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위원회 정부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를 일러 참여 정부라고 한다. 정보화 시대에 맞추어 고대 그리스나 현대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를 가능한 한 많이, 널리, 깊이 도입한다는 뜻인 모양이다. 좋은 발상이다. 간접민주주의에서 국민이 대표로 뽑아 준 중앙이나 지방의 의원들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세계적인 일이니까. 정부의 관료주의가 공무원의 기득권 지키기로 변질된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대체로 선진국에서는 80년대부터, 개도국에서는 90년대부터, 시민단체가 핵이 폭발하듯 생겨났고 이들이 간접민주주의를 상당히 보완하고 있다. 그 결과 선진 사회에서는 의원이나 공무원이 몸을 낮춰 허리에 타월을 감고 시민의 발을 씻어 준다.

노무현 정부와 친정부 시민단체를 연결해 주는 것이 각종 위원회다.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만 해도 정책기획위원회를 비롯하여 사람입국신경쟁력특별위원회, 동북아시대위원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교육혁신위원회, 사법제도개혁위원회 등 13개나 된다. 과히 위원회 정부이다.

그 외 국가인권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언론개혁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등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 못지 않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일정한 방향이 있다는 점에서, 헌법과 법률의 뒷받침을 받는 항구적 제도가 아니란 점에서, 치명적 결함과 자체 모순이 있다. 전두환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김대중 정부의 금융감독위원회는 법률개정에 의하지 않고는 폐지할 수 없는 제도이다. 국내외적 변화와 더불어 이들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는 새로 정하면 되지만, 이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각종 위원회는 정권이 바뀌면, 특히 야당에 의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하루아침에 없어질 운명을 갖고 있다. 제도적으로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말이다. 100만 공무원이 일하는 정식 정부조직이 있고 그에 준하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있는데, 이 위원회들의 위원 나으리들이 암행어사처럼 어디에서나 불쑥 나타나 마패만 슬쩍 꺼내 보이고, 자신들은 무결점의 순수 집단에 무소부지의 독심술 집단인 양 어떤 해명이나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다짜고짜 쇠꼬챙이를 들고 마구잡이로 벌집을 쑤시고 다니니까, 국가의 조직이 마구 헝클어져서 공무원들은 심지어 국회의원이나 판검사, 나아가 기업인들도 이들의 눈치를 살피느라고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100만 공무원은 공식적으로 대통령의 지시와 명령을 집행하는 법률기관인데, 위원회란 비공식 기관이 대통령의 직권으로 부여받은 우월적 지위를 휘둘러 헌법이나 법률과 상반된 지시와 명령을 내리면, 도대체 어느 말을 들어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된다.

방향성도 큰 문제다. 공식적으로도 수백 개의 위원회가 있지만, 참여 정부의 위원회는 지향하는 바가 거의 똑같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평등과 분배를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이를 그들은 진보주의라고 일컫는다.

둘째는 한국의 현대사를 근본적으로 회의하고 노골적으로 부정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화(박정희, 전두환)와 민주화(노태우) 덕분에 대한민국의 헌법에 의해 권력을 장악하여 한국의 모든 제도를 수하에 두었지만,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성취와 제도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온갖 요설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게 하지만, 한 마디로 잘라서 말하면, '정적'이었던 자들이 이룩하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생지옥인 북한에 대한 비판은 한사코 거부한다. 그들은 이를 민족주의라고 도리어 자랑스러워 한다.

셋째는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체 모순과 자기 정화 기능의 부족으로 공산권이 무너진 이후, 그와 거의 때를 맞춰 유럽의 사회주의가 복지병이란 성인병으로 작은 계단도 못 오를 정도로 허약해진 이후, 전세계가 동서나 남북을 막론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또한 이런 쪽으로 가는 나라는 부의 시장에서나 권력의 무대에서나 소외 현상이 오히려 급격히 줄어 든다. 마르크스가 알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회개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각종 위원회를 앞세운 노무현 정부와 친여 시민단체와 친여 매체들은 이를 신자유주의라고 입에 거품을 문다. 미국의 음모라고 확신한다.

날마다 균형을 내세우지만, 노무현 정부는 지극히 편향되어 있다. 평등과 분배와 민족을 맹신하는 자들이 아니면, 코드가 안 맞으면, 바로 방송과 인터넷과 친여 신문을 내세워 상대가 그 누구든 발언의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한다. 그런 식으로 병풍 사건을 조작하고 촛불 시위를 방조하고 필리핀에서 거부당한 전자개표기를 이용하여 권력을 장악한 후에 권력과 부와 명예를 한껏 누리고 있다. 권력과 부와 명예를 영원무궁토록 누리려 한다.

(200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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