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으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改憲) 제안이 ‘대한민국을 개헌(改憲)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이른바 국가개조론의 형태를 띠면서 정치권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모아보았다. <주>
문희상 “4개월 과도내각 후 2개월간 조기대선 준비해야”
더불어민주당의 문희상 의원은 11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글(제목: 과도정부와 개헌만이 정답이다)에서 4개월 과도내각 후 2개월간의 조기대선을 준비한다는 민병두 의원의 안(案)을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물론 전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후퇴를 공표하고, 내각 통할권을 국회 추천 총리에게 부여하여 과도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문 의원은 이른바 과도정부가 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처리 △검찰개혁 △세월호 관련 특별법 제·개정 △국정교과서 철회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동시에 개헌은 국회가 추진해야 할 사안이지만 과도정부는 개헌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24일 ‘임기 내 개헌’을 제의한 바 있습니다. 국회의원 다수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개헌을 하고 그에 따라 조기 대선을 치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않고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국민들은 향후 정치 일정이 가시화되어 불안감을 덜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헌정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중략) 1960년 허정 과도내각은 2달 내에 내각책임제와 양원제 개헌을 완료했습니다. 1987년 6.29 이후에는 4개월 내에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문 의원은 “짧은 기간 내에 과연 개헌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많은 개헌 논의가 있었고, 개헌안도 많이 나왔다. 이제 합의만 이루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작 “外治는 대통령, 內治는 국회가 책임지는 ‘이원집정제’”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15일 ‘조선일보’ 기고문에서 외치-국방-통일 등은 대통령이 담당하고, 내치는 국회가 책임지는 이원집정제를 주장하며 “개헌과 더불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작금의 여야는 국민의 뜻에 따라 만든 헌법을 완전히 무시한다”며 “북한의 안보 위협이 상수가 된 오늘날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혼돈 상태는 4.19와 6.29보다 더 위협적이다. 이런 때일수록 헌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48년 건국 이래 9명의 제왕적 대통령 모두 불행한 끝을 보았다. 건국 대통령은 하와이 망명지에서 생을 마쳤고, 산업화 대통령은 심복에게 암살당했다. 첫 단임 대통령은 부정 축재와 내란죄·반란죄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첫 직선 대통령은 부정 축재와 군사 쿠데타 등으로 징역형을 받았다. 민주화 대통령과 통일 대통령 역시 친·인척의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졌고, 서민 대통령은 친·인척과 측근의 부정부패로 인한 자괴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제 대통령 임기도 친·인척과 측근 비리로 점철됐다. 도덕성과 원칙을 앞세워 당선된 첫 여성 대통령은 오늘의 헌정 위기를 자초했다. 모든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의 재앙을 피해가지 못하였다.>
이 교수는 차기 대통령도 제욍적 권력을 갖게 되면 그 또한 지난 대통령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며 ”모든 잠룡들의 ‘나는 다를 것’이라고 하겠지만 전철을 밟을 확률은 90%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조 27명의 왕 가운데 성공한 왕은 세종대왕 외에 1~2명 정도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왕은 반정이나 독살이 아니면 바꿀 수 없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실패하는 지도자는 민주적으로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상훈 “‘개헌하고 조기 大選‘ 정치 일정만 제시돼도 이 사태 극복”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17일자 칼럼에서 “지금의 이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한국이 대통령제를 시작한 이후 60여 년간 쌓이고 쌓인 역사적 바탕 위에 서 있는 것”이라며 개헌과 함께 조기대선을 주장했다.
양 주간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까지 역대 대통령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임기 말년에 엉망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그 대열에 들어가 '100%'라는 놀라운 확률을 완성했다. 초년에는 하늘의 새를 떨어뜨리다가 말년엔 아무나 밟고 다니는 낙엽이 되는 '한국 대통령의 법칙'은 100% 적용되는 '완전 법칙'이다. 수학 법칙 말고는 어디에도 없을 일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대통령이 누구냐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양 주간은 “박 대통령이 2선 후퇴조차 거부한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합리적 대화가 어렵다. 그래도 강제로 끌어내려지는 사태나 탄핵은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나라가 앞으로 1년여를 이 상태로 갈 수는 없다. 대통령은 안 물러나겠다는데 새 정부는 빨리 구성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개헌은 이 모순도 해결할 수 있다”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개헌은 박 대통령 뜻과 상관없이 할 수 있고, 개헌하면 박 대통령 뜻과 상관없이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가 단축된 전례도 있다. 여야 정치권이 개헌 국민투표를 언제까지 끝내고 그에 따른 대선으로 새 정부가 언제 출범한다는 분명한 정치 일정을 제시하면 그 자체로 이 위기는 끝난다. 박 대통령 명예도 최대한 지킬 수 있고 국민도 수용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중략) 현명한 국민은 위기가 오기 전에 대비한다. 그렇지 못했다면 닥쳐온 위기라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非朴)계 ‘분권형 개헌’ 대세
새누리당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개헌 연계 퇴진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국회를 중심으로 개헌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개헌으로 정치 일정이 변경되면 대선이 앞당겨질 수 있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현 대통령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 등 다른 형태로 개헌이 이뤄질 경우 대선 일정이 조정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박 대통령 퇴진 논란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는 개헌의 걸림돌이 아니라 개헌의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로 평가받는 김무성 의원은 최근 “제왕적 권력을 가진 존재의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지 못하고 따랐던 사람들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고 구속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이런 비극을 더 만들지 않으려면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여야가 정국 수습책을 논의하며 개헌 논의까지 합의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까지 동시에 하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