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광복 70주년, 일본에겐 패전 70주년인 8·15를 앞두고 일본열도가 들끓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집단자위권 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키는 등 우경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왜 세계의 따가운 시선과 여론에도 불구하고 집단 안보 정책을 고집하는 걸까? 그는 또 왜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고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걸까? 최근 소설 '마지막 계단'을 쓴 이병령 씨는 그런 아베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듯, 그럴싸한 상상을 펼친다. 
“2011년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라진 핵연료에 대해 일본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데, 과학자로서 추론해 보면,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는 핵연료는 핵분열을 계속하면서 온도가 상승하여 급기야 멜트다운(용융)의 상태가 됩니다. 측정할 수는 없지만 1만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가 되어 땅 속으로 녹아내리고 있다고 봅니다. 이 멜트다운 된 핵연료가 지하江이나 마그마와 만난다고 가정하면, 일본은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할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아베 총리가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경술국치를 안겨줬듯, 현재도 그런 계략을 꾸미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지하江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하 수맥보다는 훨씬 대규모로 동남아 일대에 흐르고 있음이 2007년 미국 워싱턴대학의 마이클 와이세션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이병령 씨는 이 지하江의 존재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연결지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을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서 추론한다.
“그런데 제가 한 상상이 전혀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라고 자신하는 것이, 최근에 언론 매체에 보도되는 뉴스나 칼럼 중에 저의 생각과 비슷한 내용이 종종 보인다는 겁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요즘 우리나라 사정이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사람들도 많고요.”
마지막 계단은 취임한 지 이틀밖에 안된 일본 총리가 남몰래 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후쿠시마의 핵연료가 지하로 내려가고 있음을 보고받고 나서다. 그는 일본열도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하기 전에 1억3000만 일본 국민을 한반도로 이주시킨다는 음모 하에 한국 정계와 원자력계 매수공작을 펼친다.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 정치인과 원자력계 인사는 일본의 각본에 의해 놀아나고, 일본은 자기들의 계획을 방해하는 자들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소설은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이 특허 출원한 기술로 그런 일본을 구해내는 다소 선한 이웃 콤플렉스로 끝을 맺지만,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경고, 일본의 야비한 계략, 한국의 원전 수출을 방해하는 다국적 원전 기업과 원전 기술을 방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석유 기업의 물고 물리는 꼼수에 걸려드는 한국의 공무원들 등 정계와 재계, 국제정치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들이 긴박하게 펼쳐져, 일단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저는 이 소설을 기획하면서, 건방지게도, 매우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왜냐하면 원자력 전문 지식과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 국제회담의 분위기, 글로벌 기업의 생태, 정치권의 생리 등 대단히 독립된 분야에서의 직접 경험이 필요한데, 우연히도 이 모든 경험을 접할 수가 있었거든요.”
이병령 씨는 서울고와 서울대 공대, 미국 테네시주립대학을 거쳐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대자동차 등을 거쳐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한국형 원전 개발 책임자로 근무하며 한국형 원전의 상업로화를 성공시켰다. 또한 대북한 원전 지원팀장으로 북한에 제공하는 경수로로 한국형이 채택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3년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무궁화 꽃을 꺾는 사람들’을 낸 바 있으며 소설은 ‘마지막 계단’이 처음이다.
초이스북 발행, 값 17,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