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저명 학자가 했다는, 박정희가 경제발전에 끼친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세계가 다 인정하고 한국인의 거의 80%가 높게 평가하는 박정희의 근대화 개혁을, 석학이라 불리는 분이 이제 와서 부분적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기사거리가 되는 나라는 참으로 비참하다. 석학이 생활인보다도 못한 분별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상적인 한국인, 건강한 생활인은 벌써 수십년 전에 결론을 내려놓은 일을 어떻게 하여 머리좋은 학자들이 이제 와서 깨닫는다는 말인가. 그들이 그동안 쏟아놓았던 朴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그에 따른 학생들의 誤導된 역사관, 거기에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내가 쓴 책은 전부 불태워다오'라고 사과하는 학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보고싶다. 학자는 오류를 범한 것으로 인기를 얻고 그 오류를 정정할 때 또 박수를 받는 그런 특권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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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교수 “박정희는 한국경제 발전의 유공자”
“박정희(朴正熙) 시대가 나쁘다고만 하면 오히려 (반발 때문에) ‘박정희 향수’와 같은 퇴행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비판할 때 박정희 시대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원로학자인 백낙청(白樂晴·67·영문학·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백 교수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 재직 중이던 1974년 유신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민주회복 국민선언’에 서명했다가 교수직에서 파면되는 등 박 정권과 유신체제에 저항했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백 교수는 자신이 편집인을 맡고 있는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이번 주 발간 예정)에 이런 주장을 담은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글을 발표한다.
그는 이 글에서 “박 전 대통령 식의 경제 개발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경제성장의 유공자”라고 말했다.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한 다른 나라 독재자가 많다는 점과 한국처럼 극적인 성장을 이룩한 일은 더욱이나 드물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을 경제성장의 유공자라면 유공자로 볼 수 있다”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백 교수는 이어 “박정희 시대의 (수출 중심의) 개방형 경제 성장론은 당시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급진적 분파들의 내포적인 (내수 중심의) 경제 성장론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민주화 진영이 (그간) 박정희 개인이나 그 시대 경제 분야에 대해 소홀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한국 경제가 박정희 시대에 이룩한 괄목할 만한 성과에 대해, 그리고 전제적이며 포악했지만 유능하고 그 나름으로 헌신적이었던 ‘주식회사 한국’의 최고경영자(CEO) 박정희에 대해 충분히 인정을 안 해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백 교수는 “군사문화와 대대적 환경파괴에 근거한 박정희 시대의 발전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며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국민들로부터는 (민주화 등) 다른 욕구가 나온다는 점에서 아이로니컬하게도 경제적 성공이 그의 권력을 도리어 잠식했다”고 그 한계점을 지적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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