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은 굶어 죽을지라도 종자를 베고 죽어야 하며, 장사꾼은 끼니를 거를지언정 밑돈은 깔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은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도 가정유지를 위해 힘들게 살아가는 북한 여성들의 신조어다. 사회주의 배급제도가 종말을 고한 북한에서 가정을 유지하려면 시장을 통한 여성들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절대 다수의 주민들이 북한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성장한 시장에 매달려 살아간다.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개인이 가진 자본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가진 돈이 얼마냐에 따라 장사 품종이 결정되며, 수입이 높아진다. 때문에 장사 밑돈이 적거나 없으면 판매할 상품도 넘겨받을 수 없게 되며, 비싼 값에 거래되는 매대(자리)도 차릴 수 없다. 때문에 북한 여성들에게 장사 밑돈은 온 가족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부분이다.
북한 주민들은 목숨과 같은 장사 밑돈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남한처럼 카드나 통장을 통해 거래되는 시스템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다 매일같이 물건을 주고받고 하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은 가는 곳마다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 포스터를 걸어놓고, 주민들에게 당만 믿으면 주민들의 앞길이 열린다고 거짓선전을 일삼았다. 하지만 20년 넘게 지속된 열약한 경제생활은 더 이상 당을 믿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2013년 8월 남한에 정착한 무산출신 박 씨는 "하나원에서 발급해준 통장을 받아들고 난생 처음으로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뽑았다. 기계에서 금방 꺼내 든 현금을 보니 신기했고, 주변에서 누가 나의 비밀번호를 훔쳐보나 싶어 두리번거렸다. 마트나 영화관에서도 계산할 때 지갑 속에 돈을 몇 번이나 재확인했는지 모른다. 북한에서 상품을 살 때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면서 돈을 정확히 세주던 그때처럼…그로부터 1년 후 나는 은행 홍보 포스터에 유혹되어 드디어 카드를 발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남한에 와서 간판이나 포스터를 보면 영어글자가 많다 보니 이해하기도 힘들고 믿을 수 없는 홍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푸른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넓고 탄탄한 도로가 그려있는 은행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그림 밑에는 “신한을 믿으면 당신의 앞날에 탄탄대로만 열린다.”고 씌어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정말 신한카드를 만들면 내 앞날이 환하게 열릴 수 있다는 원인모를 충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은행광고 포스터에 현혹되어 신한 체크카드를 발급받게 되었다. 그런데 카드를 만들고 난 후 천 원짜리 한 장도 아끼며 쓰던 종전이 생활방식이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절대로 낭비하거나 쓸데없는 곳에 소비하지는 않는다. 한 마디로 아날로그로부터 디지털로 전환했다고 나름대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다른 탈북자 온성 출신 장 씨는 "탈북민이라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처음에는 카드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내 손에 쥐여쥐는 돈만이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관습 때문이다. 북한 은행이나 저금소에 맡기면 찾기도 어렵고, 거액을 저금하면 보위부에서 돈 출저를 따지며 못살게 군다. 때문에 그 누구도 정권에서 운영하는 은행을 이용하는 것은 미친짓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카드를 발급할 때도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곳은 북한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라는 인식이 들면서, 지금은 여러 장의 신용카드도 거부감없이 사용한다. 또한 주변지인들과 카드혜택에 대한 실용 있는 정보도 공유하고 여성들의 꿈인 비싼 화장품도 한 번의 부담이 아닌 6~12개월 이자 없는 할부로 부담하면서 지금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탈북자들도 디지털 시대에 적응
- 박주희(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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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14, 16: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