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 고락이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인간에게 생명 다음으로 언어(言語)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것이 언어이고 언어가 문명과 교양 등 정신문화의 기초라는 생각에서다. 언어는 생각을, 생각은 행동을 규정한다. 그런 점에서 개인과 조직의 활동에서 언어의 수준은 결정적 중요성을 지닌다. “인간은 어휘력(語彙力)만큼만 발전할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국가의 수준은 국어(國語)의 수준이란 말로 바꿀 수 있고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언어능력이란 이야기도 된다.
 한국어(韓國語)는, 70%의 한자어(漢字語)는 한자로, 30%의 고유어는 한글로 표기해야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구조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한글전용(專用)에 의하여 70%의 한자어가 소리나 암호로 변하여 한국어가 반신불수(半身不隨)가 되었다. 이제 그 불편은 일상화되어 국민들의 모든 삶에 전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며칠 전 경북 포항에 사는 한 대학 교수가 나에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예식장에서 제가 주례를 선 후에 대학원생들에게 성혼(成婚) 맹세에 나오는 '고락을 같이하고'에서의 '고락(苦樂)'의 뜻을 물었더니 몰랐습니다 오후에 들른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다른 대학생도 그 뜻을 몰랐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망했습니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모르니 지력(知力)이 하락하여 망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는 다음 날엔 또 이런 불평을 써 보냈다.
 <오늘자 한국경제 일면 탑 기사 제목이 'A기업, 삼성전자 52주 신고가 화답'이었습니다. 60대 중반인 우리 대학 총장님이 내게 '기사제목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알 수 없게 다느냐,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주식에 문외한(門外漢)인 총장님은 신고가를 '신고하는 가격'으로 짐작했습니다. '52주 신고가'가 52주 만에 새롭게 기록한 최고 가격[新高價]임을 몰랐습니다. ‘52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호합니다. '주'가 주식(株式)의 주(株)인지, 주간(週刊)을 뜻하는 주(週)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자로 표기하면 주식투자를 안 하는 사람도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걸 한글로만 표기하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한자에 능한 구(舊)시대 지식인도 이러한데 신세대에겐 완벽한 암호일 것입니다. 필자의 제자 중에 베트남인(人)이 있습니다. 한자 문명권이던 베트남이 영어 알파벳을 도입하여 베트남 말을 표기하면서, 신세대는 과거와 완벽하게 단절되었답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필자가 이 글 도입부에 쓴 '문외한'이란 좋은 단어도 신세대들은 전혀 그 뜻을 모를 것입니다. '문외한'을 다른 순수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아마 해당 단어는 없고, '주식에 대해서 잘(전혀) 모르는 사람' 등으로 길게 풀어 써야 할 것입니다. 세 음절밖에 안 되는 그 좋은 단어 '문외한'을 두고 12음절 표현을 이용하는 이런 비효율적인 일을 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한민족은 문화적 고아가 될 것이다.'
  이런 사태를 40여 년 전에 예언하였던 이가 있다. 화가로 더 유명한 오지호(吳之湖) 씨는 1971년에 ‘國語에 대한 重大한 오해’란 70쪽 남짓한 소책자를 썼다. 67세에 쓴 글답지 않게 힘 있는 명문(名文)이다.
 <그러면, 이 땅에서 한자가 깨끗이 소멸한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야기(惹起)될 것인가.
   1. 소수(少數)의 특수 지식인을 제외한 일반 국민은 언어능력의 원시화(原始化)에 의한 사고능력의 퇴화로 말미암아 국민의 정신상태는 한자 수입 이전의 저급한 단계로 환원될 것이다.
   2. 학술을 연구하는 자는 필리핀이나 인도처럼 순전히 유럽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결과 국민은 백인화(白人化)한 소수의 지식귀족과 한글밖에 모르는 다수의 원주민 저지식족(低知識族)의 두 가지 계층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3. 우리의 민족문화는 황인문명(黃人文明)의 일환으로서 한자와 한자어를 바탕으로 생성하고 발전되어 왔다. 우리는 한자를 없앰으로써 이 강토에서 수천 년 동안 연면(連綿)히 계속되어온 우리의 고유문화는 그 전통이 단절될 것이다. 그 불가피한 결과로서 국민의 생활감정과 사고방식은 외형적, 또 말초적 면에서 구미화(歐美化)할 것이다.
   4. 아세아 대륙의 10억의 황인종이 향유하고 있는 동양 문화권으로부터 스스로 이탈함으로써 한민족은 문화적 고아가 될 것이다.>
 문해력 1등 일본, 한국은 평균 이하
 한글전용(專用)에 의하여 한국인의 어휘력과 문장력이 집단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였던 안수길 박사는 한글전용이 아직 보편화되기 전이던 1981년에 벌써 언어생활에서 어휘수가 줄어들었음을 인지공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1956년에 문교부에서 시행한 '낱말찾기 조사'에서는 상용(常用)단어수가 3만 단어였는데, 1980년에는 신문, 잡지, 소설에서 사용하는 단어수가 7000 단어를 넘지 못했다고 한다.
 '상대방이 어려운 단어(單語)를 알지 못할 것 같으니까 풀이로서 말해준다는 일이, 흔한 단어를 더 흔하게 그리고 드문 단어를 더 드물게 만들고 있다.'
 문장력과 어휘력을 편의상 문해력(文解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해력이 정보 기술적 환경에서 취업, 소득, 건강, 심리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충격적인 것은 일본인의 문해력이 압도적으로 1위이고, 한국인의 문해력은 평균 이하인데다가 고급 문서 해독력이 꼴찌권(圈)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4월 OECD는 ‘문장이해력과 수치(數値)이해력이 낮은 어른들’(필자는 앙케  그로트뤼센 등 4명)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2012년 이 기관이 실시한 ‘성인(成人) 경쟁력에 대한 국제조사’(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es: PIAAC) 결과를 토대로 문해력의 영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 연구한 것이다.
 한국인의 고급 문서 해독력은 꼴찌圈
 PIAAC 조사는 OECD 가맹 24개국의 16~65세 사이 16만6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항목은 세 분야였다. 문해력(文解力), 수치력(數値力),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능력. 흥미로운 것은 문해력이 좋으면 수치력과 문제해결 능력도 높은 식으로 세 분야의 상관성이 강하였다는 점이다. 문장 이해력이 강한 사람은 수학적 두뇌도 좋고 기술적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분석은 문해력 중심으로 이뤄졌다.
 OECD는 문해력(literacy)을 <문장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함으로써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며, 자신의 지식과 잠재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定義)하였다. 수치력(numeracy)은 <수학적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사용, 해석, 전달함으로써 생활에서 당면하는 수학적 요구에 부응하는 능력>이다.
  *비교 대상 22개국 중 문해력과 수치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에서 3관왕을 차지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종합 2등은 핀란드(세 분야 모두 2등), 3등은 네덜란드, 4등은 스웨덴, 5등은 노르웨이.
  *한국은 문해력에서 국제평균치보다 낮은 10등, 수치력에선 평균치보다 낮은 15등, 문제해결 능력에선 평균치와 같은 점수로 7등이었다.
  *한국인(16~65세)의 특징은 고급 문해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OECD는 문해력을 해독 대상 문서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기준으로 하여 1급 미만, 1급, 2급, 3급, 4급, 5급으로 분류하였다. 2급 이하는 사회(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정도이다. 전문직이나 지도층 역할을 하려면 4, 5급의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인은 2급 이하는 적은 편이지만 고급 문서 이해력이 요구되는 4, 5급층이 약하다. 한글전용으로 문맹자(文盲者)는 거의 없어졌지만 한자를 포기함으로써 '읽을 순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신종 문맹자가 생겼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도의 문장력과 어휘력을 가진 4, 5급자의 비중을 보면 일본이 22.6%로서 1등이다. 이어서 핀란드가 22.2%, 캐나다 18.7%, 네덜란드 18.1%, 스웨덴 16.1%인데 한국인은 8.1%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고급 문서 이해력이 낮은 나라는 이탈리아(3.4%), 스페인(4.7%), 슬로바키아(7.5%), 프랑스(7.7%)뿐이다. 
  *5급의 문서 이해력을 가진 이들은 학자, 언론인, 사상가로서 적격(適格)이겠는데, 한국은 0.2%이다. 즉 1000명에 두 명꼴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만 한국보다 낮다(각1%). 일본은 1.2%로서 한국의 여섯 배이다. 핀란드가 2.2%로서 이 부분에서 1등, 호주와 네덜란드가 각1.3%이다.
 문장 이해력 등 국제 비교표
|
국가 |
평균 문해력 (순위) |
평균 수치력 (순위) |
평균 문제해결 능력 (순위) |
|
일본 |
296 (1) |
288 (1) |
294 (1) |
|
핀란드 |
288 (2) |
282 (2) |
289 (2) |
|
네덜란드 |
284 (3) |
280 (3) |
286 (4) |
|
스웨덴 |
279 (4) |
279 (5) |
288 (3) |
|
노르웨이 |
278 (5) |
278 (6) |
286 (4) |
|
에스토니아 |
276 (6) |
273 (11) |
278 (14) |
|
벨기에 |
275 (7) |
280 (3) |
281 (12) |
|
체코 |
274 (8) |
276 (8) |
283 (7) |
|
슬로바키아 |
274 (8) |
276 (8) |
281 (12) |
|
캐나다 |
273 (10) |
265 (13) |
282 (11) |
|
국제평균 |
273 |
269 |
283 |
|
한국 |
273 (10) |
263 (15) |
283 (7) |
|
영국 및 北아일랜드 |
272 (12) |
262 (16) |
280 (13) |
|
미국 |
272 (12) |
257 (18) |
274 (17) |
|
덴마크 |
271 (14) |
278 (6) |
283 (7) |
|
독일 |
270 (15) |
272 (12) |
283 (7) |
|
오스트리아 |
269 (16) |
275 (10) |
284 (6) |
|
키프로스 |
269 (16) |
265 (13) |
- |
|
폴란드 |
267 (18) |
260 (17) |
275 (16) |
|
아일랜드 |
267 (18) |
256 (18) |
277 (15) |
|
프랑스 |
262 (20) |
254 (20) |
- |
|
스페인 |
252 (21) |
246 (21) |
- |
|
이탈리아 |
250 (22) |
247 (22) |
- |
  대통령과 언론, 학자부터 文法 무시
  국민평균 IQ(지능지수)와 학력이 모두 세계 1등인 한국인의 문장 이해력이 하위권이고 특히 고급 문서 이해력은 최저 수준이란 점이 권위 있는 조사로 공인된 셈이다. 이런 불가사의는 한자를 배척한, 불구화(不具化)된 언어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어로 먹고 사는 학자, 언론인, 정치인들의 문장력이 약한 것이 OECD 조사에서 ‘고급 문해력 부족’으로 나타난 것 같다. 몇 가지 예를 든다.
  *2014년 5월19일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해경(海警)해체 발표문의 일부: <그동안 국민의 안전과 재난을 관리하는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어서 신속하고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컨트롤타워의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을 발음대로 적다가 보니 ‘일사분란’이라고 했다.
  *2015년 8·15 경축사: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안위’는 '安危'의 발음부호이다. 안전과 위협의 준말이다. 연설문대로라면 '국민의 안전과 위협을 위협하는'이라는 뜻이 되어버린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으로 고쳐야 한다.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안위’를 잘못 썼다.
  <저 박근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우리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8·15  경축사에서 박(朴) 대통령은, <핵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감행'은 부적절하다. 감행(敢行)은 용감하게 정의로운 일을 행한다는 뜻이다. 사이버 공격 같은 나쁜 짓은 ‘자행’(恣行)이라고 썼어야 했다. 
  *한국 언론은 최대(最大), 최고(最高), 최다(最多), 최장(最長)을 구분하지 않고 ‘최대’로 통일, 서너 개 단어를 사어화(死語化)시키고 있다. ‘최대 400개’라고 하더니 ‘최대 영상 30도’라는 비문(非文)도 예사이다.
  *<이 관계자는 '대조기 임을 감안할 때 정조 시각 전후 2시간 가량 수색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2014년 5월17일 뉴시스)  
  '대조기', '정조'는 한자로 쓰지 않으면 뜻을 알 수 없다. 대조기(大潮期)라고 써야 썰물과 밀물의 차이가 가장 클 때(음력 초하루, 보름 후 이틀)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조(停潮)라고 써야 만조(滿潮)와 간조(干潮) 사이, 수위(水位) 변동이 없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비교재구 방법에 의해서 재구된 소리의 단위 또는 음운의 실체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 즉 재구형을 실재했던 것으로 보려는 실증적(positive) 견해와 하나의 공식(formula)으로 보려는 소극적 견해가 양극을 이루어 왔다.>
 한 언어학자의 논문은 완벽한 암호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뜻이 분명하지 않다. 미래를 인간이 창조할 수 있나? 과학부가 해야 할 일은, 미래 창조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영문 명칭은 더 복잡하다.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 (略稱: MSIP)
 작명(作名)은 그 조직의 정체성과 수준을 보여준다. 이름 짓기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그냥 '과학부'(Ministry of Science)라고 하면 될 것인데, 이것 저것 갖다 붙이는 바람에 광고문안처럼 되어버렸다. 국내 영자 신문 기자들이 요사이 정부 부처의 영어 명칭 때문에 고생한다고 한다.
 책 많은 집에서 자라야 文解力 강해
 상기(上記) OECD의 문해력 보고서는 인간의 언어 능력이 삶의 질에 크나큰 영향을 광범위하게 끼친다는 점을 실증하였다.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문해력(文解力)은 건강 상태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문장 이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건강이 좋고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나빴다. ‘건강이 좋다’라고 답한 사람은 조사 대상자 평균으론 80%이지만 4, 5급의 상급(上級)은 90%, 1급 이하의 하급(下級)은 68%였다. 수치력의 경우에도 비슷하였다.
 *문해력이 높을수록 취업률이 높았다. 16~65세의 조사 대상자는 평균 68%의 취업률을 보였는데 하급(1급 이하)은 56%, 상급(4, 5급)은 79%였다.
 *문해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고 낮을수록 낮았다. 문해력 상급자가 하급자보다 61%나 많은 소득을 올렸다. 한국은 문해력과 소득의 상관관계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해력이 낮은 사람의 부모는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가 이런 경향이 강하였다. 한국은 문해력 하급자 중 79.4%의 부모가 중상급(upper secondary) 이하의 교육만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 책이 적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일수록 문해력이 낮았다. 16세가 되었을 때 집에 책이 몇 권 있었느냐를 알아 보았다. 문해력 하급자의 55%는 집에 있던 책이 '25권 이하'였다고 답하였다. 집의 장서(藏書)가 25권 이하였다고 답한 사람이 조사 대상자 전체에선 30%, 문해력 상급자 중에선 10%에 불과하였다. 이탈리아, 일본, 한국이 특히 장서량과 문해력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의 2012년 보고서에선 문해력이 낮을수록 다른 사람들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고, 인간관계도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24명(과학 부문 21명)
 이상의 OECD 조사를 요약하면 어휘력과 문장력이 우수할수록 출세하고 행복하게 살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국가적 차원에선 국민들의 문해력(文解力)이 높아야 경제, 문화, 학문, 복지 등 모든 분야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글전용으로는 노벨상을 영원히 받지 못할 것이다”는 악담(惡談)을 하는 한자혼용론자(漢字混用論者)들이 있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900명이다. 건수로는 573. 국적별로는 이렇다(국적 변동, 2중 국적 등으로 조사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1. 미국 353명
  2. 영국 125명
  3. 독일 105명
  4. 프랑스 61명
  5. 스웨덴 30명(문학 8명, 평화상 5명)
  6. 스위스 25명
  7. 일본 24명(물리 11, 화학 7, 의학 3, 문학 2, 평화상 1명)
  8. 캐나다, 러시아 각 23명
  10. 오스트리아 21명
  11. 이탈리아 20명
  12. 네덜란드 19명
  13. 덴마크 14명
  14. 노르웨이 13명
  15. 이스라엘, 호주, 폴란드 각 12명
  18. 벨기에, 인도, 남아공 10명
  (이하 생략)
  
   산업혁명과 근대화가 늦었던 일본이 비(非)서구 문명권에서 유일하게 일류국가를 만들고 노벨상 수상자 24명을 배출한 힘의 원천을, 한자를 혼용(混用)하는 일본어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진(先進) 문물을 받아들일 때 가장 어려운 일은 문화적 번역이다. 아무리 좋은 문물이라도 자신들의 현실에 맞게 소화, 변형하지 않으면 사대적으로 종속된다. 일본인들은 한자의 힘을 빌어 서양의 문물을 주체적으로 번역, 명치유신이란 근대화 혁명을 일으키고, 동아시아에 퍼뜨렸다.
  자유(自由), 미술(美術), 과학(科學), 산술(算術), 기술(技術), 민족(民族), 민주주의(民主主義), 자본주의(資本主義), 인민(人民), 국민(國民), 철학(哲學), 국채(國債), 담합(談合), 언론(言論), 방송(放送), 신문(新聞), 출판(出版), 개념(槪念), 우익(右益), 해방(解放), 비평(批評), 영토(領土)등 일본인이 번역한 한자어를 쓰지 않으면 한국, 대만, 중국의 생활은 마비될 것이다.
  韓國語의 축복
  오늘날 영어가 세계 최고의 언어가 된 데는 1066년 잉글랜드를 점령한 노르만 전사(戰士)들이 고급한 프랑스 어(특히 법률, 군사, 행정 관련)를 갖고 들어와 저급한 영어와 접목시켜 풍성한 어휘력을 가진 언어로 격상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글전용론자 같은 이들이 영국에 있어 한자를 금지시키는 국어기본법 같은 것을 만들어 프랑스어 사용을 금지시켰다면 영국은 지금쯤 후진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영국에선 14~15세기까지 법정과 궁정에선 프랑스어를 썼다. 영국 왕가(王家)의 문장(紋章)에 새겨진 모토(Dieu et mon droit: God and right)는 지금도 불어(佛語)이다.] 고급 언어는 다양한 민족과 나라의 낱말들을 수용하는 큰 그릇이 되어 큰 문명을 만든다.
 한글전용론자와 한자혼용론자의 차이는 전용론자들은 한자를 배척하는 데 반하여 한자 혼용론자들은 한글을 존중한다. 국민평균 지능지수에 대한 연구는 한자(漢字)를 사용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터넷을 통하여 스스로 IQ를 검증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예외 없이 홍콩, 싱가포르,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대만이 109~106를 기록, 10등 안에 든다.
 한국과 일본어의 축복은 표의(表意)문자인 한자와 표음(表音)문자인 고유어를 함께 사용한다는 점이다. 두 가지 문자의 다른 특징이 서로 보완,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표현력을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이런 언어생활이 지능을 향상시킨다.
 세계적인 뇌(腦)과학자로 알려진 가천의대 조장희(趙長熙) 소장은 평균 나이 27세인 남녀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2음절짜리 한자(漢字) 단어와 한글 단어를 소리 내지 않고 읽도록 하는 실험을 하였다. 이 과정을 뇌 영상으로 찍어 보니, 한글로 읽을 때보다 한자로 읽을 때가 뇌의 많은 부분에서 활성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한자로 쓴 단어와 한글로 쓴 단어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기억하는지도 실험했다.  
  “뇌 영상으로 보니, 단어를 한자로 기억했을 때는 뇌의 여러 군데에서 활성화가 이뤄졌지만, 한글로만 기억할 때는 뇌의 한 군데만 활성화되었어요.”
  그는 뇌의 활성화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커피를 떠올려 보세요. 커피 하면, 그 맛과 향기, 거무틱틱한 원두, 커피잔 등 오만가지가 다 떠오르는데, 이처럼 떠오르는 것이 많을수록 기억이 잘됩니다. 한자를 읽은 사람은 뇌의 여러 군데가 그런 식으로 활성화돼요.'
  조 박사는 또 한자와 한글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다름을 확인했다. 혼용론자인 조 박사는 “한자와 한글이 자극하는 뇌의 영역이 다른 만큼 학생들에게 한자와 한글을 병행 교육하면 조기에 더 많은 뇌 영역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오지호(吳之湖) 선생은 이렇게 비유하였다.
 <국어에 있어서 고유어와 한자어와의 관계는 척추동물에 있어서 근육과 골격(骨格)과의 관계와 같다. 우리말은 한자어라는 골격을 얻음으로써 연체(軟體)동물에서 척추동물로 진화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 말에서 한자어를 제거하자는 말은 우리 몸에서 척추를 제거하자는 말과 같다.>
 混用시대에 융성, 專用시대에 쇠락
 한국어는 삼국 시대 한자가 들어와 공용어 행세를 하면서 한자전용 시대를 맞았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후에도 한글은 힘을 쓰지 못하다가 19세기 말 개화기 이후 비로소 한자 한글 혼용 시대가 열리고 1948년 건국 이후 공용어가 되었다. 헌법 원문(原文)이 혼용으로 적혀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보수 신문까지 한자를 기피하는 바람에 사실상 한글전용 시대가 열렸다. 한자를 외국어로 규정, 그 사용을 사실상 금지시키는 국어기본법까지 만들어졌다. 한자전용이나 한글전용은 모두 한국어의 구조와 생리에 대한 반역이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발전을 정신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한자 한글 혼용에 의한 정상적인 언어생활이었다. OECD의 문해력 조사는, 한글전용이 한국인들의 문장 이해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정보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한글전용의 이데올로기 속에는 일본에 대한 반감(反感)을 중심으로 하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깔려 있다.  OECD의 문해력 조사는 그런 태도가 오히려 한일(韓日) 간의 문해력 격차를 벌여 국가 경쟁력에서 일본에 더 뒤지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는 예언을 담았다.
 한일 두 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비교하면 1980년대 한국이 일본의 3~4배를 기록하면서 극일(克日)의 발판을 마련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10년간 한국은 연평균 10.1%의 성장으로 세계 1위였다(일본도 호황이었다). 이런 경제적 성장이 소란스러운 민주화의 부담을 견디어내게 하였던 것이다. 1980년대 경제 성장의 주역(主役)은 한자 한글 혼용 세대였고 그들의 한자 교과서는 신문이었다.
 무엇으로 견딜 것인가?
 일본은 1992년 무렵부터 이른바 버블 붕괴에 의한 장기적 경제침체로 들어가 연평균 성장률이 2%대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도 작년부터 성장률과 함께 수출이 감소하고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등 일본형 장기 침체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어마어마한 부(富)의 축적과 국민 교양을 저력으로 삼아 20년 이상의 장기 침체를 견디어내었다. 경제불황을 이용하여 양극화를 선동하는 정치세력도 없었다.
 피하기 어려운 한국의 장기 불황(不況)을 헤쳐 가야 할 주역(主役)은 한글전용 세대이다. OECD의 문해력 조사는 한국인의 고급 문서 해독력이 너무 낮아 국가 엘리트층이 양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한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인(成人)이 거의 30%에 달한 적이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학력이 높을수록 그런 오판(誤判)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이 또한 한자 말살에 의한 문해력 저하(低下)와 관련 있지 않을까? 분별력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문해력과 선동에 속는 비율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호가 핵문제와 장기불황 속을 항해할 때 선장과 선원과 승객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정치와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은 교양의 문제, 언어의 문제일 것이다.
 오지호 선생은 45년 전 ‘國語에 대한 重大한 오해’란 책을 이렇게 시작하였다.
<다섯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까말까 하는 다만 몇 사람 한글주의자의 그릇된 애국심이 화(禍)가 되어 지금 이 시각, 한 민족의 아들 딸들 모두가 일제히 멍청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이 무서운 현실을 보다 못하여 나는 여기 또 다시 이 글을 초(草)하는 것이다.>  
 한국은 언어 혼용시대엔 융성하고 언어 전용 시대엔 쇠락한 나라로 기록될지 모른다.
 韓日 경제 성장률 비교
(월드뱅크 통계)
|
연도 |
1981  |
1982  |
1983   |
1984  |
1985  |
1986  |
1987  |
1988  |
1989 |
|
일본 |
4.2 |
3.4 |
3.1  |
4.5 |
6.3 |
2.8 |
4.1 |
7.1 |
5.4 |
|
한국 |
7.4 |
8.3 |
12.2 |
9.9 |
7.5 |
12.2 |
12.3  |
11.7 |
6.8 |
|
연도 |
1990  |
1991 |
1992 |
1993 |
1994 |
1995 |
1996 |
1997 |
1998 |
|
일본 |
5.6 |
3.3 |
0.8 |
0.2 |
0.9 |
1.9 |
2.6 |
1.6 |
-2.0 |
|
한국 |
9.3 |
9.7 |
5.8 |
6.3 |
8.8 |
8.9 |
7.2 |
5.8 |
-5.7 |
|
연도 |
1999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
일본 |
-0.2 |
2.3 |
0.4 |
0.3 |
1.7 |
2.4 |
1.3 |
1.7 |
2.2 |
|
한국 |
10.7 |
8.8 |
4.5 |
7.4 |
2.9 |
4.9 |
3.9 |
5.2 |
5.5 |
|
연도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
|
일본 |
-1.0 |
-5.5 |
4.7 |
-0.5 |
1.8 |
1.6 |
-0.1 |
0.6 |
  |
|
한국 |
 2.8 |
0.7 |
6.5 |
3.7 |
2.3 |
2.9 |
3.3 |
2.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