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부동산을 잡는다?


포보스지(2005-5-23)에 따르면, OECD 30개 국가 중에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property tax)은 2003년 기준 GDP 대비 3.0%로 영국 4.2%, 이태리 3.5%, 캐나다 3.4%, 프랑스 3.3%, 룩셈부르크 3.1%, 미국 3.1%에 이어 7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대부분 이들 국가의 조세부담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조세수입의 상대적인 비중에서 보면, 한국이 미국(조세부담률 25.4%)에 이어 2위이다.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25.5%이므로 전체조세수입에서 부동산세가 무려 12%나 차지한다. 2002년에는 12.7%(총 16조 2천억원)로 1위였는데, 여기엔 양도세 약 3조원이 빠진 모양이다. 이를 더하면 약 14%이다(조선일보 2005-5-18). 이를 고려하면 2003년도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단연 1위이다.

이상은 ‘두더지 잡기’ 식 부동산 작전을 펼치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금을 올려 받기 시작하면, 소득이 없이 집만 한 채 달랑 갖고 있는 서민들은 세금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형편이다.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우리는 재산세가 너무 적다며, 특히 강남의 재산세가 너무 적다며 너도나도 비분강개하게 만들어 실거래가 중심으로 재산세를 화끈하게 올린다고 방송을 동원하면, 연 평균 21% 올린다고 9시 뉴스에서 띄우면, 그 세금이 서민들을 위해 쓰일 거라 생각하고 다들 좋아한다. 득의의 미소를 띠고 정부․여당은 민중을 위한 ‘참여’ 정부는 과연 다르지 않느냐며 은밀히 여론조사를 의뢰한다.

우리나라의 재산세(보유세)가 적은 것은 거래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03년 기준으로 전체 부동산세의 81.3%나 차지한다. 취득세, 등록세만 해도 거래가의 5.8%인데, 이에 양도소득세까지 넓은 의미의 거래세에 포함하면 7%이다. 그러나 OECD의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1~2%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세가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절반으로 내리고 다른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 만약 보유세를 많이 내는 것이 조세정의에 부합된다고 하면, 거래세는 우리도 거래가의 1~2%만 내야 한다.

그러나 보유세를 부유세로 호도한 정부․여당과 방송은 보유세를 많이 내게 하면, 마치 서민 대중을 끔찍이 위하는 정부․여당으로 적극 밀어 줄 거라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한편으론 조세수입이 걱정되어 쉬쉬하면서 거래세는 겨우 5.8%에서 4.6%로 낮출 뿐이다. 그러나 이것마저 수치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로 과세한다며 과표를 30~40%나 올리기 때문이다. 부동산세는 전체적으로 액수면에서 도리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징벌적 성격의 보유세와 양도세는 당근 대폭 오르고 내지 않으면 등기를 해 주지 않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내야 하는 취득세와 등록세는 또 그것대로 오른다. 결국 세금을 걷고 또 걷어 부동산 시장에 만년설을 내리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실지로 그렇게 되면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합한 개인소득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세가 거의 걷히지 않을 테니까, 나라 살림은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점심을 굶고 수돗가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학생식당 안으로 불러올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90% 이상 1가구 1주택이기 때문에 그 부동산세를 내는 사람도 결국은 절대다수가 서민대중이다. 중산층 이하이다. 상류층은 거의 없다.

돈이 많으면 한국에서는 같은 근로자라도 고소득자는 죄인 취급을 받는다. 노동소득배율(GDP에서 차지하는 총노동소득의 비율)은 2004년에 58.8%이지만, 근로소득세는 고작 GDP 대비 1.5% 정도밖에 안 된다. 조세부담률 25.5%를 적용하면, 그 열 배인 15%를 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하면, 아니, 100% 인상하여 GDP 대비 3%만 되어도, 유리알 봉투에 대해 잔인무도하게 원천징수한다고, 사회의 약자인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며, 근로자들이 4․19 의거처럼 조세저항운동을 거세게 일으킬 것이다. 시위라면 벌벌 떠는 정치인들은 여든 야든 절대 그런 일은 않는다. 정부관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누구도 바른 소리를 못한다.

그래서 OECD 국가 중에 한국은 개인소득세가 가장 낮다. GDP 대비 평균 9.5%인데, 한국은 그 3분의 1 수준인 3.2%밖에 안 된다. 우리보다 못 사는 터키,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등도 우리보다 개인소득세 비중이 평균 2배 정도 높다. 해마다 여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면세점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각종 공제조항을 신설하여 임금소득자의 약 40%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전형적인 인기정책이다. 그 결과 상위 10%가 2003년에 총근로소득세 7조6천억원의 56.6%에 해당하는 4조3천억원을 냈다. 근로자도 소득이 많으면, 심하게 말하면 범죄자 취급을 받는 셈이다.

그뿐인가, 그들은 세금은 세금대로 나머지 근로자 90%가 내는 것보다 많이 내고 아무런 혜택도 없이 건강보험료도 소득에 비례해서 준조세로 두 눈 번히 뜨고 일방적으로 뜯긴다. 그리고도 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 한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가장 큰 애국자인데, 이들에게 정치인이나 국민이나 조금도 감사하지 않는다. 독립운동가가 부유한 친일파의 금고를 털고 의적이 탐관오리의 고대광실을 털듯이 이들로부터 조세부담률이 우리나라의 두 배에 육박하는 북구의 복지 국가 못지않게 세금을 원천징수해 버리고는 수시로 방송과 신문을 동원하여 이들 부유한 자들을 욕한다. 순진한 국민들은 박수를 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운이든 실력이든 자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하던 처지의 사람이 강남이나 충청도에서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었다고 하면, 거기에 자신이 끼지 못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실체가 모호한 강남 부자나 땅 부자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완고한 사회주의자가 되어, 일제히 재산세가 너무 낮다며 비분강개한다. 선진국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이를 간다. 이를 틈타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부자의 상징인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갖은 명목으로 마구잡이로 올린다. 평등을 실현한다며, 불로소득에 중과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동산 부자에 대해 선전포고한다. 다른 건 몰라도 부동산은 확실히 잡겠다며 입을 앙 다문다. 그러나 그 때마다 세금만 누더기로 만들 뿐, 결국 원위치한다.

왜? 시장경제를 죽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건설경기가 얼어붙고,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 부동산 중개소, 시멘트 철강 유리 새시 벽지 장판 국밥 자장면 커피 등등 별의별 매출이 다 뚝뚝 떨어진다. 무엇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가다가 입에 풀칠도 못하고, 노가다가 입에 풀칠도 못하면 택시 기사가 불만을 터뜨리고, 택시 기사가 불만을 터뜨리면 정권이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이 때쯤이면 온갖 부동산 규제를 슬슬 푼다. 그러면 잠자던 부동산이 서서히 일어난다. 부동산이 눈곱을 떼는 순간 엉덩이에 용수철을 단 것처럼 순식간에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빚내서 내 집 장만했던 서민들은 이 때는 이미 이자를 감당 못하고 부동산이 기지개를 킬 때 얼른 팔아 치웠기 때문에 다시 전세나 월세로 주저앉거나 출퇴근이 머나먼 곳으로 이사간다.

결국 불황에 견딜 수 있는 부자는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5년 동안 못 번 것을 불과 5개월만에 다 벌고도 남는다. 다시 부동산이 오를 만큼 오르면 정부와 여당과 방송과 신문이 또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알고 보면 이들 중에 부동산 부자가 참 많다. 독립군 후손이라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자랑하던 자가 알고 보니 독립군을 미친 개 잡듯 때려잡던 일본 경찰의 후손이었듯이.

5공 때 故김재익 경제수석이 서슬 퍼런 전두환 국보위위원장을 만났을 때 한 말이다.
“경제는 명령과 지시로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전두환 장군은 그의 말에 초등학교 1학년처럼 경청하고 경제는 거의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다. 그 결과 한국은 그 시절에 성장과 물가와 무역흑자란 세 방향으로 달아나는 토끼를 몽땅 잡을 수 있었다. 덕분에 대학생들은 전공서적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주야장천(晝夜長川) ‘전두환 죽여라!’라며 데모하더라도 졸업만 하면 바로바로 취직되었다.

중국은 크다. 땅이 한국보다 제법 크다. 한반도의 50배, 한국의 100배다. 제법 거들먹거리지만 중국은 아직 전체적으로 참 못 산다. 우리보다 훨씬 못 살고 물가도 아주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해나 북경에는 벌써 서울의 강남 못지않게 비싼 아파트나 단독 주택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초호화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세계최고 부자 나라 미국은 말할 나위도 없다. 거기도 전체적으로는 부동산이 한국의 강원도 산골보다 싼 곳이 부지기수이지만, 비싼 데는 감히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비싸다.

부동산도 수요와 공급의 곡선을 따른다. 오르는 곳은 오를 만한 이유가 있어서 오른다. 투기꾼이 부추긴다고 오르지 않는다. 설령 그렇게 오르는 곳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금방 거품처럼 꺼진다. 지속적으로 오를 때는 사람들이 미래의 가치가 현재의 가치보다 높다고 보기 때문에 그렇다. 그게 너무 심하다 싶으면 그보다 더 좋은 곳을 만들면 된다. 강남이 개발된 것도 70년대 이후이다. 그 전은 허허벌판 또는 한강 한가운데의 누에치는 섬이었다.

그리고 서민들이 잘 살게 되면 기뻐해야 한다. 오늘날 기준으로 1960년대에 서민 아닌 사람이 대한민국 사람 중 과연 몇 퍼센트나 되었을까. 오늘날 잘 산다는 강남 부자들 중에 1980년대만 해도 과연 오늘날 기준으로 강북의 중산층이나 되었을까. 마포의 15평 아파트가 중산층의 자랑거리였던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인가. 100년 전인가, 200년 전인가.

소득이 늘고 저축이 늘면 누구나 더 크고 편한 집을 원하게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이 폐허가 되어 쪽박을 차 보라. 부동산값은 고철 값도 안 된다. 집이 아무리 커도 전기 들어오지 않고 수돗물 들어오지 않고 난방 들어오지 않으면, 먹을 수도 없고 입을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다. 애물단지가 될 뿐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부자를 제일 많이 만들어준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다. 전국 어디든 개발한다고 다 공약했기 때문이다. 둘 중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그는 수요와 공급의 기본은 알았기 때문이다. 신도시를 개발하여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산층의 수요를 대폭 충족시켰기 때문에 한 10년간 부동산이 잠잠해졌던 것이다.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두 개에 방이 세 개 네 개인 집에서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잘 살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요와 공급의 기본조차 모른다. 표 계산에만 밝을 뿐이다. 전혀 수요가 없는 충청도에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중심도시를 강행하는 바람에 전국의 부자들이 특히 각하가 그렇게 혼내고 싶은 강남의 부자들이 일찌감치 큰 돈은 다 벌어갔다. 보나마나 그 중에서도 도사들은 흔적을 안 남겨 세금도 거의 안 냈을 것이다.

4․30 보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완전히 회복했다고 자신 있게 선언한 경제가 1분기에 2.7%밖에 성장 못했다.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의 절반밖에 안 되고 정부여당의 마음속 목표치(대선에서 야당보다 1% 높여 7%를 공약했던가)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표는 거듭된 달콤한 미래의 약속에 언제까지나 속지 않는다. 23:0! 아무리 애를 써도 경제가 북핵과 강성노조와 원화절상과 부동산세 중과 등으로 이에서 더 추락하기 시작하면, 다시 제일 손쉬운 방편으로 전후방 효과가 큰 건설경기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세금을 다시 원위치 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조세정의와 균형개발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누더기 세금과 흉물 개발만이 남는다.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해진다.

(200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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