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시청기/李明博의 쉽고 정확한 말

어제 MBC 텔레비전의 100분 토론에 출연한 李明博 시장은 여당을 '열린당'이라고 불렀다. '열린우리당'은 이 당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우리당'이라고 부르도록 만드는 일종의 사기적 作名이다. 자신한테 거짓말을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열우당' '열린당'이라고 부르는데 李시장은 '열린당'이라고 했다. 공직자는 중요한 언어를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했다.

나는 이 토론을 끝까지 보았다. 재미가 있었고 내용이 있었으며 희망이 생겼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을 주제로 한 진지한 토론이었다. 생활인들은 먹고 살고 기르고 가르치고 하는 문제로 하루 하루를 死鬪하고 있는데, 대통령이란 사람은 국민들을 상대로 매일 투정을 부리고, 통일부장관이란 사람은 민족반역자를 만나고 오더니 그의 충실한 대변인으로 돌변하여 國益과 國富를 결딴낼 아이디어만 연일 쏟아내고 있는 판에, 그래도 말 같은 말들이 오고간 100분 토론이었다(鄭東泳장관이 거창하게 발표했던 對北송전 제안도 발표 이틀만에 전력전문가들에 의해 기술적으로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도장이 찍혀버렸다).

李明博 시장의 말은 쉽고 정확했고 짧았다. 통계수치를 적절하게 인용했다. 그가 市政의 실무를 깊은 곳까지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안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잘 모르는 것을 덮으려고 하면 말이 길어지고 애매모호한 표현이 되는 법이다.
李시장은 실적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을 변호했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비민주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가'라는 요지의 질문에 대해서 20만 명의 이해당사자가 있는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할 때 시장이 직접 4000번이나 설득에 나섰다고 했다. 옛날처럼, 또 중앙정부가 하는 식대로 국세청 검찰 경찰을 동원하여 겁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질문자의 추궁에 대해서 李시장이 상황을 잘 몰라서 당황한 적이 없었다. 역시 기업인 출신 행정가의 강점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는 정치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표현을 삼갔으나 몇 마디 말이 핵심을 찔렀다. 盧대통령과 여당이 최근 聯政을 제안하고 야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는 말을 하는 데 대해서는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는 왜 했는가. 대통령 중심제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다'란 말로 비판했다.

가난을 苦學으로 극복했고 한일회담 때는 反朴정권 투쟁으로 감옥생활을 한 체험을 은근히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우기를 즐기는 그는 어제도 '그런 내가 보아도 이 정권의 정치 일변도식 국정운영은 문제가 크다. 서민들의 고통은 내가 더 잘 안다. 지금은 정치게임을 버리고 경제살리기에 전력투구 할 때이다'는 논리구조를 시청자들에게 던졌다.

그의 말은 실무와 관련된 것이라 꾸밈이나 과장이 없고 자연스러웠다. 다만, 이미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朴正熙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그러다가 보니 메시지가 애매했다.

어제 텔레비전을 함께 시청한 아내는 '통쾌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李시장은 '일을 할 줄 아는 사람, 겁이 없는 사람, 국민들의 애환을 아는 사람, 안심할 수 있는 사람, 인상이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사람'이란 인상을 어제 강하게 남겼다. 많은 시청자들이 李明博 시장을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李시장은 '시장을 그만두는 그날까지는 市政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市政성공은 곧 가장 확실한 大選운동이기도 하다. 그는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혁 등의 가시적 실적을 내세우면서 '서울을 改造했듯이 대한민국을 뜯어고치겠습니다'라고 나설 것이다. 李시장은 사석에서 '朴대통령을 국민들이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실적은 고속도로, 공업단지식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大選공약으로 京釜운하 건설 같은 설명이 필요없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京釜운하 발상도 교수들이 이야기하면 반신반의의 반응인데 李明博 시장이 가능하다고 말하니 사람들은 그렇겠구나 하는 반응이다. 말에 신뢰가 가는 사람이란 증거이다. '말의 무게',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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