를 당한다. 이런 법률의 규정이 있어도 현실의 문제를 막기엔 힘이 부족해 보인다.
<대한민국 이 나라 절대 용서 못한다?>
《대한민국 이 나라 절대 용서 못한다.》 군 관련 폭력 사고가 계속 터지자 보수매체라는 <중앙일보> 인터넷 판 기사 제목이 이랬다(2014년 8월14일).
군대 내 문제들이 늘어나 이런 식의 여론몰이가 계속되면 국민 개병제는 모병제(募兵制)로 진행될 것이다. 실제 조선, 중앙, 동아 등 매체마저 모병제 주장을 본격화했다. 2015년 5월14일 예비군 총기 사고가 터지자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은 “이런 군(軍)은 필요 없다”며“지금 당장 예비군 훈련을 중단(中斷)하고, 근본적 대책을 수립한 이후에 재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모병제가 군대 폭력을 줄일지 모른다. 예비군을 없애면 사고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비약하는 중국, 약진하는 일본, 무엇보다 핵무장한 북한 사이에서 한국은 난쟁이가 되고 만다.
모병제 주장만 예로 들어도 치명적 약점은 국방비 증액(增額)이 없다는 데 있다. 국방비 증액 비율은 노무현 정권 연평균 8.8%, 이명박 정권 5.3%, 박근혜 정권 3.8%로서 현저히 줄었다.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정치권은 복지예산만 늘이고 국방비는 줄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등장한 모병제는 조선조 ‘문약(文弱)의 화(禍)’를 자초한다.
통일도 물 건너갈 것이다. 북한급변사태 이후 휴전선 이북을 관리할 지상군(地上軍)이 줄어들면 자유통일은 불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지상군 60만’을 북한붕괴 이후 민사작전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으로 보고 있다.
100년 전 구한말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새롭게 엄습할 망국(亡國)의 모습은 북한은 중국의 속국(屬國), 한국은 중국의 변방(邊方)으로 몰락하는 그림이다. 그 북한은 한국을 핵으로 공갈쳐 인질 삼아가는 스케치다. 이런 식이면 한반도는 영구분단(永久分斷)되고 북한은 ‘티벳’처럼, 한국은 ‘남미’처럼 몰락한다.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소위 ‘핀란드화’로 치닫는다. 괴거 핀란드는 주변 강국 러시아 눈치를 살피며 국방장관도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했었다.
<오합지졸도 명장(名將)을 만나면 강군(强軍)이 된다>
방산비리와 군대폭력은 다른 이름의 같은 병이다. 오합지졸도 명장(名將)을 만나면 강군(强軍)이 된다. 한물 간 선수도 훌륭한 감독을 만나면 ‘공포의 외인구단’이 돼 승리를 맛본다. 문제의 원인은 리더의 부재(不在)다. 할 일 많고 갈 길 먼 한국의 軍에게 해야 할 일, 가야할 곳을 제시할 리더가 없으니 지휘부는 썩어가고 병사들은 병이 든다.
MB정권 당시 군부대 강연을 300차례 이상 했었다. 전국의 수많은 부대를 돌았고 군인과 얘기를 나눴다. 탈영·구타·자살 등 사고에 대한 주제도 많았다. 소결(小結)은 사고가 적은 부대와 그렇지 않은 부대의 가장 큰 차이가 교육(敎育)에 있다는 점이다. 사고 적은 부대는‘내가 왜 총을 들고 2년 간 고생을 하는지’의 명분을 필사적으로 가르친다.
군복에 대한 자부심(自負心)과 사명감(使命感)이 커지면 사고(事故)는 줄었다. 정신이 살아 있는 장교들이 긍지에 찬 사병들을 길러낸다. 불이 붙은 사람은 그 불을 아래로 전했다. 이 불은 ‘돈’으로 상징된 온갖 추잡한 사심(私心)을 태우는 기개(氣槪), 지조(志操), 청렴(淸廉), 강직(剛直), 신령한 대의(大義)의 불이다. 이 민족을 5천년 수난 속에 지켜 온 씨알이요 백성과 나라에 대한 사랑이다.
<‘꿈꾸는’ 장군이 있었다.>
군(軍)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믿는다. 넋 나가고 얼빠진 이 나라 수많은 조직들 가운데 불씨가 남겨진 유일한 곳이다. 몇몇의 장군이 썩었고 기강이 무너져 보여도 애국심(愛國心)이 남아 있는 조직 중 하나다. ‘북한해방’의 외침에 환호로 답하던 청년 장교들의 눈빛과 ‘통일강국’의 선언에 희망에 불타던 어린 병사들의 낯빛을 셀 수 없이 확인했었다. 이곳이 이 나라 희망의 오아시스다.
군(軍)에서 비리(非理)와 사고(事故)가 터지는 이유는 결국 비전(vision)의 부재(不在)다. 모든 군 관련 평가에서 ‘압도적 점수 차로’ 우수한 평점을 받아 온 어느 부대를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정신교육이 독특했다. 시간의 투자가 많은 것은 기본이다. 안보교육과 함께 근현대사 교육, 북한인권, 세계사 교육까지 시켰다. 자유통일 이후 강대국 건설의 꿈은 이들의 핵심 슬로건이었다.
부대 병사들은 테스트를 거쳐 지역 예비군 교육도 나섰다. 이른바‘나라사랑 강사’다. 지역 학교와 연결돼 병사가 간부들 교육을 보조할 정도였다. 병사들 스스로 제복에 대한 긍지가 커졌고 사고는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사라졌다. 이 모든 교육의 뒤에는 ‘꿈꾸는’ 장군이 있었다. 고귀한 가치를 꿈꾸는 이기에 비리완 거리가 멀었다. 소극적 안보가 아닌 능동적·적극적·진취적 안보, 자유통일을 외쳤다.
<사라지는 新안보세대>
정신교육과 병영사고 함수관계는 박근혜 정부 이후 늘고 있는 군(軍) 내 강력사고 빈도(頻度)가 입증한다. 현 정부 들어 야당이 안보교육 자체를 정치개입·선거개입으로 몰아갔다. 여당은 이런 공격을 막아낼 의지가 없었고 정부도 그랬다. 보수적 인사가 강사로 나서면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국방부를 조리돌린다(?). 외부강사 초빙교육은 사실상 중단됐다. 2013년을 거치며 필자의 군부대 강연도 사실상 중단돼 버렸다.
교육의 부재(不在)는 풋과일 열매를 맺는다. 예컨대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 이후 20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신(新)안보세대’가 사라진다. 보수정권 8년을 거치며 국민의 의식은 오히려 좌향좌(左向左) 하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2015년 3월23일 발표한 대학생 400명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결과가 흥미롭다. 10학번 200명과 올해 신입생인 15학번 200명 사이 현저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대학생 설문조사에서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은 15학번(29.5%)이 10학번(17.5%)을 크게 앞질렀다. ‘천안함 도발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0학번의 66.5%는 ‘그렇다’고 답했지만 15학번은 57.5%가 같은 답변을 했다.
요컨대 천안함 폭침 당시 대학 1학년이던 10학번의 경우, 북한을 감싸는 대답이 10명 중 1~2명에 불과했지만, 올 해 대학에 입학한 15학번은 10명 중 3명 가량 나왔다. 어릴수록 안보관이 약하다는 통계이다.
MB정권 당시에는 이른바 안보교육의 황금기였다. 대통령 본인이 앞장서 이념적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전국의 공무원 집단과 정부관련 기관들을 대상으로 특히 군부대 등에서 국가관 교육이 전(全)방위적으로 진행됐다. 그렇게 이명박 시대 5년을 거치며 한국엔 신(新)안보세대라는 애국의 맹아(萌芽)가 자랐다. 대부분 군대를 거친 20대 청년이 주류를 이뤘다. 2015년의 통계는 타락한 세상을 바꾸던 군대가 이제는 타락한 세상을 쫓는 것을 보여준다.
<바이칼 호수의 철길을 따라서>
대한민국은 나아갈 곳이 있는 나라다. DMZ 건너 북한을 넘어선 만주와 시베리아가 열린다. 태고 적 배달족이 머물던 바이칼 호수의 철길을 따라선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이어진다. 아래쪽 찻길을 따라선 몽골의 초원을 지나서 카스피 해(海)로 이어진다. 통일 이후 한국인이 해양과 대륙을 연결해 뻗어갈 때 국군은 이들의 가디언엔젤(guardian angel)로 평화를 지켜낼 것이다.
꿈이 있는 자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헌법이 명하는 자유통일(自由統一)의 비전을 포기한 국가 지휘부 아래선 군(軍) 역시 사명(使命)을 잊고 썩어갈 뿐이다. 장군들은 비리를 저지를 것이요 병사들은 사고 칠 것이다. 깨달아야 한다. 지엽적 사고(事故)를 막기 위해 버둥대는 대신, 군이 사명을 향해 뛰게 해야 한다. 진실을 알리고 60만 군에게 통일의 꿈을 심어야 한다. 그래야 군도 살고 나라도 살고 7천만 민족 전체가 산다.
군(軍)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혹독한 책임자 처벌을 통해 기강(紀綱)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제복 입은 그들이 북한의 재건과 초원과 대륙을 뻗어갈 운명을 지니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먼저다. 휴전선 이남의 좁고 갇힌 땅에 살 운명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 먼저다. 칸막이 저주를 깨뜨릴 신비의 열쇠가 이미 우리 손에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 먼저다. 자유통일의 고귀한 사명을 깨닫는 것만이 유일한 생명의 길이다.
written by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
바이칼 호수의 철길을 따라서
- 金成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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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02, 12: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