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는 북핵위기 방치 말아야
김정일 감싸기는 재앙이 될 것
[박진 / 2005-06-01 10:17] 조회 : 142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함북 길주의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됐다는 언론 보도로 불거진 새로운 북핵 위기가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국들 사이에 ‘강화된 외교 조치’가 본격 거론되고 남북 당국자 회담도 열렸지만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변함이 없습니다.
북핵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론과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던 정부도 현 상황을 ‘중대국면’이라고 규정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아직까지도 북핵 해결을 위한 확고한 원칙과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처럼 보여 안타깝습니다.
북핵 위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제가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1994년 6월에도 북핵 위기는 심각했습니다. 북한의 NPT 탈퇴와 핵 연료봉 재처리 착수로 시작된 94년의 북핵 위기는 미국 군 수뇌부가 영변 폭격을 검토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치달았었습니다. 돈 오버도퍼 전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쓴 ‘두개의 한국’(The Two Koreas)에 당시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중국의 협조, 한미동맹 채널의 신속한 대응,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 등으로 국면은 전환되었고, 북한의 핵동결과 남북정상회담 합의, 그리고 김일성 주석 사망과 제네바 합의 등 일련의 긴박한 과정을 통해 일단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지금 11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더욱 엄중합니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이어 핵실험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핵을 ‘우리 민족의 핵’이라는 소위 ‘민족 핵 자산론’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북한의 핵무장화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남북통일은 불가능해지고, 동북아 지역에 핵군비 경쟁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입니다.
제가 2년 전에 쓴 「박진의 북핵(北核) 리포트」란 책은 바로 그러한 한반도의 재앙을 막기 위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국제공조 방안을 제시하려 한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이 상태에서 무모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6자회담은 실패로 끝나고 한반도의 안보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만난 미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을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있는(unlikely but possible)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근원적 책임은 민족의 생존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에게 있습니다. 북한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핵폐기를 주장하면서도 당근도 채찍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취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허용한 미국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핵 불감증과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지난 2년6개월을 보낸 노무현 정부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심지어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서 우리 동포들에게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이 자위용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믿기 힘든 발언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대통령과 정부가 불쑥 동북아 균형자론을 들고 나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한미동맹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와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조차 합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한국이 한미동맹의 틀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등거리 중립노선 내지는 탈미친중(脫美親中) 노선을 걷는 것이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미동맹 간에 심각한 위기를 조성할 위험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방위원회 해외시찰단의 일원으로 일본과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양국 정부 수뇌부를 만나 전례 없이 솔직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외무성 야치 쇼타로 사무차관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도 한국과 정보협력 공유에 있어서 신중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은 오른쪽에 있고 중국과 북한은 왼쪽에 있는데 한국이 중간에서 왼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직설화법으로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당혹스러웠습니다.
일본 방위청 수뇌부도 한국정부의 북한에 대한 엄격한 자세가 요망된다며, 미군이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한미관계에 불신이 생긴 것 같다는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9 논의가 한미 양국 군 수뇌부의 합의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중단되고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유출된 것은 한마디로 미국이라는 동맹의 “뺨을 때린 것”(slap in the face)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하와이에서 만난 태평양 사령부(PACOM)의 지휘관은 동북아 균형자론에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회의 시작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실로 충격적인 발언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쩌다가 남의 나라가 우리의 외교문제, 안보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일본 정부 수뇌부가 왜 자청을 해서 한국의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국이 미국, 일본 정부로부터 소외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실을 무시한 포퓰리스트 정책인 동북아 균형자론을 고집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자칫 등거리 중립노선, 또는 탈미친중 노선으로 인식될 수 있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미동맹을 균열시키고 우리를 결국 동북아에서 고립시켜 스스로 국익을 저해하는 자해행위입니다.
지금 우리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의 핵확산과 핵실험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혼자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5개국이 한 목소리로 북핵 위기에 대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한미일 간의 긴밀한 삼각공조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에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줄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자로서 북핵 개발 중단을 위해 적극 나서는 것입니다. 북핵 해결의 열쇠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중심을 잡느냐에 따라서 중국의 태도도 달라지고 향후 북핵 사태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균형자(balancer)가 아니라 온도계(barometer)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입장변화에 따라서 북핵 해결의 온도차이가 느껴질 수 있다는 뜻이겠죠. 이제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원칙을 국제사회 앞에 천명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어정쩡한 자세로 대처한다면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중국은 결코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이와 같은 전략적인 목표와 상충되는 정책입니다. 우리 정부가 계속해서 포퓰리스트 정책인 동북아 균형자론에 얽매여 있다면 북핵 문제는 더욱 풀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동북아 균형자론은 즉각 포기해야 마땅합니다.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저와 한나라당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러나 평화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말로만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능력과 의지, 그리고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전쟁 반대를 명분으로 지금과 같은 대북 유화정책을 계속한다면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나타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전은 위협받고 한국은 고립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는 북핵 불감증과 수사뿐인 외교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는 고립을 자초했고, 북한에게는 벼랑 끝에서 핵을 가지고 협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만 허용했습니다.
균형을 잡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결국에는 균형이 금가고 있는데 일조를 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핵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고립을 자초한 동북아 균형자론은 그 의도야 어쨌든 간에 사실상 자해행위의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익만을 염두에 둔 포퓰리스트적인 외교안보 노선은 국제관계에서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lame-duck) 현상을 초래할 뿐입니다. 이제라도 말만 앞서는 자기과시형 외교보다는 우리의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실리추구형 외교로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정세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제 한미정상 회담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미 간의 신뢰가 손상되었다는 우려 속에 이뤄지는 이번 회담은 북핵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정상회담에서마저 한미 관계가 삐걱거린다면 북핵 위기 역시 더욱 수렁에 빠질 것입니다.
워싱턴에서 모처럼 다시 만난 한미 정상은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이견이 있으면 이를 인정하고 오해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공통의 대응방안을 마련키 위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할 것입니다.
한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일 간의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강화해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북핵 위기는 해결되기 힘들 것이며, 그 피해는 우리 민족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고 하나 된 마음으로 북핵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갈구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박진(한나라당 국회의원)
朴振의원의 현장보고-위기의 韓美동맹
- 뉴라이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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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6-02, 0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