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5일 반환점을 맞는다. 등산으로 치면 하산 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청와대 관저에서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3일 국정 업무에 복귀한 박 대통령의 정국 구상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박 대통령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세월호 참사에다 성완종 리스트, 메르스 사태 등으로 인해 임기의 절반을 그냥 흘러 보내야만 했다.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가을 개혁 드라이브’가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공세의 돌파지점은 ‘노동개혁’임이 확실해지고 있다.
노동개혁 방향과 관련, 여권 내부에서는 영국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지난 2010년 집권 이후 국가 공무원 약 9만 명(19%)을 포함, 공공부문에서 92만 명을 감축하고, 공무원 1인당 평균 연금 수령액을 30% 줄였다. 그리고 지난 5월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파업 요건을 강화하고, 노조의 회계 및 시위활동에 대한 정부 당국의 감시 체계를 만드는 등 과감한 노동개혁에 나섰다.
한국과 영국의 세부적 상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캐머런식(式)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큰 방향’만 논의될 뿐, 캐머런 노동개혁의 ‘정치적 노하우’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개혁은 경제문제이면서 정치문제이기도 하다. 캐머런의 ‘노동개혁 정치’를 모델로 삼기 위해선 어떻게 저항을 뚫고, 국민 대중을 개혁 쪽으로 결집시키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 노동개혁에 앞서 저항이 센 공공부문 개혁부터 시작했다. 이 때문에 5월 총선 패배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낮은 복지, 낮은 세금, 높은 임금’ 정책으로 600만 근로자층을 우군 혹은 중립으로 만드는 데 성공, 대승을 거둔다. 둘째, 소통과 설득에 주력했다. 보수당 평의원들 모임에 직접 참여, 설득하고 결집했다. 또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하게 된다” 등 핵심적 메시지로 국민을 설득했다. 심지어 야당인 노동당 의원 모임에까지 들러 정책 연설을 하기도 했다. 셋째, 설득력 있는 ‘메신저’를 확보했다. 이번 노동개혁의 선봉장인 사지드 자비드 노동장관은 1961년 파키스탄에서 이주해 온 버스 기사의 아들이다. 메시지보다는 메신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마거릿 대처가 식품점 딸이기에 개혁에 유리했던 것처럼, ‘영국 꿈’의 상징인 자비드 장관은 중산층은 물론 노동 대중들이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있다. 넷째, 청년 대중운동과 결합했다. 노동개혁 없이 청년실업 해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하에, 정부와 여당만의 개혁이 아닌 청년 대중 개혁운동을 일으켰다. 이에 ‘노동탄압’ 프레임은 힘을 잃고, ‘청년 일자리 뺏는 노동귀족 일소’가 설득력을 갖게 됐다.
영국 사례가 우리에게 얼마나 적실성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분명 영국 노동개혁은 신속·과감한 공세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명령과 지시가 아닌 설득과 세력결집이란 세밀한 정치가 존재한다. 현 정부의 여러 실정(失政)에도 국민은 재·보궐선거에서, 여론조사에서 아직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더 실기(失機)하면 정권도, 국민도 그리스처럼 불행해진다.
'정치'가 이끄는 英 노동개혁
- 황성준(문화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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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04, 16: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