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복과 정연주, 부끄럼과 철면피

오마이뉴스가 아들,혹은 손자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한 공로명 전 외무장관, 오자복 전 국방장관, 김종필 전 국무총리, 홍일식 전 고대총장 등을 잘근잘근 씹었다.

어디 오마이뉴스뿐인가?

KBS,MBC 등에서도 TV와 라디오를 통해 틈나는 대로 이들 보수인사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지'정신 결여를 비웃었다.



엄밀히 말하면 국적의 선택은 프라이버시의 영역이다.

더욱이 제 자식도 뜻대로 못하는 세상에, 손자들의 국적 문제에 할아버지가 간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부터도 전직 합참의장,국방장관으로,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장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에 앞장서 온 사람의 손자가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사실 앞에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국적 선택이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지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회장은 자신의 손자들의 일이 문제가 되자 깨끗이 사표를 냈다. 자신으로 인해 동료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가, 보수우익이 놀림감이 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정연주 KBS사장도 사장 취임 무렵 두 아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해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더욱이 정사장은 2003년 장상 전 이대 총장이 자식들의 미국 국적 취득 등이 문제가 되어 총리 인준에 실패했을 때,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미국 국적 취득 등을 통렬히 비난했었다.

그는 “병역면제는 자녀의 미국 국적 취득 등과 함께 우리 사회 특수계급이 누려온 ‘특권적 행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터다'라면서,'본인은 여러 특수 정황들이 고려되지 않은 채 매도되어 억울하다 하겠지만 아들 국적문제, 부동산 투기 등 쟁점으로 떠오른 문제들이 죄다 우리 사회에서 5%도 안 되는 특권 계급의 ‘행태들’과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던 그가 자기 자식들의 미국 국적 취득이 문제되자 '본인의 특수 정황'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됐다 출옥한 뒤 5·18 광주민주항쟁에 연루돼 도주해야 하는 상황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미국 유학이었다”며 “순전히 나의 개인적 어려움 속에 유학을 떠난 것이었으며 일부 부유층이 아이들 병역문제를 고려해 잠시 원정 출산을 다녀오는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들의 의사에 반해 귀국을 강요할 수 없었으며 기왕 미국에 남을 바엔 주류 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취업에도 문제가 있으니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며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이 전혀 아닌 만큼 도덕적으로 시비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개인의 문제를 얼렁뚱땅 시대 상황에 가져다 붙이면서 논점을 흐리고, 자신의 민주화 투쟁 경력으로 덮어버리는 수법, 어디서 많이 본 수법이다. 바로 손가락 게이트의 주인공 이광재도 군대 안 가려고 손가락 잘라 놓고는 '시대상황'운운하며 되지도 않는 변명을 했었다. 아무래도 이 수법은 좌익들의 위기탈출 매뉴얼이 아닌가 싶다)

그때도 KBS게시판 등에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냐'면서 그의 이중잣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자식,혹은 손자들이 미국에서 자라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점에서는, 오자복씨나 정연주씨나 다를 것이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자복씨는 보수우익이고, 정연주씨는 좌익이라는 점뿐이다.

국가안보를 외치던 자들의 손자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한 이중성이 규탄되어야 한다면, 평소 反美 논조를 펼치다가, 자기 자식들은 '미국 시민'으로 만든 이중성도 규탄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손자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보수 인사들을 그렇게 씹어대는 KBS와 오마이뉴스가 정연주 아들들의 미국 국적 취득을 한 번이라도 지적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오자복 성우회장은 자리를 내놓았다. 반면에 자리를 지킨 정연주 사장의 KBS는, 보수인사 자식,손자들의 미국 국적 취득을 소리높여 비난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두 사람의 차이를 본다. 그래도 이 나라 우익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최소한 그 사실을 부끄러워 할 줄은 안다. 이 나라 좌익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이리저리 변명하고 거짓말을 하며 빠져 나간다.

좌익이여! 이중잣대는 이제 그만 거둬라. 그리고 염치를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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