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정동영장관, 대권은 김정일이 주는 게 아니오
2005/05/25 | 김성회 | 60
고려를 세운 왕건의 전설 중에 '나주 부인'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듣던 옛날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을 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하루는 왕건이 행군을 하던 중 목이 말라 우물가를 찾았다. 마침 우물가에서 몇 명의 처자가 있었는데, 왕건이 다가가서 처자들에게 물을 달라고 하니, 처자들은 모두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한 처자가 바가지로 물을 푸더니, 우물가 버드나무 잎을 떨어뜨린 후 왕건에게 건네 주었다.
바가지를 받아든 왕건은 버드나무 잎을 후후 불며 천천히 물을 들이킨 다음 바가지를 건네주며 처자에게 물었다. '왜 물을 떠 주며 버드나무 잎을 떨어뜨리고 주었는가?'
그러자, 그 처자는 '장군이 목이 너무 마른 것 같아, 급하게 마시면 체하겠기에 천천히 마시라고 그랬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처자의 대답에 감복한 왕건은 그 처자를 부인으로 맞이 했다. 그렇게 왕건의 부인이 된 그녀가 고려조 2대 임금인 혜종의 어머니, 왕건의 둘째 부인이었던 나주 부인이다.
정동영 장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나주 부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동영 장관이야말로 이 이야기를 곱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동영 장관 취임 이후 북한은 김일성 조문사절 불허를 핑계로 남북관계를 단절시켜 왔다. 남북의 당국자들이 마주한 지 10개월이 넘은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어떠하든간에 북핵 문제, 기타 남북관계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동영 장관으로선 초조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지난번 남북한의 차관급 회담을 발표하면서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 것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비료 20만 톤(700억)을 제공하면서도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한 약속에 만족했겠는가? 그리고 평양에서 열리는 6.15기념식에 참석하게 된 것에 '감읍, 또 감읍'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동영 장관은 목이 마른 나머지 너무 급하게 물을 마시고 있다. 이적단체인 한총련의 의장을 금강산에 보내 북한의 조선학생위원회 학생들과 만나게 한 것도 그렇고, 줏대없이 북한에서 하자는 대로 놀아나는 것도 그렇다.
필자는 정동영 장관의 행태가 '주무 장관으로서 임무에 충실한 것'으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이용하여 '대권가도'와 연결시키려는 사심을 보게 된다. 통일부 장관으로써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업적으로 만들어 이를 대권가도에 이용하려는 얕은 술책을 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저토록 남북관계에 매달리며 북한이 하자는 대로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비료 20만 톤을 급행으로 북에 보내는 것도 그렇고, 6.15 평양 기념식에 두말없이 참석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또, 북에서 한총련을 불러들여 통일전선 전략차원에서 '독도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허용한 것도 그렇다. 실정법 위반도 뭐도 상관없이 북한이 하자는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제안이 '독인지 약인지' 판단도 없이 허겁지겁 주어먹는 정동영 장관의 모습을 어찌 보아야 할까?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하면서 내일 통일이나 될 것처럼 '희희낙낙'하는 모습을 어찌 보아야 할까? 저것이 북한 핵문제가 초유의 관심사인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책임진 NSC상임의장의 태도란 말인가?
정동영 장관의 모습은 DJ정부 때, 북한에서 온 일행을 수행한 임동원 국정원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장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북한 일행을 수행하여 삼성전자를 안내했던 '한심한 짓거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엄연히 안보와 통일문제가 다른데, 처신이 어찌 저 모양이란 말인가?
정동영 장관의 태도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그리고 본인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며 판단이다. 정동영 장관은 대권가도를 위해 남북관계를 활용하려고 하는가 본데, 이는 민심을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남북관계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특히 좌파들의 무분별한 통일논의에 대해서 결코 달갑게 보고 있지 않다. 특히, 북한 핵 문제 등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요소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안보를 책임진 사람이 본분을 망각하고 북한 따라가기를 한다면, 어찌 국민들이 좋아하겠는가?
정동영 장관이 '다른 것 다 깽판쳐도 남북관계만 잘된다'는 노무현 대통령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당시 노무현 후보의 말은 DJ에게 아부해야 할 처지에서 떠든 소리이다. 그런데, 지금 정동영 장관은 누구에게 아부하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인가? 아니면, DJ인가? 아니면, 김정일인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다. 국민들이 남북관계가 잘 되길 바라는 것은 통일에 대한 환상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핵 문제 등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길 바래서이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김정일 정권이 하자는 대로 쫒아가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정동영 장관이야말로 이러한 민심의 변화를 잘 읽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김정일 정권 하자는 대로 무분별하게 나서다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전략전술은 고사하더라도, 민심의 흐름정도는 파악해야 대권에 도전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충고하건데, 정동영 장관은 대한민국의 권력이 김정일로 부터 나온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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