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정의 일본 유학기(1) 마유코 가족과 새해 보내기

자정을 가리키기 5분 전에 화상통화인 스카이프를 연결하여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새해 인사를 했다. 마유코도 마유코의 부모님도 화면으로 보이는 나의 엄마, 아빠, 여동생 인후에게 건강과 행복을 비는 새해 인사를 건넸다. “아케마시테 오메데토-고자이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인정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2학년)


“정말 괜찮아! 전혀 폐가 되지 않아!”

“인정아, 혹시 설날에 괜찮다면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엄마가 네가 집에 와서 자고 가도 좋다고 말했어!”

1월 1일 일본의 양력 설날을 보름 정도 앞둔 시점에서 나의 일본인 단짝 친구인 마유코(Mayuko Sato)에게 이렇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이웃과 친구를 불러 자주 파티를 여는 미국 사회와는 다르게, 일본 사회는 보수적이기에 아주 가까운 관계가 아니고서는, 누군가를 집으로 들이는 것에 민감할 거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특히 설날과 같이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일가 친지들을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자리인 명절에는 더더욱 함부로 자리에 끼고 싶지 않았다.

“정말 내가 가도 괜찮을까? 나는 그렇다면 정말 기쁘지만, 내가 가는 것이 혹시 폐가 아닐까? 일본의 설날(お正月)은 특별한 가족의 날이기도 하고…”

“정말 괜찮아! 전혀 폐가 되지 않아!”

2014년 12월의 마지막 날, 마유코와 학교 근처의 타카다노바바역(高田馬場 '365)에서 오후 6시 반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덴샤(電車: 전차)에 올랐다. 마유코의 집에서는 3박 4일 정도를 하고, 1월 3일에 돌아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옷 몇 벌이 담긴 작은 여행용 가방과 마유코 가족에게 인사 선물로 줄 디저트를 사 가지고 향했다.

타카다노바바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먀유코를 만나 마유코의 집 근처 헤이와다이역(平和台 '365)으로 발길을 옮겼다. 헤이와다이 역까지는 덴샤를 몇 번 갈아타 도착했고, 그곳에서부터 다시 5분 정도를 걸어 마침내 마유코의 가족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에서 주인공 짱구가 살던 집과 비슷하게 생긴 2층 독립가옥(一戶建, 잇코다테: 현대 일본의 주거양식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이 바로 마유코가 사는 집이었다. 주변 또한 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게 생긴 독립가옥이 줄을 지어 이어져 있었는데,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단지인 그곳이 나는 썩 마음에 들었다.

처음 찾는 일본 가정집이었기에 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긴장감이 몰려왔다. 더군다나 와세다 대학에서 약 반 년 동안 배운 일본어로 마유코의 가족들과 무리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더욱 더 가슴이 떨려왔다. 곧 마유코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자마시마스(お邪魔します:실례하겠습니다).”

그 순간 정말 좋은 인상의 아주머니가 문 쪽으로 와서 나를 반갑게 맞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자신을 마유코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설레는 첫 만남이었다.

마유코는 외동딸로 엄마, 아빠와 함께 그 집의 2층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1층은 마유코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살고 계신다고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도 인사를 드리기 위해 2층에 대충 짐을 풀어 두고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한국에 계시는 나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인자한 모습의 마유코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간단한 내 소개를 하며 첫인사를 건넸다. 그 분들은 활짝 머금은 미소로 나를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셨기 때문에, 몇분 전까지 첫 만남에 내 마음을 조였던 긴장감은 눈 녹듯 사르르 녹았다.


일본의 맛있는 새해 음식 ‘토시코시 소바’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1층 부엌에 있는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았다. 이미 부엌을 가득 채운 맛있는 냄새는 내 허기진 배를 더욱 자극하며 군침을 돌게 했다. 그리고 첫 번째 요리가 등장했다. 할머니의 멋진 솜씨로 만들어진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 해(年)를 넘기는(越す)) 메밀국수라는 의미>’ 였다. 따뜻한 국물에 튀김과 초록색 향채가 고명으로 정갈하게 올려져 장식되어 있는 토시코시 소바는 보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고, 몽클몽클 피어 오르는 냄새 또한 완벽 그 자체였다.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 잘 먹겠습니다)!”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토시코시 소바의 그 맛은 정말이지 일품이었다. 따뜻한 국물을 목으로 넘길 때마다 바깥의 차가운 바람에 얼어있던 내 몸은 서서히 녹아 드는 것만 같았다. 따뜻한 맛, 따뜻한 정성이 토시코시 소바 한 그릇에서 가득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토시코시 소바라는 특별한 요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일본인이 평소에 먹는 소바를 일컫지만, 일반적으로 간장에 담가 먹는 판소바 또는 냉소바와는 달리 섣달 그믐날 먹는 토시코시 소바는 따뜻하게 국물을 내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메밀국수인 소바(蕎麦)는 일본어로 ‘곁’, ‘함께’라는 뜻의 소바(側)와 발음이 같아서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가족, 친구, 연인 등과 함께 즐긴다고 하는데, 그렇기에 가족과 토시코시 소바를 함께 먹는 것은 더욱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토시코시 소바는 그 역사도 장대한데, 이를 먹는 풍습은 오랜 에도시대(1603-1868)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를 먹는 것은 ‘가늘고 길고 건강하게 사는 것’을 기원하기 위함이며, 소바의 끊어지기 쉬운 특성처럼 ‘지나간 해의 재액(災厄)을 끊어 잘라낸다’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토시코시 소바는 해를 넘기기 전에 다 먹어야 하는데, 만일 이를 남긴다면 다음 해에 금전 운이 없다고 한다. 나도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며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나는 씨엔블루의 정용화를 좋아해”

마유코의 엄마가 소녀처럼 귀엽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의 케이팝 아이돌 스타를 말하면서 괜스레 수줍어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 순수한 소녀감성을 지니고 계시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마유코 가족과 한국은 한 명 한 명 모두 좋은 인연이 있었다.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일본인들의 한국 문화, 한국인을 싫어하는 반한감정(感情)은 마유코의 집에서는 물론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스타를 좋아하는 소녀감성의 마유코의 엄마는 물론이고, 무역업에 종사하시는 마유코의 아빠는 한국으로 자주 출장을 다녀오시곤 했으며, 마유코의 할머니는 한국 여행을 몇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다며 내게 그 때 겪었던 일과 맛보았던 맛있는 한국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물론 마유코의 할아버지 또한 한국 김치의 열렬한 팬으로써 일본의 달짝지근한 맛의 김치가 아닌, 한국 본연의 매콤한 맛의 김치를 먹기 위해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김치 전문점까지 직접 가서 김치를 구입하셨다고 했다. 현재 와세다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 마유코는 한국 케이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한국어까지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녀는 나와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 굉장히 한국어를 잘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마유코가 정식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와세다 대학교를 입학하고 난 후부터라는 것이다.

2014년 4월 2일 와세다 대학 입학식 후, 이틀 후에 가졌던 선배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나와 마유코는 처음 만났다 (마유코도 나와 마찬가지로 와세다 대학 국제교양학부 4월 입학생이었다). 선배들과 신입생들은 서로간의 서먹서먹한 어색함을 깨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몇 교실을 돌며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어떤 게임을 같이 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가 바로 마유코였다. “안녕!”이라고 인사하며 내게 먼저 말을 건 귀여운 얼굴과 목소리의 친구는 자신을 케이팝 유명 아이돌 ‘엑소’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로 금새 좋은 친구가 된 나와 마유코는 안타깝게도 여태까지 학교에서 함께 수강하는 수업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과 후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신주쿠(新宿)로 저녁식사를 하러 가곤 하면서 더더욱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되었다. 지난 여름에도 방학을 맞아 잠시 서울로 여행을 온 마유코와 나는 또 다른 일본인 친구와 함께 홍대, 동대문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할머니가 내준 맛차와 오시루코

마유코의 할머니는 뜨겁게 우려진 달콤쌉싸름한 맛과 진한 향기의 맛차(抹茶: ‘말차’ 또는 ‘가루녹차’라고 불리며 일본에서는 맛차라고 발음한다)를 찻잔에 따라주시면서, 이와 함께 한국의 팥죽과 비슷한 일본의 전통 간식인 ‘오시루코(お汁粉)’를 내어주셨다. 으깨지 않고 푹 삶아진 팥에 몽글몽글하게 구워진 모찌가 들어간 오시루코는 우리나라의 팥죽과는 다르게 굉장히 달콤했는데, 젓가락으로 집으면 쭈욱 늘어나는 쫄깃한 모찌와 함께 먹는 그 맛은 행복 그 자체였다. 묽은 오시루코를 나는 훌훌 마셔 넘겼는데, 입안에서 한 알 한 알 씹히는 팥은 그 감칠맛이 대단해 엄지 손가락은 저절로 치켜 올려졌다.

일본에서는 날씨가 쌀쌀해지면 이렇게 뜨거운 팥죽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지방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르다고 한다. 도쿄를 포함한 관동지방에서는 팥 껍질을 빼고 만든 ‘오시루코(お汁粉)’를 주로 먹는 반면, 관서 지방에서는 팥 껍질을 그대로 넣어 오시루코보다 물기가 적은 되직한 ‘젠자이(善哉)’를 먹는 편이 보통이라고 한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오시루코를 먹는다고 하니 내게 있어 이러한 오시루코를 맛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달콤한 오시루코는 내 몸을 더욱 따뜻하게 녹여주었는데, 토시코시소바에 이어 오시루코까지 배불리 먹고 나자 몸은 점점 더 노곤 노곤해졌다.

“고치소우사마데시타(ごちそうさまでした: 잘 먹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음식을 차려주신 마유코의 할머니와 엄마에게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연말 가요축제, ‘홍백가합전’

식탁 옆 텔레비전에서는 일본방송협회 NHK에서 방영하는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가요축제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 고하쿠우타갓센)이 방송되고 있었다. 한국의 연말가요대전과 비슷한 홍백가합전에는 그 해를 빛낸 가수들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여성은 홍팀으로, 남성은 백팀으로 나뉘어 출연했는데, 그 해의 최고의 가수로서 출연 기회를 얻는다는 영광과 더불어 무대 출연 후의 따라오는 홍보효과도 대단하다는 점에서 가수들에게 홍백가합전은 꿈의 무대라고 한다. 또한 두 팀은 현지의 심사위원과 게스트, 시청자의 휴대전화 투표로 점수를 집계하여 승부를 갈랐다. 이 날은 제 65회 홍백가합전으로 사회는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아이돌 그룹인 아라시(嵐)와 유명 여배우 요시타카 유리코(吉高 由里子)가 맡았다. 멋진 기모노 의상을 입고 사회를 보는 아라시를 보면서 ‘올해는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새해를 맞고 있구나’ 하는 기분에 설레기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나 기숙사에서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하는 따뜻한 새해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감격스러웠다.

이는 분명 한국과 일본의 또 다른 특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자들뿐만 아니라 홍백가합전의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많은 가수들이 화려하고 우아한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여 공연을 펼쳤다. 한국에서는 아이돌 가수들이 과연 한복을 입고 연말가요무대를 펼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홍백가합전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 ‘렛잇고 (Let It Go)’를 일본어 버전인 ‘아리노마마데(ありのままで)’로 불러 일본 전역에서 이 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한 메이제이(May. J)를 비롯하여, 이번이 홍백가합전에 출연한지 47번째인 엔카 가수 모리 신이치(森 進一)까지 다양한 연령과 장르를 갖춘 각양각색의 가수들이 무대를 선보였다. 따라서 세대에 종속되지 않고, 마유코의 가족들과 나는 함께 둘러앉아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가수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5년의 시작,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정을 가리키기 5분 전에 화상통화인 스카이프를 연결하여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새해 인사를 했다. 마유코도 마유코의 부모님도 화면으로 보이는 나의 엄마, 아빠, 여동생 인후에게 건강과 행복을 비는 새해 인사를 건넸다. 서로 간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는 했지만, 환한 미소와 격려, 가족과 자녀의 건강을 기원하는 그 말은 분명 언어에 관계없이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되었음이 분명했다.

10. 9. 8. 7. 6. 5. 4. 3. 2. 1!

“아케마시테 오메데토-고자이마스(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 주변에 앉은 마유코의 가족들은 일본어로, 화면으로 보이는 한국의 가족들은 한국어로 새해 인사를 건네며 2015년 새해의 밝은 시작을 환영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심야 0시를 맞아 절에서 제야의 종을 울리는 영상이 나왔는데, 특히 도쿄의 유명한 사찰 ‘센소지(浅草寺)’에는 차마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늦은 밤 기념적인 신년 맞이를 하기 위해 그 자리를 직접 찾은 사람들은 종소리를 들으며 신년참배를 했다. ‘새해 새벽의 종’으로 불리는 일본 제야의 종은 총 108번 울렸는데,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를 제거하기 위한 의미로 108번의 타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작년 이 시점에는 미국에서 레이첼 가족과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타임스퀘어의 카운트다운을 보며, 그녀의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한 새해맞이 파티에 참석해 있었던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올해는 108번의 제야의 종소리였다. 나도 가지런히 마음가짐을 하고, 잠시나마 일 년 동안 겪었던 일들 중, 반성하는 일, 후회하는 일, 지우고 싶은 일들을 되새기면서 2015년 한 해는 이런 경험들로 인한 배움을 바탕으로 조금 더 성숙해진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마유코, 마유코의 엄마, 아빠, 나는 다 함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케마시테 오메데토-고자이마스(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코토시모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今年も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올해도 잘 부탁 드립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신 세뱃돈

기쁜 마음으로 절을 하는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예와는 다르게 나와 마유코 가족이 절을 올릴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우리를 향해 절을 올리며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연령 관계를 넘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곧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나와 마유코에게 조그마한 귀여운 봉투를 건네셨다. 일본에서 처음 받아보는 ‘오토시다마(お年玉: 세뱃돈)’였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주시고, 내게 일본의 새해를 행복한 가정에서 따뜻하게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 감격에 겨운 이 순간에, 세뱃돈까지 받는다면 너무 죄송스러운 것 같아 사양했다. 하지만 나의 몇 번의 정중한 사양에도 불구하고, 마유코의 엄마는 내게 “얼마 안 되니까 받아” 라고 말씀하시며 건네시기에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텔레비전을 함께 시청하며 늦은 새벽까지 계속되던 우리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주제는 수십 번이 넘게 바뀌고 또 바뀌었다. 얼마나 즐겁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는지 시간이 그토록 늦었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잠자리에 누웠다.

불을 끈 깜깜한 마유코의 방, 침대에 누워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조금 더 나란 존재를 발견하는 여행, 그리고 나의 꿈을 향해 전진하는 여정의 도착점에 올해는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주변의 사람들을 만난 운명 같은 인연에 감사하며, 그들에게 감사 어린 보답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등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 2015년 한 해 나는 과연 어떤 일들과 어떤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까? 궁금하기도, 설레기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천장에 있는 창문 너머로 저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시간의 경계에서 2014년의 끝자락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금 어렴풋이 보이는 별빛을 보듬은 밤하늘을 향해 소망하는 이 모든 일들을 잘 이룰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쳤다. 눈을 감고 다시 뜨면 나는 2015년의 시작점에 있는, 그 리본을 끊고 새로운 여정의 길, 새로운 도전을 향한 길에서 발걸음을 옮겨 나갈 것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또 앞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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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입학생으로 와세다 대학교 국제교양학부에 입학한 나와 마유코는 성격이 비슷하고 잘 맞아 좋은 단짝친구가 되었다. 사진은 마유코와 내가 신주쿠의 영화관으로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러 갔을 당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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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따끈한 오시루코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탱글탱글한 팥 한 알 한 알은 입안에 사르르 녹았고,
쫄깃쫄깃한 모찌는 그 식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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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유코 가족에게서 맛있는 새해음식을 대접받았을 뿐 아니라, 세뱃돈인 오토시다마까지 받았다.
감사에 겨운 새해 맞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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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부터 마유코의 엄마, 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일본에서 처음 맞는 새해를, 좋은 친구를
만난 덕분에 행복한 가정에서 함께 웃으며 즐겁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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