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과 2016년 미국 大選의 유사점

급진 좌파인 매카시와 샌더스, 포퓰리즘 비판 받으며 독설 퍼붓는 월러스와 트럼프 등 비슷한 배역들 등장.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자칭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후보 등으로 인해 2016년 미국 大選(대선)의 초반전은 소위 '흥행'에 성공했다. 공화당의 젭 부시 前 플로리다 주지사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사이의 뻔한 대결을 기대했던 미국인들이 동요하고 있다. 미국의 大選은 4년마다 치러지지만 連任(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 있는 대통령 선거는 8년에 한 번 열린다.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은 10명 안팎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은 세 명에 불과하다. 조지 H.W.부시(공화)와 지미 카터(민주), 제럴드 포드(공화)다.

이번 대선은 우선 후보가 역대 最多(최다)이며 선거전도 평소보다 일찍 시작했다. 대다수의 후보들은 年初(연초)부터 속속 출마 계획을 밝혔다. 대선은 내년 11월 8일 열리며 전당대회 등을 비롯한 당내 競選(경선) 역시 내년 초에나 본격화된다. 장기화될 시 소위 후보에 대한 ‘피로감’이 생길 수 있어 과거에는 출마를 최대한 늦추는 추세였다. 하지만 선거자금 마련이 중요한 선거의 변수로 작용하고 당내 경선의 비중이 커진 관계로 후보들은 모두 출마를 서두르게 된 것이다.

내년 대선과 관련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제럴드 십 워싱턴 지국장은 1968년 선거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그는 우선 1968년 선거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듯 내년 대선이 향후 몇십 년을 좌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진보성향 후보들의 난립으로 1968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듯 이번 선거에서도 공화당 분열이 민주당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8년 前 미국인들은 베트남 전쟁과 인종 분쟁 등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컸다. 지금 역시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이 팽배하다. 당시 쟁점이 民權(민권) 문제였다면 지금은 移民(이민)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이다.

1968년 주요 대선 후보로는 정식 정치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이 거론됐다. 민주당에서는 린든 존슨 대통령의 부통령직을 수행하던 허버트 험프리가 올랐으며 공화당에서는 리차드 닉슨이 大勢(대세)였다. 이는 현재 힐러리 클린턴과 젭 부시에게 쏠리는 대중 및 당내의 관심과 비슷하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8년 再選(재선)에 도전할 계획이었으나 선거 종반에 들어서 베트남 전쟁 등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존슨 대통령이 뒤늦게 불출마 선언을 하는 바람에 경선 초기 민주당 내에서 대선에 도전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과 경쟁해서 당내 경선을 통과할 가능성도 적을 뿐 아니라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대한 당내의 지원은 일종의 불문율이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인 유진 매카시는 ‘전쟁 반대’ 캠페인을 들고 존슨 대통령과 경쟁에 나섰다. 그는 엘리트 계층이 계속 집권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으며 급진 좌파적인 공약 등을 내세우며 젊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재는 버니 샌더스가 이러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당내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1968년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재 미국 정치권에는 국민들의 불만을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포퓰리즘 정치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1968년에는 앨라바마 주지사 조지 월러스(민주)가 그랬으며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공화)가 그렇다. 이들에 대한 의견은 지지층과 반대 세력 간 극명하게 나뉜다. 지지자들은 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외치는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우는 반면 반대자들은 그들을 일종의 煽動家(선동가)로 격하한다.

트럼프와 월러스는 출생 신분이나 배경이 매우 다르다. 트럼프는 좋은 환경에서 자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억만장자가 됐다. 월러스는 앨라바마주 시골에서 태어나 흑인 분리주의를 주장한 남부의 전형적인 백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예의 없고 잔인하게 비칠 정도로 엘리트 계층에 공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월러스는 아는 체하는 지식인과 기자들, 서류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관료들을 포토맥 강에 집어 던져버리겠다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멍청하고 나약한 지도자들 때문에 나락으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월러스는 민권 운동 심화로 인해 미국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남부 백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이었다. 트럼프 역시 불법 이민자들을 향해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월러스의 슬로건은 ‘미국을 위해 일어나자’였고 트럼프의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이다.

선거 중후반에 들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남동생이자 법무부장관과 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가 다소 늦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매카시가 당선될 시 미국이 위험한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존슨 대통령은 케네디의 출마 결정 이후 불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지금 상황에서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케네디의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샌더스 열풍을 막기 위해서는 바이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1968년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베트남 전쟁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있었으며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등을 비롯한 인종 간 갈등이 지금의 이민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셌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월러스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제3당으로 출마를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경선 패배 시 불복한다면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1968년 대선 결과는 닉슨의 승리였다. 전체 투표에서 닉슨은 43.4%를 받았으며 험프리는 42.7%, 월러스는 13.5%를 얻었다. 미국은 주별로 선거인단을 구성하기 때문에 전체 투표 결과보다는 몇 개의 주를 얻었는지가 중요하다. 닉슨은 당시 대다수의 서부와 중부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는 32개 주에서 승리했으며 선거인단 득표수는 301표였다. 험프리는 북동부 지역의 13개 주를 따냈으며 총 선거인단 득표수는 191표였다. 이 선거의 핵심은 무소속 월러스가 미국 남부의 5개 주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5개 주는 아칸소∙미시시피∙조지아∙앨라바마∙루이지애나였다. 이 선거는 기존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미국 남부의 정서를 공화당 쪽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선거에 나선 1980년 선거에서 모두 공화당 표로 돌아섰다.

1976년 선거와 1992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미 카터가 남부 출신이었고 빌 클린턴 역시 남부의 지지 세력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월러스가 이긴 주 중 한 곳도 얻지 못했다.

1968년 선거에서 매카시는 생각만큼 善戰(선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매카시 계파 등의 진보적 성향이 인기를 끌며 4년 후 선거에는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이 당내 경선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급진 좌파인 맥거번 상원의원으로 닉슨의 재선에 맞섰지만 처참하게 무너졌다. 닉슨은 49개 주에서 승리했고 맥거번은 한 개 주와 워싱턴 DC를 따내는 데 그쳤다.

제리 십 지국장은 “2016년 선거의 주사위가 아직 다 던져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1968년 선거가 교훈을 준다. 미친(crazy) 선거는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고 기사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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