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애국자

내가 알고 지내는 50대 중반의 신사분이 있다.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DJ정권 출범과 함께 '짤린' 분이다.

이 분은 며칠 전 미국에 가서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한 외아들을 데리고 귀국했다. 아들을 軍에 입대시키기 위해서였다. 외교관으로 외국을 떠돌다 보니 국내 학교에서 공부시키는 것도 쉽지 않아 외국에서 공부를 시켰지만, 아들이 이 나라에서 사내로 태어난 이상 군대에 갔다 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분은 귀국하자 마자 자전거를 두 대 샀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능한 곳만이라도 父子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며,아들에게 그가 지켜야 할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지난 일요일에는 아들과 함께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행주산성까지 다녀왔다.

그 분의 선친은 6-25때 전사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선친은 징병연령이 훨씬 지난 33살이었지만, '무신론자인 공산주의자들을 무찔러야 한다'면서 자원입대했다가 전사했던 것이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인사들이 자식들의 병역을 면탈할 목적으로 자녀들의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거나, 평소 보수우익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전직 국방장관,외무장관,JP의 손자들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얘기에 우울하던 차에 '노블리스 오블리지'를 실천하는 진정한 사회지도층,진짜 애국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그런 분이 있기에 그래도 이 나라가 아직 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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