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송금 브로커, 華僑의 등장

연선(沿線)지방에서는 화교가 중심이 되어 전화를 하면 즉시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추석, 남한 사람에게는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탈북민에게는 북한에 있는 가족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는 상반되는 날이다. 추석이 되면 탈북민 중 일부는 파주 임진각에 방문한다. 고향 쪽을 바라보면서 제사를 드리거나, 절을 올린다. 반면 또 다른 탈북민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북한으로 돈을 송금하기도 한다.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과 친척에게 돈을 송금하는 경우 과거에는 중국으로 송금하면, 해당 돈을 가지고 북한으로 직접 들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주로 밀수꾼이나 송금 브로커가 그 역할을 맡았다. 굉장한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었고, 중간에 브로커에게 주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았다.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 수수료 비용이 들었는데, 탈북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브로커들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가 추석이나 설날이다. 명절이 되면 북한에서도 가족들과 함께 상을 차리거나, 제사를 지내는데 해외, 특히 중국이나 남한에서 돈을 보내 줄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연선지방에서 새로운 송금 브로커들이 등장했다. 연선지방에서는 화교가 중심이 되어 전화를 하면 즉시 돈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북한판 '폰뱅킹'인 셈이다. 빠른 경우 송금한지 6시간 만에 북한 가족들에게 전달된다. 이는 북한 사람이 직접 국경을 넘나드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수수료도 그만큼 적게 받는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이다.

화교들은 돈을 건네고 즉시 송금인에게 전화를 걸어 '건넸다'고 말한다. 중국 연선 지방의 한 화교는 명절이 되면 송금 의뢰 문의가 더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중국 내에서 보내진 돈이지만, 이따금씩 남한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남한의 명절 때는 평소에 2~3배 이상의 많은 전화가 온다. 아무래도 주변에서는 가족끼리 서로 만나서 정을 나누는데, 혼자 탈북한 사람들은 외로움을 많이 타다보니 더 애타게 가족에게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안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물론 화교를 이용한 송금 시스템은 아직까지 국경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그 루트가 다양해져 꽃제비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열차 승무원에게 수수료를 주고 보내기도 한다.

화교인 이 씨는 "믿을 만한 사람을 고용해서 북한 내 전국적인 송금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근래에는 꽃제비를 이용하기도 한다. 꽃제비들은 국가에서도 큰 간섭을 받지 않는다. 그들에게 수수료를 떼주면서 자립을 유도하기 때문에 반기는 분위기다. 굶어죽는 것보다 낫다는 이유에서다. 한 번 일이 제대로 성사되면 더 큰 금액을 맡기는 식으로 일하는데, 곧잘 한다. 이번 추석에도 이들과 함께 탈북자들의 가족한테 안전하게 돈을 보내 줄 것이다"고 말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