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탄은 그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지금까지 공포의 균형자로서 존재했을 뿐 실지로 살상용으로 쓴 경우는 딱 두 번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미국이 1945년 8월 6일에 히로시마에 투하한 우라늄탄과 그 사흘 후에 나가사키에 투하한 플루토늄탄이다.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그 때 죽은 사람들은 숫자 자체로 보면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런 죄가 없이 민간인이 무차별로 죽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한 순간 빛을 잘못 본 죄 아닌 죄 때문에 평생토록 천형을 안은 채 살아야 했고 그 후손까지 유전자의 변형으로 장애자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전 인류는 상상을 초월한 공포의 트로마를 영혼 깊숙이 새기게 되었다.
원자탄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최후의 무기이지만, 이것 때문에 크게 혜택을 받은 나라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혜택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이었다. 한국인의 힘으로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해방이 원폭 투하 일주일 만에 현실로 다가왔으니까! 심 봉사가 눈뜨는 것보다 더 일어나기 힘든 기적만 같은 현실이었다.
소련도 그 원자탄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일본의 항복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자, 스탈린은 히로시마에 버섯구름이 피어 오른 지 불과 이틀 후에 대일본 선전포고를 공중의 전파에 대대적으로 띄운 것이다. 독일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는 수백만 명을 희생했지만, 일본과는 기합 한 번으로 100만 관동군을 물리치고 일직선으로 조선으로 달려와 38선 이북을 점령한 것이다. 동구를 위성국으로 삼은 것은 대독일전의 희생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도 있으나, 북한은 미국의 원자탄 투하 때문에 그냥 주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1949년 소련은 원자탄을 보유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동구와 몽골과 북한을 계속해서 위성국으로 삼을 수 있었다.
6․25 때도 소련은 무기와 물자만 제공하고 인명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스탈린은 여우보다 더 간교하여 김일성이 그렇게 애원해도 휴전을 허용하지 않고 콧수염을 어루만지며 트루먼과 모택동이 바짓가랑이를 움켜쥐고 이전투구하게 만들었다. 두 강대국의 싸움을 마음껏 즐겼다. 어부지리! 차도살인! 그렇게 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바로 원자탄이었다. 미국은 절대 만주와 대만의 맞은 편인 복건성을 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다가 3차 대전이 일어나면 만의 하나 소련이 미친 척하고 원자탄을 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1953년 스탈린이 죽고 나자 휴전 협상이 급진전하여 그 해 바로 미국과 중공은 휴전협정에 서명했다. 모택동은 스탈린의 꾐에 빠져서 소모적인 전쟁을 3년이나 더 계속했던 것이다.
그 후에 모택동은 미국의 화력에 너무도 놀라서 이른바 제3선이라고 하여 연안의 공장을 몽땅 뜯어서 내륙으로 내륙으로 멀리 사천의 중경까지 몽땅 옮기는 바람에 나라 살림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등소평은 이 때 군소리 한 마디 않고 그 어려운 일을 총책임지고 완수했는데, 후에 모택동이 죽고 나서야 비로소 연안을 개방하여 새 공장을 대대적으로 지어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었다. 이것을 일러 개혁개방이라고 한다.) 지레짐작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며 전쟁하듯이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를 펼치는 바람에, 중공은 유럽의 제국주의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그리고 국공내전으로 100년간 잃은 목숨보다 더 많은 목숨을 잃었다. 제 나라의 백성을, 황제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마구 죽였던 것이다. 죽은 스탈린이 산 모택동을 10년 이상 끌고 다니면서 자기 국민을 학살하게 만든 셈이다. 모택동이 한숨을 돌린 것은 1964년이다. 그 해 비로소 중공도 원자탄 실험에 성공했던 것이다. 일부러 소련과 중공 사이의 사막에서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소련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또 다른 대국 인도도 위협한 것이다.
1975년 베트남이 적화통일을 달성할 때도 핵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소련과 중공이 무서워 미국은 끝내 원자탄을 사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차라리 전쟁에 지고 만 것이다.
이런 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작은 나라의 독재자가 있었다. 그가 바로 김일성이다.
“원자탄만 있으면 누구도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구나!”
일찍이 1960년대에 그는 가장 머리가 좋은 과학자들을 모스크바에 유학 보내고 소련으로부터 실험용 원자로를 도입하여 최우선 과제로 원자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0년대 중반에 그는 원자탄 개발에 성공했다. 그런데 미국과 프랑스의 인공위성에 이것을 들켜 버렸다. 순진한 미국은 과거의 핵은 불문에 붙이고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힘든 경수로를 지어서 암흑천지인 북한에 전기를 공급해 주면,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더 이상 허튼 짓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면 동구와 소련처럼 체면 불구하고 전 가족을 이끌고 거리에 나앉아 깡통을 두드리며 각설이 타령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독재권력은 꿀보다 섹스보다 더 달콤하여 모택동이 자국민 3천만 명을 때려 죽이거나 굶겨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듯이, 김정일 역시 자국민 3백만을 때려 죽이고 굶겨 죽이고도 권력의 10,000분의 1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을 민주 국가인 미국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육이오 동란과 월남전에서 함께 피를 흘린 한국이 북한 편을 들 줄이야! 미국은 상상도 못했던 것 같다. 1980년 광주사태 때부터 한국의 언더그라운드와 캠퍼스는 숫자는 얼마 안 되었지만 민주와 진보와 민족을 앞세운 위수김동파에게 거의 평정되었다는 것과 그들이 사회의 중추 세력이 되는 순간, 한국의 친북 좌경화는 누구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은 거의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마침내 2005년 5월 만약 미국이 북핵 때문에 북폭을 감행하면 47.6%가 북한 편을 들겠다고 하는 반면에 미국 편을 들겠다는 한국인은 겨우 31.2%밖에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1990년 미국이 원수의 나라라고 대답한 비율이 겨우 1%였던 것을 생각하면, 한국인의 다수는 이제 김정일이 손 하나 까딱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애국애족의 촛불을 영혼의 등잔에 밝히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장군님을 위해 기꺼이 재산과 생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주한 미대사관 앞의 촛불 시위 때만 해도 긴가민가하던 미국이 국방장관 럼스펠드가 미군 재배치를 얘기하면서 ‘싫어하는 나라에는 미군이 머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 2004년부터는 확실하게 마음의 정리를 한 듯하다.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한국과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더 모른다. 속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코카사스 인종은 알타이 인종과 판이하다. 그 순간부터 말 그대로 인정사정이 없다. 칼날보다 더 예리한 이성과 동물보다 더 예민한 감각으로 개미 새끼 한 마리 놓치지 않는 철저한 준비와 별에 스치는 바람 하나 놓치지 않는 철두철미한 정보수집으로 결정적 시기만 기다린다.
1945년 한국인에게 원자탄은 축포였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이용하여 한국은 사람 죽이는 원자탄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한 원자로를 여러 기 만들어 북한이 실지로 가동할 수 있는 발전시설의 무려 10배인 2천만kw의 발전시설로 전체 전기 중 약 40%를 얻는다. 그래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양질의 전기를 생산하여 공업경쟁력을 드높여 세계 5위 수준의 제조업 설비를 자랑한다. 반면에 북한은 일제 덕분에 해방 당시는 한국의 10배나 되는 전력 생산을 자랑했지만, 오로지 독재를 강화하고 그 독재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동족을 대량으로 살상하는 데 외에는 절대 쓰지 못할 조악한 수준의 원자탄을 10여 개 만들어 7천만의 생명을 인질로 삼고 있다. ‘인민’은 도탄에 빠트리고!
강대국은 설령 독재 국가라 할지라도 또 다른 강대국 때문에 원자탄은 공포의 균형자로 모셔놓을 뿐이다. 그러나 작은 나라는 다르다. 주변의 강대국만 말리지 않으면 얼마든지 만만한 나라에 실지로 쓸 수 있다. 또한 작은 나라의 독재자는 대개 우물 안 개구리라 태생적으로 주제 파악하기가 대단히 힘들기 때문에 자고자대(自高自大)하는 마음에 얼마든지 소형 핵탄이나 핵 물질을 AK 소총이나 마약을 파는 기분으로 테러 단체에 몇 푼 받고 넘길 수 있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이 가장 두려워 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미국은 이성을 되찾은 러시아와 약간의 신경전을 주고받으며 계속 핵탄두를 해체함으로써 모범을 보인다. 이어서 작은 나라들의 핵은 달러로 유혹하거나 미사일로 위협하면서 자진해서 폐기하게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남아공과 리비아가 자진해서 달러를 받기로 하고 핵을 폐기했다. 기독교의 미국과 전혀 다른 회교의 이란과 유교의 북한만이 과거에 갇혀서 현재를 직시하지 못하고 터무니없이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이 중에서 이란은 다행히 지도자가 상식이 통한다.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전혀 말이 안 통하는 나라가 북한이요, 천만 뜻밖에도 북한의 인질 한국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600만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공짜로 받고 1년 유류 수입의 반도 넘는 중유 50만 톤도 거의 10년간 공짜로 받았다. 핵을 해체한 다른 나라에 비해 핵의 대가를 압도적으로 많이 받았다. 장사 한 번 기가 막히게 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안 해도 되는 우라늄탄을 개발했다고 자랑하고, 이 말에 미국이 별로 놀라지 않고 당장 중유 공급을 중단하니까, 드디어 실험이 필요한 플루토늄탄의 성능을 어디 한 번 함경도의 지하에서 알아볼까, 폐연로봉 8000개를 처리할까, 하며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늑대 소년의 거짓말을 이미 다 알아차렸기 때문에 더 이상 ‘늑대가 나타났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니까! 사실은 내가 늑대를 키우고 있다!’라는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전에는 미국이 북한과 한국을 몰랐지만, 이제는 북한과 한국이 미국을 모른다. 또 다른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도 약소국인 북한과 한국은 모른다. 강대국은 약소국이 제 분수를 지킬 때만 후견인 역할을 맡아 주는 법!
(200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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